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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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길동전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동화이지만, 이 책은 조금 특별하다.

 이 책을 쓰고 그린 홍영우씨는 재일 조선인 2세로 차별 때문에 한국 사람임을 숨기고 살아야만 했다고 한다.

 그런 현실에, 홍영우씨는 아마 홍길동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을까?

 정의의 편에 서서, 불의에 대항하에 싸우는 홍길동은 정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할 만큼 멋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차별 속에서 살고 있을 재일교포 어린이들에게 홍길동같은 사람이 되어 꿈을 심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정의는 승리하게 되어 있다는...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이었지만 특별한 능력을 타고 있어서 그 능력으로 못되고 욕심많은 중이나 탐관오리들을 혼내주는 용감한 사람이 된다.

 그는 산 하나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넘고, 아이일 때부터 어른도 들지 못하는 바위를 번쩍번쩍 들며 짚으로 만든 사람을 주문을 외워 자기와 똑같은 사람으로 만드는 놀라운 능력도 갖고있다.

 파워레인저나 원피스의 고무고무팔이 부럽지 않은 능력이다.

 

 어렸을 때, 들은 옛날이야기는 "- 있었어. 그랬거든?" 으로 끝나는 엄마아빠의 조곤조곤 말솜씨가 내용보다 중요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부터 편안해지고 마치 진짜 있었던 일들을 듣는 것같은 환상에 빠졌었다. 그렇게 잠이 들면 꼭 그 이야기의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있었어. 그랬거든?" 같은 구어체를 사용함으로써 어렸을 때, 엄마아빠의 무릎을 베고 들었던 그런 이야기같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그 땐 귀에 쏙쏙 들어오던 이야기들이 책과 책의 그림을 통해 눈으로 들어오는 반가움이었다.

 

 이 책이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에서 처음 편찬된 책을 국내에서 재출간한 것이라 그런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책을 넘기게 되어있다. 또 붓글씨를 연상시키는 글자체에 세로 줄로 이루어져 있다.

 어렸을 때, 처음으로 세로줄을 접했을 때 그 새로움을 기억했다.

 "와- 와, 이 책을 세로로 써 있어. 아빠, 옛날 책은 이랬어?" 하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책이 쓰여진 방식에 적응이 되지 않아 어지러웠었다.

 그리고 처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책을 봤을 땐, 몇번씩이나 책을 넘기는 방향을 헷깔려 했었다.

 그렇게 볼 때, 어린 아이들이 접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특히 대형 서점같은 곳을 생각해 보면 유아용 도서, 아동용 도서가 따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책 크기로 가지런히 꽂을 수 있는 책은 마치 아동용 도서인냥 한 켠에, 크기가 큰 책은 마치 유아용 도서인냥 또 다른 한 켠에 꽂혀있는 것을 생각할 때, 이 책은 유아들 손에 쉽게 들어가리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유아들이 보기엔 무리가 좀 있고, 아동들이 보기에도 세로 줄에 넘기는 방향이 반대인 것은 충분히 어지러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뉴스에서처럼 초등학교 6학년이 차라투스트라를 읽는다는 대치동 아이들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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