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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삭 ㅣ 놀 청소년문학 10
시몬 스트레인저 지음, 손화수 옮김 / 놀 / 2011년 11월
평점 :
텔레비전을 켰다. 텔레비전에는 내 또래의 한 여성이 자신의 신분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 앞에 붙는 그 말, '탈북자'였다. 상상을 해 본다. 그녀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몰래 탈출하는 모습, 그리고 그 후 정착하기까지 겪어야 했을 수많은 난관에 대해. 하지만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아닌, 내가 알 수 없는, 그리고 모르고 싶은 그런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태어나고 살던 나라를 벗어나, 몰래 배를 탔고 그 배와 버스 안에서 보냈던 수 많은 시간들에 대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이 휘둥그레 질 정도의 낯선 문화를 보았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그 광경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처음에 관해. 그리고 난민신청을 해 그것이 받아들여지기까지 겪는 모욕감과 거친 제도에 관해. 하지만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관심 갖지 않았고, 갖는다 한들 내가 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라 생각했고, 나와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이 있었으므로.
하지만 나와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텔레비전에서 본 그녀의 이야기, 내가 직접 들은 그 이야기들은 지금 내가 발붙이고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여러 곳들에서 일어지고 있는 실화였다. 그래서 그려지지 않고 이해할 수 없었지만 보고 들어야 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런 일들이 잦아들 수 있는지, 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했다. 나 하나의 고민으로 해결 될 일은 아니다해도 고민과 고민이 모이면 작은 방안이, 작은 방안과 방안이 모이면,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린 알아야 한다. 우리와 다른 또 다른 삶에 대해.
스무살도 되지 않는 한 소년이 바다를 건넌다. 위험천만한 그 시간 속에서 그는 죽음만을 본다. 희망을 갖고 떠나왔지만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결국 바다 속에 가라앉아 버렸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그것은 살고자 하는 욕구에 내재 된 폭력성과 이기심이었다. 그럼에도 그 속에는 여전히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 남아있어 사랑과 믿음은 지속되었고 그것이 그들을 살게 했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한 매력적인 휴양지. 하지만 그들의 눈에 그것이 보일리 없다. 그들은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다. 이젠 살 수 있다, 이젠 고향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 인생은 나아진다. 그들이 가진 미래는 노점상에서 근근히 살아갈 뿐인 것인데도 그들은 그것이 최고의 낙원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는 한 소녀는 그런 일들을 상상할 수 없었고, 다이어트를 위해 음식을 거부했고, 그 휴양지에서 지루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일들을 본 이후 모든 것은 달라져야 했다. 그들이 희망마저 버린 바다 위에서 마지막으로 잡은 인간에 대한 예의, 그것이 그녀의 마음 안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이 짧은 이야기는 이런 엄청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가 모르고, 외면하고 있는 일들이 결코 그래서는 안 될 일이며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 봐야 하는 지금 동시대의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들은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고, 외면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을 살게 하는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너무나 명백히 알게 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