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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 반양장, 전면개정판
한국산업사회학회 엮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사회학이라는 학문은, 그 정의 자체가 이름에 그대로 드러나는 바 문학이나 철학만큼 모호한 학문은 아닐 것만 같다. 하지만 사회학의 '사회'라는 말 자체의 다의성, 그리고 그 목적 자체의 모호함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학문이기도 하다. 실제, 20세기 초까지도 사회학은 '사회주의 학'으로 오해(?)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하고, 지금도 철학, 심리학 등 인접학문과의 경계가 모호하기는 하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고등학교 3년 내내 사회학과를 지망하던 나에게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잊혀지질 않는다. '복지사 자격증 갖는 것도 나쁘진 않지.'
본서를 처음 구입하게 된 것은 학부 마지막 학기, 사회학에 대한 동경이 사회학에 대한 이해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느즈막히 '사회학의 이해'과목을 수강할 때였다. 당시 본서는 강의의 교과서로 쓰여졌지만 강의 내용은 본서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이루어졌기에, 이후로 본서가 읽혀지기 까지는 거의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두서없는 나의 독서생활로 인해 이제서야 비로소 사회학 '교과서'를 읽게 된 셈인데, 교과서라는 측면에서 본서를 평가한다면 정말 '나쁘지 않았다.'
사회학은 그 다양한 연구 분야 만큼이나 방법론이나 접근법도 중요한 학문이다. 본서는 그러한 방법론과 이론 소개 및 사회 다양한 부분의 논점제시를 통해 교과서로서 필요한 덕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본서는 철저히 '우리 사회'를 염두에 두고 서술된 터, 그 어느 다른 사회과학 교과서에서 보기 힘든 실천적 적절성(?)이라는 미덕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덕분에-저자들이 목적한 바는 아니지만-오늘의 우리 사회에 대한 분석서로의 기능 또한 조금은 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논제들을 나열식으로 서술하다보니 지루한 면이 없지 않고, 교과서인지라 특별히 저자 개인의 주장이 드러난다거나, 참신한 부분이 있다거나 그런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하지만 본서가 교과서라는 점에서 참신함 같은 것이 외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 또한 고려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개인적인 아쉬움을 토로하자면, 본서를 미리 읽고 다른 사회학 서적에 접근했다면 나의 독서생활도 조금은 더 풍요롭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다면 다른 사회학 책에서 언급되는 기초개념만큼은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을 뿐더러, 장마다 나오는 참고서적은 각 주제에 대해 정말이지 도움이 될만한 고전들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고, 복잡한 사회를 조금 더 적확히 해석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먼저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루함만 참아낼 수 있다면, 결코 어렵지 않은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