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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과 사람은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인연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어쩌면 책과 독자역시 지독한 인연으로 엮여있는 거라 만남의 타이밍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딱 지금이 이 책이 나와 만나야만 했던 타이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베스트셀러에 이 책이 올랐을 때도 '공지영'의 힘이거니 하고 시큰둥했었고, 다른 사람들이 추천을 해줘도 평소에 나랑 취향도 비슷하지 않던 사람인데 뭘 하고 시큰둥했었고, 그러다가 부끄럽게도 영화화가 결정되고 주연배우 캐스팅이 사람들 사이에 논란이 되자 살짝 관심을 갖고 구입했다가도 책꽂이에만 꽂아둔 채 계속 미뤄두던 책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손에 책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라도 붙은 냥 이 책이 턱하니 내 손에 잡혀버렸다. 꼭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는 듯..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하루 밤 사이 다 읽어내버렸다는 말에 한 몫 보태기라도 하듯, 나 역시 책에서 손을 놓지 못했다.
이 책을 멀리 했던 이유랍시고 변명식으로 말을 하자면, 슬픈 소설이나 슬픈 영화를 보면 힘이 다 빠질 때까지 유난히 눈물을 쏟아내는 엄마를 닮은 나는 그래서 슬픈 소설도 슬픈 영화도 멀리하려고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이 울지 않는 부분에서부터 유난히도 울어재끼는 것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닌데도 창피할 때가 있다.
이 책 중간에 나와있는 한 구절처럼,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으로 찬 사이다를 붓는 것 처럼 싸아싸아했다.
힘이 드는 요즘이었다. 몸은 힘들지 않아도 마음이 너무 힘든 요즘이었다.
너무나 자주 가장 친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짜증나서 혹은 힘이 들어 죽어버릴 것 같다는 말을 되풀이 하곤 했다.
그리고 그 말은 결코 말 뿐만이 아니라, 정말 죽는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다들 너무도 쉽게 아무것도 아닌 냥 '가'버리는데, 정작 '가'의 세계를 원하는 나는 '멈춰'를 요구당해야만 하는 현실들이...
내 이상과 맞지 않는 현실들이 난 너무나 힘이 들었고, 마음이 타 들어가는 것 처럼 아팠었다.
그런 나에게 턱 하니 들어와버린 책은 정말 내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속삭여줬다.
한 여자와 한 남자의 마음아픈 사랑이야기를 빌어서.... 그들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하지만 사랑한단 그 말을 하기에도 짧았던 그 시간들을 말해주며, 아무리 힘이 들어도 지금이 너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그러니 힘을 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