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아시아네트워크 엮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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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시아를 모른다. 세계 풍물기행류의 프로그램에서 아시아를 보면, 외려 서양보다 더 이국적으로 느끼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정서다. 중국이나 인도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 나라의 언론이나 싸이트를 찾기보단 미국 언론사의 관련기사를 검색하고, 전쟁이 나고 있는 이라크 민중의 반응을 알기위해 중동 언론을 찾기보단 자연스레 CNN싸이트에 접속하며, 저 머나먼 이국 땅의 수도나 사회 체제, 역사는 줄줄 꿰도 당장 요 앞 인도네시아 인구가 세계 몇위인지조차 잘 모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아시아도 우리를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많은 인구가 서로 부대끼며 살면서도 이처럼 정서적으로 서로서로 고립되어 있는 아시아는, 때문에 역사적으로 수도없이 '당하기만' 해왔고, 이러한 문제의식의 기반하에 아시아의 몇몇 기자들이 모여,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를 보자'는 취지로 '아시아네트워크'라는 조직을 창설했다. 이 책은 그러한 아시아네트워크가 그동안 공동으로 소통해 온 작지만 소중한 결과물이다.

책은 그렇게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부 새로운 이야기들 뿐이었다. 사실, 우리네 현실상 더 깊게 들어갔다가는 도저히 읽을수 없는 책이 되어 나왔으리라. 쉽게 쉽게 읽히지만 그만큼이나 그간의 나의 무지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이 가까운 곳에, 이렇게 역동적이고, 이렇게 다사다난한 역사를 지닌 민중들이 생활해오고 있었다니. 마지막, 특별기고로 수록된 전 버마학생민주전선 의장 나잉옹, 혁명가에서 동티모르 대통령으로 변신한 사나나 구스마오, 얼마 전 사망한 하마스의 지도자 야신의 글들 또한 대단히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아시아가 아시아의 눈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그 첫걸음일 뿐이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미약한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현재 우리의 현실에선 차고 남는 것도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아시아의 비극이고) 이 기획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앞으로도 좋은 간행물들이 계속 출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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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가 확 보인다
이미숙.김원호 지음 / 학민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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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남미야말로 완전히 동네북 신세다. 보수언론 뿐만 아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뭐 걸핏하면 지껄여대는게 '이러다 남미된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들에게 '브라질의 수도가 어디죠?'라고 물으면 대다수는 상파울로, 혹은 리우데자네이로를 꼽는 정도다.-_-;;; 남미에 대한 이러한 태도에 있어 나 또한 그간 예외는 아니었으나, 이러한 행태가 남미 민중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 같아 얄팍한 상식이나마 쌓아보려고, 그들의 역사와 현실은 어땠는지, 위기와 극복(?)은 어땠는지를 알기위해 가격으로보나, 양으로보나, 내용으로보나, 비교적 부담이 적어보였던 이 책을 구입했었다.

'그나마'우리나라에선 남미 전문기자로 보여지는(?^^)문화일보 이미숙 기자와 대외경제연구원의 중남미 전문가인 김원호 위원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저자들의 분석뿐 아닌,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중간중간 겹쳐놔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으며, 남미의 현실이 비교적 생생한 것처럼(?진짜 생생한건지 아닌지는 남미사람들이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달려있을테니 패스)서술되어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남미이야기'가 당사국 입장에선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인지 반성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다.

미국에 대한 종속심화, 좌파쿠데타 혹은 우파쿠데타, 신자유주의의 실패와 좌파적 포퓰리즘의 실패 등등등, 우리가 단지 우리의 정치적 이유로 인해 함부로 재단한 '남미'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그러한 태도가 얼마나 남미 민중들을 무시하는 처사인 것인지, 우리가 얼마나 무식한것인지, 그 무식한 것조차도 몰랐던 행태에 너무도 부끄러웠고 이러한 상식조차 가지지 않고 마음대로 타 정파를 공격하기 위해 남미를 인용하는 정치인들에 분노가 느껴졌다.

사실, 이 책 한권을 읽고 남미가 어떻다. 정말 '확 보였다'를 논하는건 남미 민중을 무시하는 처사일 것이다. 하지만, 남미의 문제가 우리가 알듯 단순히 몇가지 요인으로 무 자르듯 정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울러 우리와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사는 그들이지만, 다양한 사회문제와 그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우리보다 '오랜 근대'속에서 이어온 그들에게 배울 것이 참 많겠다는 것. 때문에 앞으로 조금 더 깊이 있는 책을 읽고 생각해 봐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는 점 등을 건졌기에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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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교본 - 사진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브레히트 선집 7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 한마당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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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사진 시집'이라고 소개된 본서는 독특한 구성을 띠고 있다. 왼쪽에는 오른쪽 사진에 대한 기사체(실제 신문에 실려있는 사진 소개를 번역한 경우도 있다)의 설명이, 오른쪽 상단에는 사진이, 오른쪽 하단에는 4행시가 있는 형식으로 총 69편의 사진과 시가 실려있는데 브레히트는 이러한 형식을 통해 진정 전쟁이란 무엇인지, 전쟁 속에서 가해하는 자는 누구이고 당하는 자는 누구인지, 누가 누구의 편인지를 그 어떤 소설이나 사회과학 서적보다 뼈저리게 고발하고 있다. 

