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자동차의 앞 범퍼에 올라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발견했다. 햇볕이 따뜻하긴 했지만 참으로 발칙하구나, 생각하면서 아래를 보니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둘레둘레 주변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졸고 있는 노란 고양이를 지켜주는 것이겠지, 제멋대로 상상을 하다가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라는 책의 제목이 언뜻 떠올랐다. 봄은 고양이라고? 아니다 봄은 피곤일 뿐이다. 춘곤증이 무엇이냐고 되묻던 시절이 무색하게 올 봄의 나는 시들어 형편없는 나물이다. 게을러 때를 놓치고 버리면서 아까워 땅을 치는 냉장고 속의 봄나물들. 지금도 냉장고에는 그렇게 처치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다.


이 놈의 졸음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컴퓨터를 키고 앉은 잠깐을 빼고, 책이라도 읽어야지 싶어 푹신한 침대에 올라가 베개며 이불이며 보기 좋게 모양을 부리고 자세를 잡기가 무섭게, 비몽사몽의 세계로 날아간다. 앉았다가, 엎드렸다가, 눕는 삼단계의 단계를 반복하다가 전등을 끄는 것도 잊고는 잠이 드는, 행복하달 지, 슬프달 지 하여튼 자도, 자도 모자란 잠귀신이 들렸다. 불면의 긴 밤 보다야 쏟아지는 졸음만한 행복이 어디 있느냐고 누군가는 타박을 하더라만, 잠도 길면 병이다. 봄은 역시 피곤이다. 시린 겨울이나 뜨거운 여름날의 땡볕이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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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4-0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장고 속의 시들은 봄나물처럼 오늘 날씨 구중중합니다.
그래서 이 일 저일 하는데요
그래도 아웅 졸려요~~~
아참, 할머닌 좀 어떠셔요?

겨울 2006-04-0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실이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할머니에게 익숙해져야겠지요? 걱정했던대로 약간의, 아주 약간의 치매기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시면서, 완전히 아기처럼 변하셨어요. 아직은 바라보고 웃을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일찍 보내드리는 것보다는 오래도록 곁에 계셨으면 하는데......
 
야수 : 감독판 (2disc) - [할인행사]
김성수 감독, 유지태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전혀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꼭 봐야지, 로 바뀐 건 감독의 이름 때문이었다. 요즘, 영화랑은 아주 등을 돌리고 살았더니, 저 영화의 감독을 DVD를 들여다보며 발견하는 민망한 사태에 이르렀다.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이 돋아  명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근사한 영화일 거라는 믿음의 근거는? 없다. 단,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나 영화를 대하는 방식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정도?


근래의 맹목적으로 웃겨주는 그래서 웃다가 바람 빠지는 현상에 식상해 있던 터라 적당히 어둡고 무거운 내용과 눈을 위한 영화, 그러면서 어떤 부분에선가 공감대가 형성되는 처절함을 뿜어내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랄까. 아마도 <친절한 금자씨>를 본 후유증이 컸던 탓이다. 그 살벌하지만 호쾌한 영화를 만족스럽게 보고나니 도무지 달달하고 잔잔하고 느린 영화에 적응이 안 됐다. 그래서 선택한 <야수>는 나쁘지 않았다.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던 권상우의 연기도 그로선 최선을 다했음이 가슴에, 머리에 와 닿았다. 힘만 센 무식한 형사 장도영은 <공공의 적> 설경구나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김래원이 보여주는 바닥과는 확연히 다르다. 다혈질에 말보다 주먹과 발길질이 먼저 나가긴 하지만 그에게선 언뜻언뜻 유약함이 엿보인다. 아픈 어머니, 이복동생의 비참한 말로, 천사같이 여린 애인이라는 주변 인물의 구성도 그가 비록 야수의 본성을 가졌지만 길들여질 소지가 다분함을 보여주듯. 늘 매끈한 얼굴이 두드러졌던 드라마에서의 권상우와 영화 <야수>에서의 야생들개는 다르지만 어딘가 닮았다. 어쩌면, 깊고도 슬픈 눈이 닮았다.


이 영화가 관객의 외면을 받은 현실은 가벼움이 대세여서 일까. 아님, 익숙한 옛 홍콩 영화의 잔재가 짙어서일까. 쏘고 또 쏘고, 죽이고 또 죽이는 피가 튀는 장면들에서 너무도 낯익어 오히려 식상한 영화의 공식을 발견했을 때 적당한 향수에 젖을 수는 있었지만 마냥 천진하게 박수를 칠 수가 없었다.


