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한겨레신문 월구독료가 올랐다(15,000원→18,000원). 지지난 주인가 신문 1면에 안내문이 실렸길래, 공고 전에 1년 계약으로 구독하던 사람까지 적용하는 건 좀 부당하다고 고객센터에 글 올렸더니 이번 계약기간 동안은 기존 구독료대로 납부하라고 했다. 대신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한겨레가판대앱 무료이용은 못 하고, 구독료납입은 본사로 자동이체하던 방식에서 지국에 지로납부하는 방식으로 해야한다고. 난 뭐 앱은 상관없고, 지로납부는 귀찮지만 어차피 인터넷으로도 되니까 그러겠다고 했는데

 

오늘 지로용지가 신문이랑 같이 왔길래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납부를 하는데 지로 청구인명으로 뜨는 것이 [중앙일보고객서비스센터]. -_- 지국에서 여러 신문 함께 취급하는 걸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지만.. 내 계좌의 거래내역에 저런 이름이 찍히는 건.. 좀.. 싫다. 그냥 기부하는 셈치고 인상된 요금대로 낼 걸...

 

암튼 한겨레에 3월부터 <조국의 만남> 코너가 새로 생겨서 좋아라하며 보고 있는데, 첫 인터뷰대상자였던 무한도전 김태호피디♡를 시작으로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성근 야구감독,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이신 전순옥 국회의원 당선자 그리고 지난 주 문재인의 인터뷰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대상인 분인지라 신문에 본기사가 실리기도 전에 인터뷰 내용이 언급돼서 빨리 읽고 싶었던 차에, 막상 신문을 펼치고 눈으로 보게 된 사진 한 컷이 어찌나 훈훈하던지. 이 인터뷰들 어차피 나중에 모여서 단행본으로 나올테지만 그래도.. 하며 차곡차곡 모으고 있는데, 이번 기사는 완전 더 못 버리겠어..

 

<조국의 만남> 문재인 인터뷰 보기

 

정치인에 대한 지지여부 기준이라는 것이 당연히 그 사람의 철학과 가치관, 그것에 기반한 구체적인 정책이 되어야 하겠지만 개인적인 매력을 포함한 외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는 없는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은 여러모로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일단, 실언이 잦고 행동거지가 진중하지 못했(다고 비아냥을 많이 받았)던 고졸 노무현과 달리 이 곳 부산에서 꽤 먹히는 이유가 바로 저 중후한 외모 덕분이기도 하니까. '대졸' 법조인 이력에 안정된 이미지가 적극적인 지지로까지 이어지는 건 별도로 치더라도, 최소한 노무현에게 쏟아졌던 유치한 공격들을 받고 있지는 않다.

 

노무현의 걸음걸이조차 못마땅해했던 엄마도 문재인은 볼 때마다 인물 괜찮다고 좋아하시는데, 뭐 이건 그냥 엄마 한 사람의 반응에서 엿볼 수 있는 변화이고 아니 그 자체로 변화라고까지는 말 할 수도 없지만, 단지 인물에 대한 단순한 호감일뿐이더라도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정치적 변동을 이뤄낼 수 있는 힘이 된다면 그것도 꼭 나쁜 건 아닐 거다. 물론 이런 방식은 분명 지양되어야 할 것이긴 하지만 이미지에 취약한 대중의 속성이 사라질 리는 없을 것이고, 결국 실제로도 존경할만한 분이 좋은 용모와 이미지로 어필까지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테니까.

 

근데 왜 새삼 외모 타령.. ㅎ 저 사진 보면서 어휴 진짜 그림 된다 그림 돼, 감탄했는데 다시 봐도 그렇구나. '그림 된다'는 게 오로지 생김새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살아온, 살아가고 있는 삶과 그 이야기들이 갖는 아우라 덕분에 빛나 보이는 것이지. 저런 외모로, 보온병을 진지하게 살펴본다거나 남의 집 아들 몰카 현상공모하고 MRI 불법입수해서 농간질이나 친다면 그림 되니 어쩌니 우스갯소리나 할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속편하게 외모 운운 하는 건, 그저 존경할 뿐 달리 할 말이 없는 분들을 향해 순수하게 우러나오는 팬심의 일부. ㅋ

