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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이들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로버트 스윈델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편견없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이 되는 것도 좋겠지만, 편견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사람만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나보다. 이른 아침 지하철 역을 지날 때 우연히 보게 되는 노숙자들을 보곤 늘 인상을 찌푸리고 멀치감치 돌아서 가게 된다. 그들이 나에게 해코지를 한 것도 아니고 내게 돈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지만 왠지 더럽고 냄새나는 그들을 피하게 되는 건, 아직도 난 많이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특히 요즘은 그들 사이에 어린 아이들도 찾아볼 수 있다. 그 아이들은 이유없이 나이많은 그들보다 더 두려운 존재가 된다. 나이많은 그들에게는 때때로 동정의 시선도 던져지지만 아이들에겐 동정의 시선 조차 던져지지 않는다. 집 놔두고 왜 나와서 고생인지, 하며 혀를 끌끌 거린다. 그 아이들이 왜 저기에 나와야 하는지 단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아빠가 다른 여자와 집을 나갔다.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고 그 인생에 끼어든 남자는 날 학대한다. 가족이 날 원하지 않게 되자 세상의 어디도 날 원하지 않게 된다. 난 길거리의 아이가 된다. 길거리의 아이들이라고 모두 노력 없이 구걸만 하는 것은 아니며 구걸을 하면서도 마음은 불편하다. 직업을 구하고 싶으나 어디에도 날 받아주는 곳은 없다. 자는 곳은 춥고 딱딱하지만 마음만은 아직 굳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우정은 생겨나고 사랑은 꽃이 핀다. 하지만 길거리의 사람이 되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우리가 사람이 아닌 줄 안다. 그래서 쉘터는 쉽게 우리를 처리한다.
책은 슬프고 비참하다. 하지만 눈을 뗄 수 없다. 이는 단지 작품의 배경이 된 영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길거리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고 노숙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가족에게서 외면당했고 사회로부터 또 한번 외면당했으며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서 외면당한다. 우린 같은 사람이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노숙자들이 납치되거나 살해당하는 비율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꽤 높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떠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이기에 누구도 이들이 사라짐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누구도 그들이 사라짐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無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 그는 얼마나 슬픈 일인가. 하지만 우린 그들이 그런 존재가 되는지도 알아채지 못한다. 정말 그들은 누구인가.
책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비참했으나, 가장 슬픈 것은 게일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링크는 얼마나 게일을 사랑했던가. 그들에겐 사랑의 보답조차 이렇게 돌아가야 하는가. 게일은 자동차를 타고 링크에게 얼마간의 돈을 쥐어준 채 떠났다. 난 왜 그 장면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는지 ...
책을 읽으며 이들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갖고자 다짐한다. 하지만 난 역시 변하지 않는 멍청이일 것이다. 또 다시 그들을 두려워하고 그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릴 것이다. 문학은 인간을 변화시키진 못한다. 그러나 얼마간은 그들을 보며 링크를 떠올리지 않을까, 그래서 내게 손을 내민다면 나도 모르게 잔돈을 쥐어주게 되진 않을까. 찌푸리며 내미는 내 손이 조금씩은 따뜻해 질 수 있기를, 내 손 뿐만 아니라 모두의 시선이 그들에게 조금씩 스며들어 주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