사실, 두께도 얇고 띄엄띄엄 적혀져 있는 시집인지라 단순히 한번 읽는다고 생각한다면 그리 긴 시간이 걸리는 시집은 아니지만, 사진과 4행시를 조금 긴 시간을 잡고 여유있게 읽다보면 그 어떤 전쟁영화나 소설보다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보장한다.

참고로 그는 이 '전쟁교본'에 이어, '평화교본'이라는 사진 시집도 내려고 했단다. 하지만, 단 한편의 4행시와 사진만을 남기고 사망한 터라, 그 평화교본의 제작은 우리에게 '행동으로'맡겨지게 되었다. 참고로 그가 평화교본의 초입으로 쓰고자 했던 유일한 한장의 사진과4행시는 본 책의 뒷표지에 수록되어 있는데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있는 학생들의 사진 아래 다음과 같은 4행시가 적혀있다.


잊지 말아라, 너희보다 못할 것 없는 많은 사람들이 다퉜다는 걸,
왜 자신들이 아니라 너희가 이곳에 앉을 수 있느냐고.
책 속에만 파묻히지 말고 함께 투쟁하여라.
배움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워라, 그리고 그걸 결코 잊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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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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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도 아프고 눈도 아파서, 어지간하면 서점에서 책을 읽지는 않는 편이지만, 이 책만큼은 서점에 쪼그리고 앉아 끝까지 다 읽었다. 작가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내가 그의 다른 작품들(카스테라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몇권이나 구입했는지를 안다면, 박민규씨도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

책은 서점에서 쪼그려서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다. 도색잡지를 보다 들킨 '나'는 엄마를 불러오기는 죽기 보다 싫어서 '슈퍼맨을 흉내내다 죽은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옥상에서 뛰어내리지만, 이 때 정말 거짓말처럼 슈퍼맨이 나타나 그를 구해준다. 그리고 그는 워싱턴의 정의의 본부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다가 결국 '바나나맨'이 되어 세계를 구하...는줄 알았는데, 그냥 뭐 계속 허드랫일만 하다 정신병원에 버려져 한국으로 압송(?) 영어강사로 근근히 벌어먹고 산다는 내용정도 되겠다.

본 책에서는 수많은 영웅들이 나온다. 슈퍼맨, 베트맨, 원더우먼, 로빈 등등. 이들은 당연히 미국의 세계지배를 상징하며, 바나나맨은 이들을 영원히 응원하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박민규씨의 문체는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신인상'수상작인만큼 다소 아직은 조금 어색한 부분도 적지않게 발견된다. 마치 영화에서 자연스레 시나리오를 풀어나가다가 대뜸 어떤 인물이 나타나서 지금까지 내용을 주구장창 강의해주는 것처럼, 이 소설에도 가끔씩 그런 부분이 보인다는 것이다.

분명 신선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아직은 무언가 덜 여물었다. 이 정도가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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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75
강성호 지음 / 책세상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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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씨가 어떤 강연에서 왈 "여러분들, 역사가 고대 지나서 중세 지나서 근세 살짝 걸치고 근대지나 지금에 왔다고 생각하시죠?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일텐데, 이런 식의 역사인식을 하는 사람들은 맑시스트에요"

물론, 당시 김용옥씨의 이 발언은 마르크스의 사관을 비판하기 위한 전제로 한 발언이었지만, 이 발언만 봐도 일반인들의 인식에 맑스주의 사관이 알게 모르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알게 해 준다. 하지만, 이러한 맑스주의 사관은 스탈린주의에 의해 단순화, 직선화, 경제주의로의 환원화되어 많은 '구멍'과 이론적 모순을 노출시켰고, 이는 포스트모던 역사학이라는 새로운 조류가 탄생하는 원인이 되었다.저자는 그러한 스탈린주의 사관을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이 책을 시작한다.

책은 단순히 이러한 단선적인 스탈린주의 사관을 비판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본서에는 스탈린주의 사관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 또한 잘 정리되어 서술되어 있다. EP톰슨과 앤써니 기든스, 쿠진스키와 월러스틴, '역사작업장'지와 서발턴 연구집단의 시도, 그리고 에릭 홉스봄까지 수많은 걸출한 맑스주의 역사학자들의 다양한 작업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극복하지 못한 한계까지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포스트모던 역사학의 난점을 비판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러한 역사학 조류로 인해 역사학이 더욱 풍요로워졌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러한 포스트모던 역사학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면서도, 오늘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직도 맑스주의는 실천적 함의를 가지고 있기에 여러가지 좌절을 통한 경험을 거울삼아 새로운 맑스주의 역사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은 분량에 이렇게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잘 정리, 분석하고 자신의 주장까지 빠뜨리지 않은 저자의 능력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역사학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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