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
사토 아키코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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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 사람들은 그림을 보는 데에도 뭔가 조건이 있어야 할 것처럼 생각한다. 그림의 배경지식에 대해 알 것, 화가에 대해 알고 있을 것. 하지만 그것이 꼭 그림을 보는데 필요한 것일까? 미술보기, 공연감상 등을 일련의 문화생활로 간주한다면 내 문화생활은 주변 사람들에 의해 어려서부터 꽤 윤택했던 편이다. 내 독서습관을 결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고모는 내가 어릴 적부터 미술전시회나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의 공연 등을 데리고 다녀주셨고, 특히 고등학교 방학을 이용해 유럽 여행을 후원해 주셔서 그 때 각국의 미술관들을 관람한 것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난 고등학교 때 미술에 대한 열망에 시달렸었고, 그 열망은 지금도 하는 행위가 아닌 보는 행위로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미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그림이나 화가에 대한 일화를 잘 알고있는 것은 아니다. 난 그냥 작가가 누구인지 몰라도 그림의 제목을 몰라도 그림과 대화를 나누는 묘한 공기를 좋아하는데, 내게 그림은 '본다'기 보다 '말한다'가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감상을 좋아한다 해도 늘 미술관에 찾아가거나 할 수는 없는 것이 내게 주어진 현실이다. 미술관과 늘 함께 하고 싶은 것은 마음 뿐이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란 늘 따르는 법이라 한 달에 한 번 정도 혹은 더 긴 시간의 간격을 두고서 한 번정도 마음의 휴식을 위해 미술관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 좋은 미술서적을 만나는 일이 되었는데, 이 책은 나름대로 그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었다.

     이 책은 여섯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서 각각의 챕터 주제에 맞게 다양한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존의 미술관련 서적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명화들도 포함되어 있어 반가웠다. 또 시대를 한정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고전미술 사이에 현대미술도 간간히 고개를 내밀고 있어서 좀 더 다양한 그림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들라크루아와 루오 그리고 터너의 그림이 반가웠는데 특히 루오 같은 경우는 내가 사는 지방에서 미술관이 문을 연 후 야심차게 기획했던 적이 있는 전시임에 반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감이 있어서 아쉬운 터라 그 반가움이 더 했다.

 

     안타까웠던 점은 일본인에 의해 쓰여진 책이라 '우리'라 표현할지라도 그 '우리'의 범주안에 나는 포함될 수 없어서 간단한 예시가 전혀 적용되지 못해서 의외로 그림과의 거리보다 화자와의 거리가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타국에서 쓰여진 책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그런 아쉬움보다는 책이 펼쳐 놓은 푸짐한 그림잔치에 조금 더 만족한 편이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화가의 재미난 일화 등을 담고 있어서 그림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 그림은 배경지식 등이 없어도 감상자의 적극적인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내 대화에 동참해 주는 존재이다. 작가나 배경지식을 전혀 알지 못해도 한 권의 좋은 소설에 몰입할 수 있는 것과 그림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금의 지식이 있다면 그 대화의 폭은 더 넓어지겠지만. 그리고 이 책은 그 대화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혀준다. 또한 그림 감상을 소수의 취미 혹은 어려운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그림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자, 이제 책을 펴고 그림과 대화를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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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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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부터 난 글짓기 숙제를 할 때면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 어려움이 날 찾아오는 건 내용을 풀어내는 과정이 아닌 제목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는데 내용은 다 완성시켜 놓고도 제목 때문에 오랫동안 고민했었다. 어떻게 몇 글자 안에 내가 할 얘기들을 압축하라는 말인가, 그것도 매력적이고 근사하게. 제목은 짧아야 한다는 편견이 날 오랫동안 괴롭혀 오던 어느 날, 난 그 노래를 들었다.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그래, 제목은 꼭 짧을 필요는 없는 거야. 그 후로 난 지금까지도 긴 제목에 매력을 느낀다. 고등학교 땐 '손 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라는 시집의 제목을 말하며 로맨틱을 외쳤고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라는 영화 제목을 들었을 땐 어떻게든 그 영화를 봐야겠다며 난리를 쳐댔다. 그런 내가 또 한 번 꽤 매력적인 제목에 압도 당하고 말았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이지민,문학동네,2008)이 바로 그 책이다. 내 귀에 생경한 작가 이름엔 일단 의심부터 하고 마는 못된 습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목이 주는 매력과 문학동네에서 출간하는 한국소설에 대한 믿음은 이 책을 넘기게 했다.

