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하지만 닥치면 안 될 문제도 있으니.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재수 없을 수, 있다. 김어준의 애티튜드는 확실히 그렇다. 그가 책의 도입에서 조국을 두고 그런 말을 했듯 그 역시 재수 없을 수, 있다. 마초적 기질의 남성에게 괜한 거부감을 느끼는 여자들이 그럴 수도 있고, 자신보다 잘난 수컷에게 괜시리 주눅드는 남자들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애티튜드와 화법을 떠나서 왠지 속 한 구석이 시원하다. 그건 부인할 수가 없다.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했던 <진보집권플랜>의 한계를 아쉬워 하며 지승호와 시작한 인터뷰는 '시국이 아주 급박하니 일상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 하자'며 시작 된다. 그리고  대통령이 어쨌든 삼성이 어쨌든 우린 꽤 살만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군사정권 이전을 떠올리면, 누가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그를 까는데 무사할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 이런 책까지 나온 것이다. 역시 우리의 삶은 아직 살만해 졌다. 그런데 김어준은 지금이 그 독재 시대와 다를 게 없다고 한다. 자신의 이익만 지킬 수 있다면 나라까지도 수익모델로 삼을 수 있다는 현 정권이 그와 무엇이 다르냐 묻는다. 그제야 알 것 같다. 자유라는 이름 하에 우린 얼마나 많은 우리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지, 얼마나 조삼모사 같은 계략에 빠져있는지, 그래서 조금은 다행이다. 이렇게 바른 소리를 겁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앞에 있다는 것에 대해.

     그가 말한 이 책의 타깃이 바로 나 같은 사람이었다. 쿨한 줄 아느라 정치에 관심 없어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멍청해서 관심이 없었던 거지만 어쨌든. 다음 대선 때 누굴 뽑을지 진짜 고민이었고, 그 놈이 그 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또 의무는 이행해야 하고 권리는 지키고 싶은 올바른 시민층이라 고만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후보 중에 골라야 하는게 영 골머리 아프더란 말이다. 그런데 나같은 사람이 타깃이라는 데에서 이 책의 위험성 역시 엿보여지는 것은 어쩌란 말인지는 사실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조금은 더 머리가 아팠다. 김어준이 말해주는 지금의 정치문제에는 공감했고,  몰랐던 것도 많이 알았으니 인지상정상 고맙지 않을리 없지만 백치에 집어넣는 지식은 여과없이 하나의 진리로 자리잡듯, 일부 사람들에겐 그의 말이 진리요, 모자란 자신에게 주는 한 줄기 희망같지 않을리 없다. 그러니 스스로 한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려는 노력 없이 무조건 그가 말한 세 글자 문재인만 기억할 소지는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이 책의 아주 큰 위험이다. 그럼에도 몇 번이나 말했듯 속이 시원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이런 비상시국을 몰랐다는 것에 자책을 안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닥치고 정치. 이쯤되면 그의 말에 100프로 공감하지 않고 약간의 필터링으로 핵심만을 받아들인 올바른 독자 정도는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