 

이렇게 좋은 분을 정치인으로 얻었지만 내 평생 그토록 마음을 다해 좋아한 적이 없었던 정치인을 잃은 슬픔은, 또 그저 슬픔. 마침 요 며칠간 [노무현 평전]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다른 책을 고르느라 들락거리다가 이 책이 5월 23일 '오늘의 알사탕 도서'인 걸 알았다. 보자마자 웃겨서 큭 하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이제 알사탕까지 감동적인 알라딘, 3주기는 알사탕 덕분에 웃어요. 하하하 ㅜㅜㅜ

 

그리고 마침 이런 글이 올라와 있는 걸 봤다.

 

 "노무현 3주기, 그는 실패한 대통령일까" 


오는 5월 23일은 노무현 대통령 3주기다. 1주기가 슬픔을 잊지 못한 추모의 공간이었고 2주기가 조금은 무던해진 기억의 시간이었다면, 이번 3주기는 인간 노무현을 넘어 역사와 시대 속에서 성찰을 시작하는 새로운 계기가 아닐까 싶다. 마침 국내 유일의 평전 저술가 김삼웅이 노무현 탄생 65주년(2011년 9월 1일)에 맞춰 연재를 시작한 <노무현 평전>을 선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후 100여 권에 가까운 관련 도서가 나왔지만 ‘평전’이라 이름 붙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일생 전반을 조밀하게 짚어가면서, 저자가 끊임 없이 되묻는 질문은 두 가지다. “노무현은 실패한 대통령이었을까?”, “노무현은 패배자일까?” 3년이란 시간, 섣부른 대답일 수 있겠지만, 후임을 겪어보고 수구언론의 덧칠을 벗겨보니 비로소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뒤틀린 권력구조 속에서 보복성 토끼몰이에 갇혀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패배자였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바보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정치학자 노무현, 사상가 노무현, 인간 노무현. 끊임없이 노무현과 노무현 정신을 말하는 우리 시대가 과연 노무현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충실한 사료를 바탕으로 서술한 <노무현 평전>은 기억과 추모를 넘어 성찰을 시작하는 괜찮은 출발점이다. - 인문 MD 박태근

 

<편집장의 선택>에 짤막하게 실린 글은 때론 전혀 와닿지 않아서 그냥 스쳐 지나가기도 하지만 때론 이렇게 가슴을 콕 찌르기도 한다. 책이 '노무현'의 평전인 탓이기도 하겠지만, 책소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감상에서 '아마도 연필을 쥐었다면 힘주어 꾹꾹 눌러 썼을 것같은'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일 수 없지만 개인적이지 않을 수도 없는 이런 글, 단어 선택과 문장 구성마저도 새삼 눈에 박힌다.

 

노무현은 패배자일까. 이의는 없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의 실패가 우리에게 던져준 의미는 다시 천천히 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막연하고 값싼 위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노무현으로 인해 희망에 부풀었고 노무현으로 인해 절망했으나, 그 과정에서 직시하게 된 현실을 통해 그의 꿈과 좌절을 한단계 더 나아가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노무현 안에서 꿈꿨던 세상을 노무현 밖에서 더 크게 꾸게 됐으니까. 우리가 노무현을 겪은 경험 자체가 하나의 의미이기도 할 거다. 그의 실패는 교훈삼아, 그의 성공은 모범삼아, 세상을 변화시켜나갈 새로운 방향과 에너지를 갖게 해주는 의미.

 

2000년대를 노무현으로 시작했고 노무현으로 끝냈던 세대가 지금의 2010년대를 거쳐 30대, 40대, 50대, 60대로 점차 넘어갈 때, 이 땅에서 이제는 실패하지 않을 새로운 노무현들이 탄생할 것이라고 믿는다. 시간이 흘러 나이 먹는 것이 노무현이 던져준 의미냐, 한다면 그것도 맞는 말이다. '노무현을 겪은 세대'가 살아가는 시간이기 때문에. 뜨거운 쇳물에 담금질을 반복하면서 견고해지는 검처럼, 뜨거웠고, 식었다가, 다시 뜨거워질 땐 예전의 무른 검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참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많이 고마웠고 결국엔 그리운 노무현... "잘 지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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