제목처럼 권상우는 확실히 야수다. 그렇다면 그 나머지는? 떼를 지어 공격하는 야수와 홀로 싸우는 야수, 처음에는 반짝이는 엘리트 검사였으나 결국에 가서는 야수의 본성을 드러내는 유지태도 역시 야수, 그 밖에 인간의 탈을 쓴 무수한 야수들을 보노라니 주변이 살짝 궁금해진다. 주인공들이 다 죽거나  혹은 파멸로 가는 그래서 끝장을 보는 영화를 간만에 본 것 같다. 아주 옛날, 비 내리는 극장에서 본 홍콩영화 <첩혈쌍웅>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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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4-0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주인공들이 모두 죽는 장면으로 끝나나봐요. 권상우의 연기가 기대되긴 하던데요^^

겨울 2006-04-0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 말투를 가지고 뭐라하는 사람들 보면 참 난감해요. 약간의 어쩌면 치명적인 컴플렉스를 가지고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제겐 멋지던걸요. 주인공이라고 해서 꼭 카리스마 풀풀 날리는 목소리를 가져야된다는 법 없잖아요.^^

파란여우 2006-04-07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 홍콩영화의 잔재..저도 광고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권상운데..OCN에서 할때나..^^

겨울 2006-04-07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혈이 낭자한 액션영화를 썩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나름의 미덕이 다분한 영화가 재미없다는 한두마디로 평가절하 되는 것을 보면 좀 화가납니다. 사람에게서도 꼭 단점만을 찾아서 꼬집는 부류가 있더라구요. 취향의 문제일까요? 참, 여우님 봄철 건강 유의하세요.
 

 

할머니가 경기도 부천에 사는 오빠네 집으로 올라간 지도 벌써 두어 달이 지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랑 살겠다고 다시는 내려오지 않을 듯, 엄마와도 대판 싸움까지 하시고 올라갔다는 사실을 이제는 잊으신 걸까. 아침, 비몽사몽 중에 받은 전화 속 할머니의 목소리는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나약했다. 시골 엄마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나라도 잠깐 다녀가란다. 어디를, 부천엘? 거기가 어디라고 잠깐인가.


간밤에 할머니가 한잠도 주무시질 못했다는 올케 언니의 설명에 달리 할말을 잃었다. 그만 내려오시라고 그렇게 얘길 해도 들은 척도 안 하시더니, 이제는 언제 가느냐고 재촉을 하신단다. 그게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 좋아하는 손자가 위안이 되지 않을 만큼 몸도 마음도 편치가 않다는 것이다.


며칠 전의 전화에서 할머니가 이상하다며 엄마는 하늘이 무너진 듯이 굴었다. 자꾸 이상한 말만 하더란다 고, 올케언니가 놀라서 전화를 했더란다. 나이가 많이 드셨으니, 어떤 상황이든 담대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자고 말은 하면서도 솔직히 믿고 싶지가 않았다. 똑바로 서거나 걷질 못한다고 했을 때도 곧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도 믿고 있다. 그토록 강하고 독하신 분이셨으니 그깟 병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100세까지 사실 거라고.


엄마는 할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고나면 몸이 마구 떨린단다. 3월말, 축사를 짓는 급한 일이 마무리 되면, 할머니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단다. 현실은 현실이다. 종일, 책을 읽다가, TV를 바라보다가 불현듯 눈물을 뚝뚝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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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een_포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시다 이라, 이 작가에 대해서 나는 좀 엉뚱한 오해를 하고 있었던 듯싶다. 아주 사소한 이유들로 인한 착각이었다. 마약이나 폭력을 연상했던 건, 작가의 원작으로 그린 어떤 만화책(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크 파크) 때문이고, 전작들에 대한 맘에 드는 리뷰들의 기억도 절망, 무거움, 어두움이라는 이미지였다는 것. 책을 읽기도 전에, 그렇고 그럴 것이라는 단정을 한 것이다.


청결한 하얀색의 겉표지를 벗겨내면, 서늘한 파란색이 짠하고 나타나서 ‘예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책. 맘에 드는 사람, 물건을 찾았을 때 딱히 이유가 없는 것처럼 예쁘다는 기준도 그랬다. 14라는 숫자와 이야기와 네 명의 아이들, 그걸로 설명이 됐다.


불치의 병에 걸린 친구를 위해, 그 나이에 누구나 꿈꾸지만 용기가 없어 포기할 법한 성적 환타지를 실현시키는가 하면, 불륜(그 단어가 매혹적이라는 이유로)의 상대를 위해 기꺼이 몸을 바쳐 싸움(사실은 맞아주기)을 하고, 미필적 고의에 의해 아버지를 죽인 친구를 위해서는 눈물겨운 합작편지를 보내는 14세는 보석 같은 시절이다.


소설을 읽고 나면 자연스레 나의 14세가 어땠는지를 회상하게 되는데,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4세는 친구를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칠 수가 있고, 친구가 있어 바닥까지 다다른 절망과 공포에서 탈출할 수도 있다. 14세는 세상이 가장 만만했고, 삶은 꿈과 열정으로 펄펄 끓었으며, 자아는 가족으로부터 독립된 시기이고, 닮은꼴의 친구들과 맹목적으로 어울리는 아이와 어른의 경계였다.