 

     이 책에 수록 된 아홉개의 단편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말한다. 단편집을 보다보면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특색있게 매력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동일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될 때가 있는데, 이는 굳이 뒤에 '해설'까지 가지 않아도 어느정도 느낄 수가 있다. 이 책의 코드를 눈치채게 되는 것은 성형중독 미미씨의 일화를 담은 '대천사'부터이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다 삶의 변화를 원한다. 표제작인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의 선숙 역시 마찬가지이다. 카프카 처럼 매력적이지만 나쁜놈을 사랑해 버린 것도 인정, 자신이 궁상맞게 그 남자에게 매달리고 있다는 것도 인정, 하지만 선숙은 쿨 할수 없다. 쿨하고 싶지만 그냥 지금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보통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며 자신을 위로하고 끊임없이 변화를 갈망하지 않았던가. 선숙은 사실 그 남자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허나 집으로 가는 길은 으레 지치기 마련(p.26)이지만 우린 끊임없이 집으로 가야하듯 그 남자 역시 자신을 밀어내는 듯 해도 또 다시 자신과 집으로 돌아갈 것임을 선숙은 믿고 있었던 것일 게다. 그러다 문득, 그 남자의 길 위에 자신이 없다는 걸 느끼는 순간 선숙은 쿨해진다. 그녀는 변화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소설 속의 모든 변화가 선숙처럼 쿨한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천사''오늘의 커피' 혹은 '불륜 세일즈'처럼 갈망하는 변화 속에서 결국은 모든 것이 허망해 보이는 다소 가슴이 무거워지는 단편도 있다. 그들의 그런 바람 안에서 '영혼 세일즈'의 선재의 다짐은 응원해 주고 싶기까지 하다. 허나 이런 변화도 외부의 영향에서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어디 우리가 존재 하나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던가.

 

     책을 덮으며 알았다. 이지민이란 작가는 낯설지만 이지형이란 작가는 들어봤음직 하다고. 그리고 기대할만한 또 다른 작가를 만났다는 것을. 책을 딱 두장 읽었을 때 나쁜 놈과 그 나쁜 놈의 손에 대한 묘사가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런 놈이 나쁜 놈이지. 그래, 그런 나쁜 놈이 꼭 손이 그렇게 생겼어. 괜히 맞장구를 치고 있었지만 왠지 가벼운 사랑이야기가 되지 않을까란 걱정도 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였던 셈이다. 분명 단편이 지니고 있는 소재는 이미 많이 닳고 닳아 식상하기까지 한 것이다. 성형중독이나 불륜, 원조교제 등. 하지만 그 소재들을 풀어가는 작가의 재주는 신선했고 남달랐다. 마치 매일 달라지는 스타벅스의 '오늘의 커피'를 9일 동안 마시고 있는 기분이었다.

     한 권의 재미있는 책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 재미란 단지 오락적인 요소만이 아닌 심적 충만함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더 즐겁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작가를 알게 된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변화'를 말한 이지민이란 작가의 앞으로의 '변화'를 즐겁게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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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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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랑만화를 보는 듯 유쾌하고 영화를 보는 듯 생동감 넘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이것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이다. 책 한권이 숨쉴 틈도 허용하지 않고 넘어간다. 누가 옆에서 내 책 읽는 모습을 봤다면 저도 모르게 "얼씨구씨구 넘어간다."고 흥얼거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 한권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긴 오랜만이었다. '완득이'라는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며 "아, 똥주 좀 죽어!"라고 외쳐대고 있었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어쩜 다 이리 하나같이 훤칠하고 인물들이 좋아, 푼수같은 누나(라고 늘 우기는)는 지나가는 고등학생들을 힐끔힐끔 훔쳐보다가 완득이에게 눈이 멈춘다. '어쭈, 저 녀석 간지 좀 나는데?' 라고 이 누나 생각하는 순간 알아챈다. 아차차, 이거 소설이지?

 

     왜소증이라는 장애를 타고 난 아빠,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삼촌(친 삼촌은 아니지만), 베트남에서 시집 온 엄마, 담임인지 웬수인지 도통 신원 불명의 담임 똥주, 킥복싱장의 관장님, 달콤하지 않은 첫키스 상대 윤하, 책 속 인물들 하나하나가 통통 개성을 튀며 두드러진다. 보통 주변 인물들의 개성이 너무 뚜럿하면 주인공이 죽는 법인데 그런 일례도 가뿐히 넘어섰다. 완득이는 결코 죽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인물들 사이에서 더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아이들과 부딪힐 일이 많다보니 종종 한 아이씩 들여다보고 생각해 보곤 하게 되는데 요즘 아이들은(요즘 아이들이라 표현하기엔 내 나이도 많지 않고 분명 내 또래에도 이런 아이들이 있었을테지만) 마음에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많아 보인다. 겉으로 잘 웃고 명랑한 아이가 알고 보면 가정사가 좋지 않다거나 어려운 형편의 경우가 있다. 이런 사정을 알고나면 더 마음이 아파온다. 저 어린 것이 속도 깊지. 그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말하면 그 얘기를 듣던 우리 어머니 이렇게 말하신다. "좀 보고 배워." 완득이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강해보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그 모든 상황을 이기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속으로 참 많은 것을 품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성품이 따스한 아이다. 그래서 자신이 꽁꽁 숨기고 있다는 것도 자신마저 잊어 버린다. 그냥 원래 이렇게 살아왔던 것 뿐. 그것을 발견해 주는 것은 담임인 똥주와 킥복싱 관장님이다. 그들은 완득이의 속에 있는 불꽃을 발견하고 그것을 밖으로 꺼내준다. 어른들의 역할은 이럴 때 돋보인다. 그렇게 얄밉던 똥주지만 서서히 마음의 벽을 허물어가며 그의 진심 역시 배워간다. 아마 똥주는 이렇게 생각했을걸? '역시 새끼들은 가르치는 보람이 있어. 공부 해서 뭐하냐, 인간이 돼야지.'

