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정치] 서평단 알림
하나님의 정치 (양장) - 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새로운 비전
짐 월리스 지음, 정성묵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서평단 도서 :

서평도서가 도착하여 포장을 뜯자 동생이 책을 보고 "그런 책도 읽어? 그냥 갖다 버려." 라고 한마디를 했다. 제목만 봐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나 경찰청장을 대표하여 그 외 수많은 공직자들이 당당하게 종교 커밍아웃을 해대는 시류를 타고 황당한 소리를 늘어놓았을 것만 같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크리스천에게는 스스로의 양심에 좀 더 귀 기울일 수 있는 기회를, 크리스천이 아니며 기독교에 다분한 반감마저 갖고 있는 나같은 독자들에게는 가슴에 작은 울림을 일으키는 책이 바로 [하나님의 정치]이다.

저자는 말한다.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크리스천임을 밝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크리스천임을 말하면서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것(오히려 반대로 가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종교가 세상이나 정치에 관여해야할 지의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관여할 것인가의 고민"이 핵심인 것이다. 생명을 중시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섬긴다는 자들이 전쟁을 정당화하고, 세상의 낮은 곳으로 임하는 예수의 모습을 우러러본다는 자들이 부자들을 위한 정책에만 골몰하는 것을 신랄하게 질타한다. 성경의 가르침을 받든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회복하여 잘못 들어선 길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저자는 한결같이 목소리를 높인다.

예수는 공화당원도 민주당원도, 우파도 좌파도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표를 얻기 위해 크리스천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고 비판한다. 권력과 결탁하여 사사로운 이익에 휩쓸려 종교 본연의 가치를 상실한 종교인들에게 일갈한다. 예수가 전쟁을 일으켜 사람을 죽여도 된다고 말했나? 예수가 가난한 자들을 짓밟으라고 했나? 이 세상은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라고 떠드는 그들이 어째서 하나님의 피조물인 환경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는가? 그리고 또 수많은 기독교 유권자들은 왜 그런 거짓 크리스천을 강력하게 지지하는가...

독실한 크리스천임을 자부하는 부시의 정책들을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그가 진정한 기독교인이 아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매케인)와 공화당을 지지하는 크리스천은 여전히 넘치도록 많고, 지난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며 몇몇 공화당 텃밭까지 이겼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가 양심이나 정신적 가치 따위 때문이 아니라 부시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의 반대급부였다는 것 또한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오바마가 크리스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행보나 정책기조가 훨씬 더 예수의 가르침에 충실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기독교인인 부시는 최소한 이 책 속에 나오는 성경 몇 구절에만 충실하여도 위대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나마저도 책 머리말에 언급된 성경구절을 보고선 문득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 오랜만에 성경책을 꺼내어 책을 읽는 내내 옆에 두었다. 예전에 교회에 함께 다니자고 끈질기게 권유하던 누군가가 선물해준 것인데, 무심히 펼쳐 맞닥뜨린 글귀들은 내게 잔잔하고도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복음 25:40)"

글쎄, 경험상 기독교인인 지인들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를 예수 대하듯 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교회에서 단체로 자원봉사를 하거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행'은 많이 하지만 거리에서 동남아 노동자나 행색이 초라한 사람들을 짜증스럽게 피해다녔고 학벌이나 직업 등등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교회에서의 자아와 일상에서의 자아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제는 부산의 한 교회에서 목사와 그 아들이 자신의 교회문을 발로 차는 중학생들을 감금하고 가스총으로 위협했다는 기사도 나온 걸 봤다. 다소 극단적인 경우에다 '한국형 교회'의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있을 사건이지만, 일반교인은 물론 목회자들도 이럴진대, 진정한 종교적 가치를 올바르게 내재화하지 못한 자들이 권력을 얻음으로써 세상에 끼치는 폐해란 일일이 표현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일단은 부시만 보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역할을 강조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읽는 내내 가슴을 울렸다. 종교가 정치에 어떻게 영향을 끼쳐야 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구원해나가야 하는 지를 인간 본연의 양심에 기대어 진심 어린 해답을 제시하려 한다. 종교를 통해 개인적 삶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사회 정의를 위한 책임을 깨우침으로써 예수의 가르침에 진실로 부합되는 정당을 지지하고, 그런 후보에게 투표를 하고, 그러한 진실된 믿음으로 세상을 똑바로, 꼼꼼히 바라보기를 열망한다. 그리하여 그 모든 믿음 속에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가 존재하는 것임을, "우리가 기다려 온 인물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라는 에필로그로 끝을 맺는다.

종교에도 보수와 진보가 있다는 현실은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듯도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인데, 그것을 선택적으로 해석하고 때로는 왜곡하는 일부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인한 결과일 것이다. 아니, 이렇게 간단히 말할 문제는 아닐 터이지만, 무엇을 보수적으로 지켜야 할 지 무엇을 진보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한 고찰 대신 내 지위와 내 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기준으로 보수적 색채를 띠는 교인들이 많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을 대하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대하는 것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기독교인들이 같은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을 하나님 대하듯이 했다면, 그리고 그 마음을 사적인 영역에서나 공적인 영역에서나 잃지 않고 독실하게 걸어왔다면 기독교가 이토록 본연의 가치를 상실한 채 정도에서 멀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현실의 논리와 개인의 이익관계를 위해 종교를 오용하거나 남용하지 말고 세상을 종교적 언어로 볼 수 있는 진실된 믿음을 회복해야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주위의 기독교인들이 종교인과 생활인의 괴리를 극복하고 또 저 위정자들이 종교적 양심에 바탕한 신념을 공적인 영역에서 멋지게 실현시켜 최소한 개독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게 되기를... 작지만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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