여행지에서 만난 가출한 임신소녀에게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주겠다고 선언하는 14세의 다이,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의 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고 울먹이는, 그래서 피가 다른 아이라면 안심하고 키울 수 있겠다는 고백은 가슴 아프지만 올바르다. 14세는 아이를 낳을 수도 있고, 아버지가 될 수도 있다. 무한가능성의, 순수와 죄의 경계가 희미한, 무섭고도 슬픈, 14세는 그런 나이다.


책을 읽고 조카아이를 떠올렸다. 14세가 되는 날, 기념으로 선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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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3-12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세면 중1때이군요...허약함으로 몹시 우울했던 봄날의 교정
그곳에 슬프도록 찬란했던 백목련이 생각납니다.
그 후 아이는 강철여인이 되었지요. 14세의 열병...무섭고도 슬픈 나이 맞아요.

겨울 2006-03-12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세는 앳된 청춘이었어요. 교환일기를 쓰는가 하면 인생은 고해라고 한껏 폼을 잡기도 했고, 앤을 처음 만났고, 좋아한다는 고백을 들었고, 헤어지기 싫어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버스정류장에 하염없이 앉아 있었던, 제 기억에도 백목련이 황홀했어요.

잉크냄새 2006-03-12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년 늦게 입학하여 14세때 국민학교 6학년이었죠. 사춘기가 늦어서인지 그때의 기억은 그저 즐겁고 신나던 흙의 놀이문화에 빠져있던 시절이네요.

겨울 2006-03-1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여자아이들은 꽤나 조숙하답니다.^^ 저도 국민학교 6학년까지는 못말리는 말괄량이였어요.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 있는 동안의 중량감을 마감한다.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 중에서(p.22~23)


나는 자전거를 탈줄 모른다. 어려서 오빠의 자전거를 훔쳐 타고 놀다가 벼랑으로 굴러 떨어진 후부터 바퀴 달린 모든 게 무서워졌다. 십수 바퀴를 구르는 대형사고였음에도 사방천지가 흙투성이였던 시골인지라 몸은 멀쩡했다. 십대에 이십대에 그리고 삼십대에 몇 번이나 자전거를 타려고 시도했지만 불행히도 실패했다. 내 머릿속의 기억이 죽어도 탈 수 없다고 쾅쾅 대못을 때려 박기라도 한 것처럼.


뜰 앞에 제멋대로 가지를 뻗치고 선 목련나무에 봉우리가 맺혔다. 많아봐야 열댓 개 정도? 키가 너무 커 흉물스럽다고 덜컥 베었다가 후회막급이었는데, 예상대로 작년 여름 내내 사정없이 가지와 잎을 피워 올리더니 드디어 꽃이 피려나 보다. 기원한다. 어서어서 자라 한낮의 볕이 따가워도 끄떡없는 그늘을 낳아다오. 네가 있을 땐 그 유익함을 몰랐다가 네가 사라지고 나니 뼈저리게 알겠더라.


봄이라고 좋아만 할 것도 아니다. 봄이 오니 몸과 마음이 들썩이고 근질거리고 숨이 막히고 짜증이 솟구친다.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이 참을 수가 없어진다. 최소한의 밥벌이조차도 확 집어던지고 가출하고 싶다. 묵묵히 견디던 삶이 지독히도 환멸스럽다. 할머니의 병이 깊다. 봄이 되면 당당히 두 발을 떼어 땅을 밟으리라 믿었건만, 할머니는 머릿속에 망상과 회한을 품고 호령하신단다. 아파도 좋으니 거기 그 자리에 그대로만 있어달라는 바램이 지나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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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3-1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을 읽었으면서도 왜 저 시를 놓쳤을까 몰라요...
목련이 등불처럼 피어나는데...
할머니....너무 많이 아프시면 안되요. 저 목련 등불 다 지기전에는...안되요

겨울 2006-03-1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는 글귀가 가슴에 와서 박혔어요. 목련꽃잎을 말리면 독한 향을 품은 진한 갈색으로 변해요. 떨어진 게 예뻐서 몇 번이나 주워 말렸다가 낭패를 봤던 기억이... 할머니는, 할머니는 많이 아파 하시지만 힘을 내서 살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요.

잉크냄새 2006-03-12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시절이었죠. 편지속에 떨어진 목련을 넣어보낸 기억이 있어요. 아마 편지가 도착했을 즈음에 가장 남루하고 참혹한 모습이었겠군요. 그래서인지 그 편지의 추억도 결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지 않은건가봅니다.
근데, 김훈의 목련에 대한 표현. 어쩌면 저의 머릿속을 환히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 2006-03-1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뽀샤시한 꽃잎이 그리 변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김훈의 글은 천천히 읽으면 구절구절이 시 같아요. 목련에 관한 저 부분에서 멈춰서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