 

     누구나 살아가며 자신만의 문제를 마음에 품는다. 하지만 때론 그것이 잘못 풀어지기도 하고 그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을 지내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그 앙금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던가. 그 바람과 물결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방향을 만들어가야 하는(혹은 그래야 한다고 강요받는) 시기, 난 이 시기가 사람의 전체 인생 중 가장 고달프고 가장 힘든 시기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그 바람과 물결을 온전히 헤쳐나가지 않으면 설사 머리가 좋거나 집안이 훌륭해 대학을 잘가고 좋은 직장을 갖게 되어도 풀리지 않는 뭔가를 가지고 살게 된다고 본다. 그러니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나 환경이 아니라 '사람',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바를 혼자 다 끌어내면 좋겠지만 그건 조금 어려운 일이니 그것을 누군가 이끌어 줄 수 있는 일종의 멘토를 만나는 일이 아닐까 한다. 물론 똥주가 들으면 만득이 멘토는 무슨, 말만 좆나 멋지게 한다고 씨불놈이라고 내게 나불거릴지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지금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고민에 대해 깊게 보지 않는다. 자신들도 겪어 왔을 그 길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그 때 자신도 듣기 싫었던 그 소리들을 또 하고 또 하며 그 때의 심정으로 돌아가 보려 하지 않는다. 그런 어른들이 완득이를 만나서 그 때 그 마음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었으면 한다. 작가의 바람대로 나 역시 이 책을 많은 어른들이 읽길 소망한다.

    

     허나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하는 책이었다. 유쾌 상쾌 통쾌한 책임엔 틀림없었지만 이 책에서 담고 있는 모든 것들이 조금은 가볍게 다뤄진다. 소설이 사회문제를 깊게 다뤄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나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부당한 시선들은 심각한 사회문제이자 개선의 여지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인 고용주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도와주는 사람을 고발하는 '핫산'이나 (물론 이런 사람들도 존재하겠지만) 다소 제비처럼 보여질 수도 있는(작가는 책에서 제비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민구 삼촌등의 모습은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그들에 대해 바른 시선을 갖는 것을 방해할까봐 조금은 염려스럽다. 이들에 대한 조금은 깊이 있는 시선이 배재 된 마무리는 다소 아쉽고 싱거웠지만 '성장'소설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둘 때 완득이라는 청소년기의 아이의 마음을 정감있게 그려낸 것에는 박수를 보낸다.

     성장소설은 재미 있다. 우리 문학에도 좀 더 다양한 성장소설들이 완득이처럼 멋지게 등장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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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발명, 수 GO GO 과학특공대 1
정완상 지음 / 이치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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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어릴 적 고모와 함께 살았다. 고모는 내가 잠들 때면 옆에서 늘 책을 읽어주셨고 난 그 때의 그 것이 내 책읽기 습관의 시작을 만들어줬다고 믿고 있다. 지금도 고모는 종종 내게 네가 책을 읽게 된 것은 다 내 덕이라며 우스개를 하시고 난 그 말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러며 내게도 누군가의 습관의 시작이 되어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아직은 내 아이에 관한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그것은 사촌동생 중 가장 어린 녀석에게 향하고 있는데, 멀리 살아서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만날 때만이라도 좋은 책을 한두 권씩 읽어주거나 선물해 주고 싶은 것이 유독 이 녀석만 편애하는 내 욕심이다. 이 책 역시 이 꼬맹이에게 주고픈 바람으로 내가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이 처럼 모든 어린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해서 쓰여 지는 법이지만 결국은 어른들에게 먼저 선택된다. 그래서 어린이를 위한 도서들은 정말 남녀노소 누구나 다 설득할 수 있는 그 어떤 책보다도 양질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선 아주 훌륭하다.

