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꿈처럼...


생판 남의 입장에서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숨이 막혀버리는 일들을 직접 온 몸으로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서른 초반 여성의, 그러나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을 내면의 단단한 이야기. 어린 시절 친구의 팔을 고쳐주고 싶다며 의사를 꿈꿨고 하루하루를 그 꿈으로 채워왔던 시간들이 정말 꿈처럼 말도 안 되게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내팽개쳐진 지금, 이미 벌어진 일은 그저 받아들일 뿐 그 일들이 앞으로의 시간까지 잠식해버리지 못하도록 차곡차곡 일상을 꾸려가는 모습이 담담하게 빛나는 책이다.


시시콜콜 복작복작


진짜는 강하다. 지저분하게 뒤틀린 언어들이 아무렇게나 쏟아내는 가짜 모습들은 진짜가 나오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진짜 모습, 진짜 목소리를 자꾸 보여줘서 좋다. 지금처럼 맛집도 찾아다니고 전시회도 보러 다니고 제주도도 가고 좋아하는 태국도 가고, 자꾸 자꾸 갔으면 좋겠다. 어디든,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그렇게 "시시콜콜 복작복작"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어느 날 문득 지금 내가 선 곳이 너무 낯설어 슬픔이 차오를 때도 있을 지 모르겠다. 이 책은, 그렇더라도 지금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무엇보다 자신의 힘으로 너끈히 일어설 것임을 믿게 하는 씩씩한 책이기도 하다.


건승!


오늘 아침 뉴스공장에서 조국 전 장관이 "법률적 결과를 존중하나 비법률적 방식으로라도 명예를 회복할"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줌 권력의 일시적인 패악질이 앞으로의 조국과 앞으로의 조민의 시간까지 침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여정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짧은 리뷰라도 쓴다(세상에 몇 년만의 글이람). 이제 <디케의 눈물>을 읽을 거다. 아주 옛날 조국의 시민강연 때 받았던 사인 속 한 단어처럼, 두 분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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