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자동차의 앞 범퍼에 올라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발견했다. 햇볕이 따뜻하긴 했지만 참으로 발칙하구나, 생각하면서 아래를 보니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둘레둘레 주변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졸고 있는 노란 고양이를 지켜주는 것이겠지, 제멋대로 상상을 하다가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라는 책의 제목이 언뜻 떠올랐다. 봄은 고양이라고? 아니다 봄은 피곤일 뿐이다. 춘곤증이 무엇이냐고 되묻던 시절이 무색하게 올 봄의 나는 시들어 형편없는 나물이다. 게을러 때를 놓치고 버리면서 아까워 땅을 치는 냉장고 속의 봄나물들. 지금도 냉장고에는 그렇게 처치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다.
이 놈의 졸음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컴퓨터를 키고 앉은 잠깐을 빼고, 책이라도 읽어야지 싶어 푹신한 침대에 올라가 베개며 이불이며 보기 좋게 모양을 부리고 자세를 잡기가 무섭게, 비몽사몽의 세계로 날아간다. 앉았다가, 엎드렸다가, 눕는 삼단계의 단계를 반복하다가 전등을 끄는 것도 잊고는 잠이 드는, 행복하달 지, 슬프달 지 하여튼 자도, 자도 모자란 잠귀신이 들렸다. 불면의 긴 밤 보다야 쏟아지는 졸음만한 행복이 어디 있느냐고 누군가는 타박을 하더라만, 잠도 길면 병이다. 봄은 역시 피곤이다. 시린 겨울이나 뜨거운 여름날의 땡볕이 차라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