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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 전, 신문에서 우연히 헤이온와이에 대한 글을 읽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내 신청에 의해 도서관에 비치된 <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리처드부스, 씨앗을 뿌리는 사람, 2003) 를 만났다. 책마을, 그것은 너무나 달콤하고도 그윽한 발음이자 이름이자 장소였다. 책마을, 그곳을 거니는 일은 아마 꿈과도 같지 않을까. 그런 꿈같은 장소를 이야기하던 책을 만나고 몇년 후, 우리나라의 저자에 의해 쓰여진 책마을을 다시 한번 만나게 되었다.
난 언젠가 헌책방을 운영하는 꿈을 꾸었다. 나이를 먹고 삶에 기품이 생기면 (과연 내 삶에 그런 것이 찾아올지는 다소 의문이기는 하다) 커피를 팔고 한 쪽에선 헌책을 파는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다. 지금의 헌책방에 주류를 차지하는 참고서는 뺄 생각이다. 내가 헌책방을 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겠지. "돈이 썩어났군. 망하려고 환장을 했군." 예쁘고 화려한 책이 독자를 유혹하는 지금, 그리고 그런 예쁜 책에 유혹당하는 독자도 드문 지금 헌책방이란 현실과는 괴리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허망된 꿈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영리만을 목적으로 새 책을 찍어내는 출판단지가 아닌 헌책을 모아 파는 사람과 시간 냄새가 폴폴거리는 마을이 생겨나길 꿈꾸게 된다.
아무리 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영리를 추구하지 않은 채 책방을 운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유럽의 책마을에서도 영리를 추구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판매나 축제의 장으로의 변모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내가 처음 만난 책마을 헤이온와이를 창시한 리처드 부스가 이끄는 책마을 연합에 가입하기 위한 돈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다소 씁쓸함으로 남는다. 책이 좋아서, 책과 함께 하는 삶을 택했다면 그들의 삶과 결과도 책처럼 조용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남기를 바라게 되는 건, 출판업계와 유통업체의 팍팍한 심정을 다 헤아리지 못하는 독자의 무리한 바람일까?
사진과 함께 하는 책마을 탐험은 흥미로웠다. 그저 단순히 책을 사랑하는 한명의 독자로서는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저자의 개인적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저자의 감성을 다 따라갈 수 없는 한계로 남아 아쉬웠지만, 유럽의 휘양찬란한 문화를 걷는 여행기가 판을 치고 있는 가운데 이런 곳을 소개하는 책을 만났다는 것은 기쁨으로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을 꿈꾼다. 하지만 그들이 꿈꾸는 유럽은 어떤 모양인가. 한번쯤은 저자가 걸었던 책마을을 걷는 여행을 하며 저자가 안타까워한 국내의 출판과 유통 부분에 공감을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헤이온와이, 내겐 그곳이 꿈의 시작이었지만 왠지 프랑스의 책마을들이 이젠 꿈에 더 많이 자리잡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