부침개 두 장에 막걸리 반잔을 마시고 났더니 머리가 핑 돈다. 술에 얽힌 기억들이 워낙 심란한 관계로 술자리도 술을 마시는 것도 즐기질 않지만 술은 제법 마신다. 특히 소주의 씁쓰레하니 쏘는 맛이 좋아서 유쾌하게 권하는 한잔 정도는 찡그리는 법도 없이 넘긴다. 물론 정신을 잃을 만치 취한 적은 불행히도 없다. 대대로 술에 강한 족보이기도 하고 식구들도 할머니를 비롯하여 술을 거절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주변에는 술이 들어가면 인격이 변하는 인물이 있다. 이런 인간을 보면 술의 해악에 소름이 돋는다. 낮술을 마셔 벌건 얼굴을 하고 시비 같은 농담을 던지는 인간에게도 불쾌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술 한 잔의 힘을, 일터에서 쌓인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마법을, 좋아하는 사람과의 허물없는 대화에 등장하는 쨍하는 건배의 술잔을, 울고 웃으며 고뇌하고 후회하는 반성의 술잔을 좋아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죽은 듯이 잠에 빠지는 취한 이를 연민한다.


하루 동안 맹렬히 미워마지 않던 J, 웃으며 다가와 착한 척(?)을 하니 마주보고 웃어진다. J야, 나는 네가 가엽고 애잔하다. 타고난 악인도 아니고 영악하지도 아니하며 마땅히 부려야할 세속의 욕심이란 한점도 가지도 있지 않음이 원통하다. 너의 선량함을 있는 그대로 칭찬만 할 수가 없어 속상하다. 너는 한번도 내 보인 적 없는 네가 받았을 상처들이 나의 상처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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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9-3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는 한번도 내보인 적 없는 네가 받았을 상처들이 나의 상처로
돌아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