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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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국방부는 불온서적 23선을 발표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불온서적이야? 라고 어이없는 웃음을 짓다가 우연히 한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대안 불온서적을 찾는다는. 그리고 그 리스트에 우석훈의 저서가 당당히 위치하고 있었다. 이유는? 우리의 젊은 세대들에게 좌절만 안겨줬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글을 읽고 불온(不穩)이 아니라 불온(不溫)이라면 그럴만 하지, 라고 낄낄거렸다. 그 포스팅의 말처럼 저자는 앞선 책 <88만원 세대>를 통해 현재 20대 들의 불안한 앞 날을 얘기했었다. 그 책을 통해 우린 외면하고 싶었던 우리의 현실에 대해 직시해야 했다. 물론 내가 피부로 직접 느끼는 것은 책속 그것만큼 슬프고 좌절적이진 못했지만 조금만 눈을 크게 뜬다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10대들이 읽기를 바란다며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펴냈다. 앞으로 한국은 아주 근본적인 변화부터 이룩해 내야 하기에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질문들을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는 마주하기를 바랬던 듯 하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이라고 저자 역시 생각한 듯 하지만 역시나 쉽지는 않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학자로서 '전쟁 없는 상태'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의 우린 전쟁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 속에서 제국주의를 마치 우리의 생존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 정부의 상태이며, 저자는 이를 촌놈들의 제국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즉, 뭣도 모르는 놈들이 남들 다 하니까 한답시고 설치네, 정도로 봐도 무방하다. 이는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등을 통해 이미 공공연하게 사실로서 밝혀지고 있고 특히 이런 제국주의적 성향은 한중미 3개 국 안에서 서로의 입지를 크게 확장하려는데에서 더 심해지며 이는 전쟁으로 치달을 위험을 분명히 안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이라도 평화 인프라를 구축하여 전쟁 없는 상태를 유지하자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88만원 세대>에서 느꼈듯 저자의 주장은 과연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그리고 저자 역시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우석훈의 책은 더 절망스러운 것이다. 주장하고 싶은 것은 존재하지만 그 존재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

 

     그리고 더 절망스러운 것은 저자의 바람과는 달리 과연 얼마나 많은 십대에게 이 책이 읽혀질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읽혀진다 한들 그들 중 얼마가 이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십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하는 어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자체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내가 봐오는 현 10대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옆집 개가 짖는 소리보다 귀기울일만 하지 않고, 또 10대를 넘어서 20대에게도 먹히지 않을 소리 같기에 안타깝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차를 장만하는 10대의 90% 이상이 중형차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들 대부분은 -그리고 20대인 우리조차- 독립된 경제 관념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들은 부모의 그늘 아래서 성장했고 자신들이 경제 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부모의 도움이 있는 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들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허리가 휘청거릴지언정 그들의 생활을 유지시켜 주고 싶어한다. 문제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우석훈의 책들은 날카롭고 정확하다. 그 날카로움과 정확함이 조금 더 현실을 바라보게 해주고 우리에게 절망을 안겨준다. 그래서 우리는 안타까워진다. 현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 현실이 개선되기 힘듦 역시 알게 되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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