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경기도 부천에 사는 오빠네 집으로 올라간 지도 벌써 두어 달이 지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랑 살겠다고 다시는 내려오지 않을 듯, 엄마와도 대판 싸움까지 하시고 올라갔다는 사실을 이제는 잊으신 걸까. 아침, 비몽사몽 중에 받은 전화 속 할머니의 목소리는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나약했다. 시골 엄마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나라도 잠깐 다녀가란다. 어디를, 부천엘? 거기가 어디라고 잠깐인가.
간밤에 할머니가 한잠도 주무시질 못했다는 올케 언니의 설명에 달리 할말을 잃었다. 그만 내려오시라고 그렇게 얘길 해도 들은 척도 안 하시더니, 이제는 언제 가느냐고 재촉을 하신단다. 그게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 좋아하는 손자가 위안이 되지 않을 만큼 몸도 마음도 편치가 않다는 것이다.
며칠 전의 전화에서 할머니가 이상하다며 엄마는 하늘이 무너진 듯이 굴었다. 자꾸 이상한 말만 하더란다 고, 올케언니가 놀라서 전화를 했더란다. 나이가 많이 드셨으니, 어떤 상황이든 담대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자고 말은 하면서도 솔직히 믿고 싶지가 않았다. 똑바로 서거나 걷질 못한다고 했을 때도 곧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도 믿고 있다. 그토록 강하고 독하신 분이셨으니 그깟 병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100세까지 사실 거라고.
엄마는 할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고나면 몸이 마구 떨린단다. 3월말, 축사를 짓는 급한 일이 마무리 되면, 할머니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단다. 현실은 현실이다. 종일, 책을 읽다가, TV를 바라보다가 불현듯 눈물을 뚝뚝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