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탄생 - 현상과 실재, 인식과 진리, 인간과 자연에 던지는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의 현장
콘스탄틴 J. 밤바카스 지음, 이재영 옮김 / 알마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교 1학년 땐 술을 재미로 마셨고 대학교 2학년 땐 술을 눈치로 마셨고 대학교 3학년 땐 술을 아픔으로 마셨으며 대학교 4학년 땐 친교로 마셨다고 하면 웃기는 소리가 될까. 어쨌든 대학교 4학년 땐 그랬다. 선배들 사이에 끼어 앉아 이런 저런 얘기, 그동안은 안하던 이야기들까지 꺼내가며 인생을 토로했었다. 그 때 어떤 자리에서 한 선배는 철학과 사상에 대해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했고, 또 다른 선배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웃기고 있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난 그 이야기의 단 1%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난 또 혼자 말했다. "웃기고 있네. 다 개똥철학이지." 그랬다.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내게 철학은 웃기는 것이었다. 나만의 사상도 내게는 '개똥철학'이다. 를 외치던 난 당당했고 부끄러울 게 없었다. 하지만 역시 무식한 게 용감이란 말은 사실이고 사실이다. 그동안의 난 산을 한번 올라가보지도 않으면서 겉에서만 보고 산을 판단하던 사람과 진배없었다. 사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철학은 늘 알고싶지만 어려운 대상이었고 어떻게 알아가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우리 주변엔 수많은 철학 입문서라는 이름의 책들이 있지만 그 책들도 내겐 지루함과 따분함 이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탄생'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을 알게 되었고, 그 탄생이 내게 무엇인가 던져줄 것이라 기대한 채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사실로 바뀌었다.

 

      난 철학에 대해 거의 무지하다. 그런 내 입장에서 이 책을 말하자면 조금 힘들지라도 이 책을 통해 철학에 한걸음 다가가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 책으로 철학에 다가가는 것은 왜 우리가 철학을 이해해야 하는지를 먼저 깨닫고 철학을 알게 되는 것과도 같다. 그동안의 우리들은 어땠는가, 왜 알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어떤 사상을 추종하거나 혹은 조금 더 '아는' 사람 (실은 아는 '체'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이 되기 위해 각종 책들을 읽어대지 않았던가. 적어도 이 책을 통해 왜 알아야 하는지 이해하고 조금 더 깊은 사유의 바다로 들어가는 것이 어떨까.

      물론 이 책의 분량과 저자의 깊이 있는 조사는 이 책을 단지 철학 입문서로 만들지는 않게 한다. 오히려 철학 입문서라기 보단 철학에 대해 어느정도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읽었을 때 조금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되리라 생각한다. 허나, 시작부터 조금 높은 목표를 갖고 조금씩 독파하다 보면 그 다음 단계는 생각보다 쉬워지고 간단해 진다. 물론 과거부터 쌓여온 진리의 산이 쉬워질 수는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생각보다'이다. 그러니 철학에 대해 남몰래 짝사랑을 했으나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면 조금 천천히 하지만 끈기있게 이 책과의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에 나와있는 철학자들 중 어느 하나도 낯익은 이는 없었다. 그 중에 조금 친한 이를 얘기하자면, 수학 시간에 날 괴롭혔던 '피타고라스' 정도. 하지만 난 그를 지금껏 '수학자'로 생각했지 '철학자'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 이 역시 철학에 대한 내 잘못된 접근법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진리에 대한 첫 의문이 우리 인간들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주었는지 우린 이 책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 철학의 시작은 '질문'이었지만 그것은 단지 철학이라는 하나의 두려운 학문적 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수학, 물리학 등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묻고 싶다. 철학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그리고 그것은 진리인 것이냐고. 그것을 알기 전에 왜 그것을 알아야 하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냐고. 이 책은 단순히 '철학'이 탄생하는 그 과정을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제시한다. 좀 더 깊이있게 여러번 이 책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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