  

     나날이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학구열이 높아지면서 남보다 조금 더 일찍 뭔가를 깨우치게 하고 남보다 조금 더 많이 뭔가를 알게 하고 싶은 부모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선 이런 욕심들이 반가울리 없다. 부모덕에 요즘 아이들의 지적 수준은 나날이 높아가곤 있지만, 과연 아이들이 얼마나 알차게 무언가를 배우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부모들의 그런 욕심과 아이들의 배움을 알차게 충족시켜 줄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1권은 ‘수’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이 된다. 아이들과 많이 부딪히다 보면, 어려서부터 수에 감각이 있는 아이들이 있고, 언어에 감각이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언어적인 감각을 보이는 아이들은 수를 어려워하고 조금은 거부하게 된다. 이 책은 수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더 없이 재미난 친구가 되겠지만, 수에 대해 어려움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에게도 더 없이 반가운 친구가 될 것 같다. 매쓰맨이란 아이가 등장해 수에 관한 역사를 이야기 하며 중간 중간 아이들이 호기심을 느낄만한 퀴즈를 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 수가 없으면 얼마나 불편할지 수가 없는 나라를 가상공간으로 창조해 내 아이들이 간접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니, 수에 어려움을 갖고 있었더라도 조금은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다.

     2권은 ‘암호’에 관한 이야기로 1권을 본 뒤 본다면 더 재미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른들도 ‘다빈치코드’나 ‘바이블코드’ 등 암호에 관계된 것이면 호기심을 느끼게 되면서도 정작 암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모르기 일쑤이다. 하지만 암호라는 것은 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수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세계에서 사용하는 암호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재미있는 암호의 세계와 더불어 앞서 만나본 수에 대해서도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이 책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학습 지침서 역할까지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자신이 배우고 있는 것들의 시작과 발전과정을 재미있게 알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리한 꼬맹이도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수’와 쉽고 재미있게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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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신비한 메시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더난출판사) 1
에모토 마사루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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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특히 존재에 관한 것이나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에 관한 것이 그렇다. 하지만 과학에 물들어 있는 세상에서 가끔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의 것들이 남아있음을 알게 되는 것은 설레고 기쁘기도 하다. 과학은 분명 우리를 '편리'하게는 해 주고 있지만 '자연' 그대로의 삶에선 점점 멀어지게 함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자연의 신비나 존재의 신비를 대할 때면 인간 그대로의 삶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따스해진다.
 

     하지만 나 역시도 문명의 혜택을 받고 살다보니 다양한 전자파와 물질 속에서 순수하지 못한 에너지를 많이 받은 까닭인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 책이 보여주는 경이 그 자체를 완전히 받아들이긴 힘들었다. 실험 자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는 것도 아니고 에모토 마사루의 실험 결과를 눈으로 쫓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사람이 하는 말을 완전히 신뢰하기 힘들었다고 해야 할까? 특히 이 실험 결과를 이용해 아픈 사람들과 상담을 했다는 것에서는 약간의 사기꾼 냄새도 지울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난 속세에 단단히 찌든 모양이다.

     물의 결정을 사진으로 찍은 것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물이 소리에 반응해 다양한 결정을 만든다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지만 글자에 반응해 다양한 결정을 만든다는 것은 처음에는 조금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책을 한장 한장 넘기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긍정의 마음이 생겼는데, 결국 본질은 물이 이해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언어는 다양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니 우리가 얼마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좋은 말을 선택하느냐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보여주는 물의 결정을 만든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놓치게 되는 것이고 내가 바로 그 오류를 범한 것이었다.

 

     책은 말한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고. 물은 소리에 반응해 다양한 결정을 만들어 냈고 (조금은 미심쩍지만) 글자와 그들을 채취한 장소,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다양한 결정을 만들어 낸다. 이는 세상 모든 것이 고유한 진동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 함은 나 자신도 나 자신만의 진동이 있다는 것인데, 물론 스스로는 그 진동을 느끼지 못하고 그 진동은 타인이 느끼는 것일테다. 타인에게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남의 시선에 자신을 옭아매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한 것이지만 때론 자신의 시선보다 타인의 시선이 더 나를 엄격하게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들이 느끼는 나는 그동안의 내가 만들어온 모습일터, 그 느낌이 예쁘지 않다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우리가 내뱉는 말의 중요성을 절대 잊어선 안됨을 물은 말해주는데, 난 말 자체가 고운 편이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해선 깊게 생각을 해 보았다. 당장 고치긴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 노력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믿든 말든 분명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그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물이 알고 있는 답은 결국 '사람은 답을 알고 있다'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에게서 그 답을 쉽게 찾지 못하는 것 뿐이다. 자, 물에게 사물에 반응하는 법, 사물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자. 그리곤 자신만의 답을 발견해 보자. 과연 난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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