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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천신만고' 끝에 우석훈의 한국경제 대안 시리즈가 완간 되었다. 애초 출판사를 찾지 못해 '레디앙'이라는 새로운 출판사를 만들어가며(?!) 출판한 '88만원 세대'의 예상치 못한 성공 이후, 뒤의 세권은 그럭저럭 짧은 텀을 두고 무난하게 출판된 듯 싶지만, 최근의 2권 개정판 출간에서보듯, 그 또한 다소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어찌되었거나 한국경제 대안시리즈의 네번째이자 마지막 편인 본서는, 앞의 세권이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이 땅을 떠나지 않는 한) 행복할 수 없는 이유를 중점적으로 설명한 것에 반해, 주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극히 '수학적'이라는 그의 사고체계가 무색하지 않게 부제부터 수학 공식으로 이루어진 흔치 않은 책인 본서는 크게 세계경제사-한국경제사-대안제시를 다루는 세 파트로 이루어지며 여기서 무게중심은 역시나 마지막 편에 실려 있다. 이번 책에서도 역시나 그의 '무협지스런(?)'문제제기는 여전하고, 이는 이번에도 역시나 '호들갑스럽다'(혹은 과장되었다)는 류의 비판을 받을 여지는 있겠지만 역시나 논리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날카롭다. 무엇보다 지극히 사소한 사회현상의 원인을 분석하여 우리가 얼마나 황당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 고발하는 그의 재기발랄한 지적은 이번에도 역시나 가슴에 와 닿는다. 대학 학부생이나 심지어 대학원생을 염두에 두고 쓰여졌다고 하는 본서지만, 사실 고등학생이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쉽게 쓰여져 있는 것 또한 이전 편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본서는 이전의 세권에 비해 비교적 정통(?) 정치경제학적 서술이랄까 그런 냄새가 조금 많이 난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책 중 가장 '교과서스럽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자유주의적 흐름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추잡하게 진행된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 도입 과정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삶에서 '믿음'의 힘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를 보여준 듯 싶다. 여기저기서 문제는 경제임을 역설하지만, 사실 그때마다 한국 경제, 그리고 한국의 경제학은 대한민국 극소수의 부당한 부의 유지를 위한 주술적 교리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서 굳이 급진적이거나 혁명적인 이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데에서 시작하여 실현가능한 대안을 찾으려는 저자의 의도는, 유럽에서도 가장 우편향된 사회인 스위스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점에서 드러나듯 굉장히 '실용적'이다. 믿음으로 질식한 경제학을 이성의 힘으로 살려내기, 사실 우석훈의 작업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하기에 오늘의 우리에겐 외려 신선하게 읽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저자의 대안은 결국 '교육 정상화', '지방분권', '국가와 기업의 중간영역이라 할 수 있는 생협 등 제3의 영역 구축'으로 요약된다. 사실 교육정상화나 지방분권은 역대 어느 정부도 심심하면 하던 이야기라 크게 신선할 것은 없어보이지만, 본서의 대안제시는 오늘 우리의 언어로부터 소외되어버린 듯한, 일종의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로 전락해버린듯한 문제의 본질을 잘 잡아내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여담이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인적인 생각과도 거의 일치해 너무 반가웠다.) 특이한 것은 '제3의 영역'에 대한 강조인데, 이는 결국 저자가 '생활로서의 경제학'이라는 기본중의 기본으로 돌아가서 내린 결론이기에 오늘의 우리 사회에 더욱 참신하면서도 적절하게 다가온다.
'국민소득 만달러만 되면..', '국민소득 이만달러만 되면..'류의 말장난이 난무하는 시대, 우리가 이만달러가 못되는 것은 다 노조때문이다! 혹은 기업때문이다!라는 단순한 정치적 공세가 신문 경제면을 차지하고 앉아있는 시대, 경제학은 실종되고 경제 신학만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에 우석훈의 '기본적인 것을 쉽게 써내는'전략은 정말이지 평가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이야 말로 많은 대중에게 읽혀질 수 있고, 읽혀져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