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깨비 아부지 ㅣ 내친구 작은거인 14
이상배 지음, 한태희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아부지가 들려주던 도깨비 이야기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아부지도 사라졌다.
사실, 아부지의 꿈이 먼저 사라졌었다.
아부지의 시간과 고향이 더 먼저 사라졌었다.
하지만, 알지 못했다.
아부지에게서 걸린 전화에 "???-" 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아부지는 도깨비를 만나러 간 것이다. 깨비골로 말이다.
- 어느 금요일 오후, 아버지가 사라졌다. 과장님이 된 이후로 눈코뜰 새 없이 바빠 나와 놀아주지도 못하던 아버지가 회사가 끝나기도 전에, 조퇴를 하고 갑자기 없어진 것이다. 엄마와 나는 걱정이 되어 아버지의 연락만 기다렸다. 갑자기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에서는 "???"소리만 들린다. 도깨비 이야기를 늘 해주어서 내가 도깨비 아부지라 부르던 아버지가 아무래도 도깨비를 만나러 간 것 같다. 그치만 엄마는 바쁜 아빠가 거길 왜 가냐며 날 핀잔 준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아버지가 좋아하는 장소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다 엄마는 깨닫게 된다. "그래, 맞아. 아부지는 도깨비와 친구였어." 아버지를 찾아 깨비골로 가기 위해 엄마랑 기차를 탄다. 난 기차가 좋다. 자주 타고 싶다고 하자 엄마는 이제 자주 타게 해주겠다고 하신다. 와, 신난다. 기차도 자주 탈 수 있고, 아버지께 이야기만 듣던 깨비골도 가볼 수 있다니...
- 과장이 되었다. 부인은 왠일로 엘레베이터까지 마중을 나와 나를 반기고 이제 부장이 되려면 열심히 하라고 다독거려준다. 그 때부터 내 이름은 이동순이 아닌 이과장이 되어 버렸다. 승민이에게 도깨비 이야기를 해 줄 시간 조차 없다. 가끔은 고향에 가서 마음을 쉬어보고 싶지만 아내는 그럴 시간이 어디있냐고 나를 다그친다. 몸도 힘이 들지만, 마음도 자꾸 지쳐만 간다. 부장님은 오늘 내로 끝내야 한다며 이과장을 자꾸 찾는다. 그동안 너무 무리를 했나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긴다. 꿈에서 아부지를 만났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아부지를 찾아뵈야겠다. 회사 일을 팽게치고 기차를 탄다. 한시간 반만에 도착하는 이 곳을 그동안 왜 잊고 지냈을까. 부모님의 산소와 내가 살던 집엔 풀만 무성하다. 이 곳을 왜 잊고 지냈을까. 내 친구였던 도깨비들이 나타났다. 옛날처럼 나를 반겨준다. 그래, 난 이 곳에서 살아야 한다.
여동생이 학교에서 돌아와 막 웃었다. 아빠가 이유를 묻자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아빠, 애들이 으름이 뭔지 모른대. 오늘 국어시간에 국어 선생님이 으름 이야기를 해줬는데, 애들이 아무도 모르잖아. 선생님이 아는 사람 손 들어보랬는데 나 밖에 없었어. 애들이 나보고 촌년이라고 놀렸는데, 그걸 왜 몰라?"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시골에 살고 계시는 것을 난 어렸을 때부터 행복이고 고마움이라고 생각해 왔다. 비록 도시에 살고있지만, 가끔씩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는 걸로 시골에 사는 것을 대신할 수 있었다. 곤충채집도 하고, 물고기도 잡고, 채소와 과일도 딸 수 있었다.
산업사회가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도시로 내몰고, 핵가족화는 발 붙일 흙이 있는 곳이 없는 사람들을 만들어냈다.
그런 과정에서 어린 아이들은 시골의 훈훈함과 정겨움을 알 수도 없게 되었다.
비록 어른들은 그 훈훈함과 정겨움을 잊은 것이지만 아이들을 알 수도 없다. 시골이라고 하면 컴퓨터도 없고 오락기도 없고 만화도 하루종일 나오지 않는 재미없는 곳일 뿐이다.
엄마아빠 무릎에 누워 옛날이야기를 듣는 장면도 사라지고 있다. 엄마아빠는 아이들만 보면 공부해야지, 학습지는 했니? 학원은 다녀왔고? 같은 이야기만 한다. 그리고 엄마아빠는 매일 돈 문제로 싸운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이 책은 모르고 지냈던 꿈과 환상을 알려준다. 칼로 찌르고, 총을 쏘고 두두두두 소리만 나는 기계가 아닌 ??? 웃는 도깨비들이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엄마아빠를 조른다. 시골에 가자고.. 도깨비를 만나고 싶다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이 책은 부모들이 앉아 아이들에게 읽어준다면 그들의 어린 시절의 꿈과 지금의 우리 가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한권의 동화책이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잊고 있었던 여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한번쯤 뒤 돌아 보게 만들어 줄 것이다.
<좋았던 구절>
"아부지, 어머니, 못난 아들이 보고 싶으셨지요!"
"오냐, 보고싶었다."
"저도 아부지 어머니가 보고싶었어요. 그런데도 자주 오지 못했어요."
"그래. 안다. 그래도 쉬어가면서 일해야지."
"쉴 수가 없어요. 제가 과장이 되었거든요. 일이 많아요."
"일이 많으면 복이지."
"어렵고 힘들어요."
"어려운 일이라도 쉽게 하고 쉬운 일이라도 어렵게 해봐라. 아부지가 농사 짓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