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수 전 현대미술관장 해임 무효
서울고법 ‘규정위반’ 국가주장 인정안해
문화계 진보인사 ‘표적성 물갈이’에 제동
김윤수(74·사진)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해임한 국가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박병대)는 김 전 관장이 국가를 상대로 낸 계약해지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채용계약 해지는 무효이므로, 해지 이후 계약기간 만료 시까지의 급여 합계 8193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김정헌(64)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해임처분 취소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문화계 인사에 대한 ‘표적성 물갈이’에 제동을 건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전 관장이 ‘미술품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은 인정되나, 공문에 ‘진위 확인’과 ‘가격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고,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면 당시 미술품 중개사는 다른 미술관 등에 작품을 매도할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보면 국가의 주장대로 ‘가부를 미리 약속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충분한 가격조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수량이 한정된 작품들은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데다가 이 작품은 오로지 한 점이어서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감정가격, 유사한 실거래가격이 없는 상황에서 중개사가 제안한 견적 가격을 기준으로 예정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작품은 세율이 0%인 무관세 품목으로 굳이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해 세관장에게 신고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계약 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국가의) 채용계약 해지는 효력이 없다”고 결론을 냈다.
김 전 관장은 2003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채용계약을 맺었는데 문화부는 임기 만료(2009년 9월)를 1년여 앞둔 2008년 11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문화부는 당시 김 전 관장이 마르셀 뒤샹의 작품인 <여행용 가방>을 사들이면서 계약 체결 전 결정 사실을 중개사에 알리고 관세청에 신고하지 않는 등 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관장은 진보 미술계의 원로로, 해임 전 유인촌 장관이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지닌 기관장은 물러나야 한다”며 사실상 그의 사퇴를 종용한 바 있다. 계약 해지 무효 소송을 냈다 1심에서 패소한 김 전 관장은 항소심 진행중에 계약기간이 끝나자 미지급 급여를 청구하는 것으로 청구 취지를 바꿨다.
김 전 관장은 “누명을 쓴 채 해임돼 불명예 퇴진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냈던 것”이라며 “명예를 회복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송경화 노형석 기자 freehwa@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159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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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무관세품목'을 가지고 '부당이득을 위해 관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우긴 건-_-
아 정말... 답다 다워...
여기저기 기사를 접하다보면 문화예술계는 완전히 초토화되고 있는 거 같다.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지닌 기관장'은 마구잡이로 캐내던 정권 초기,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도 점점 알기 힘들게 되어가고 있는 구조속에서 커져가는 건 그저.. 암담함.
가끔, 매일 삽질현장을 목도하는 현재보다도 망가진 거 수습해야할 정권 끝난 이후가 더 무서워서 몸서리가 다 쳐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