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
천만 비정규직 시대의 희망선언
지은이 : 홍명교
그린이 : 박건웅ㆍ심흥아ㆍ전지은
분 류 : 사회
면 수 : 304쪽
가 격 : 13,800원
■ 내용 소개
홍대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그리고 우리
2011년은 ‘유령’들의 힘찬 ‘주먹질’로 시작되었다. 새해 벽두에 집단해고를 당한 홍익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이 장장 49일간의 점거농성을 벌이고, 끝내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냈던 것이다. 대부분 50~70대 고령의 여성인데다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 청소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 유령처럼 취급돼왔던 이들이다. 월 75만 원밖에 되지 않은 저임금과 멸시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일만 하다, 생에 처음으로 기득권에 맞선 이들의 싸움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 책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는 홍익대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싸움을 매개로 하여, 노동인구 세 명 중 두 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노동’을 이야기하고 있다. ‘천만 비정규직 시대의 희망선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에는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으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청년 세대이자 ‘젊은 사회주의자’인 저자 홍명교가 목도한 ‘절망의 현실’과, 그가 온몸으로 저항하고 좌절하며 길어낸 ‘희망의 이유와 방법론’이 담겨 있다. 여기에 만화가 박건웅, 심흥아, 전지은이 각각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가족, ‘불안정청춘’ 20대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린 단편만화 세 작품이 더해져, 감동을 배가한다.
르포르타주로서 우리 시대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 좌절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는 이 책은, 그러나 사건들을 단순히 단편적으로 묘사하거나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이들의 어려움을 열거,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IMF와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 지금까지의 비정규직 확산․노동 탄압의 역사가 이 책의 날줄이라면, 불안정노동의 심화로 인해 민중들이 어떤 모습의 삶을 살고 있는지와 그에 대한 정치․경제․문화적 고찰은 씨줄이다. 또한 저자 홍명교는 외환위기의 원인과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치밀하게 따지다가, 체불임금 때문에 자신이 지은 건물 꼭대기에 올라설 수밖에 없었던 일용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눈물짓고, 하루 40곳에 냉면을 배달했던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다시 정규직 이기주의와 세대론의 한계를 매섭게 비판하는 식으로 분석과 스토리텔링, 이성과 감성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몫 없는 자’들의 희망과 연대를 위하여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책의 내용이 온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책을 쓴 목적이 ‘관조’나 ‘비평’이 아니라 ‘대안과 희망을 만드는 것’에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이 책이 청소노동자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이 경제적 약자이거나 누군가의 어머니/아버지여서가 아니다. 청소노동자들은 학생운동이 몰락했다 일컬어지는 대학가에서 그곳의 또 다른 구성원인 학생들과 함께 새로이 ‘노학연대’의 모범을 만들어가고 있거나, 가장 어두운 빌딩숲에서 가장 전투적으로 싸우고 있는 ‘주체’들이다. 이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적인 표상인 용역 노동자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기에 우리는 이들을 통해 오늘날의 현실을 성찰하고 연대의 틀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직장을 갖고 일을 하면서도 살 집이 없는 우리”, “대학에 다니면서 수백만 원, 수천만 원씩 빚을 지고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되어야 하는 청년들”, “10년, 20년씩 일하다가도 사측의 계산기 놀음 하나에 정리해고를 당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예비 비정규직이자 빈곤층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그리고 “당신의 해방이 곧 나의 해방”이라고 말하는 것이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정규직-남성 노동자들에 대한 당근”과 “비정규직-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채찍”으로 구축된 오늘날의 노동현실을 극복할 대안은 세대를 뛰어넘고, 정규직/비정규직의 구분을 넘어서는 광범위하고 굳건한 ‘연대’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연대와 저항의 가치를 알려줄 것이며, 그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다른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몫이다.
■ 지은이|그린이 소개
지은이|홍명교
1983년에 경기도 과천에서 태어났다. 대학 1학년이던 2003년에 불철주야(‘불안정노동 철폐를 주도할 거야’란 뜻을 지닌 고려대 학생모임)에서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비정규․저임금 노동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싸워오고 있다. 그러는 동안 2005년 고려대 경영대 학생회장으로서 ‘고려대 이건희 회장 명예박사학위 수여’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징계를 받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한겨레 훅, 프레시안, 레디앙 등에 글을 쓰고 있어 ‘젊은 진보 논객’으로 불리지만, 그 자신은 논평하는 위치에 서기보다 직접 오늘의 현실을 살아내는 주체이고자 한다. 이 책은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대량해고에 맞서 49일간 벌였던 싸움을 매개로 하여, 천만 비정규직 시대를 목전에 둔 우리 사회의 노동현실을 살피고 희망을 모색한 르포르타주이자, ‘절망의 세대’라 불리는 20대, 예비 비정규직인 그가 분노하고, 싸우고, 좌절하고, 다시 희망을 꿈꿔왔던 시간의 기록이기도 하다.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하며, 불합리한 세상과 싸우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무기를 벼리고 있다.
단편만화 작가들
이 책에는 각각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가족, 불안정청춘 20대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만화 세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각 작품들은 모두 독립된 이야기구조로 이루어졌으되, 책의 내용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단편만화 「유령」 만화가|박건웅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현재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한국 근현대사의 숨겨진 이야기와 우리 사회의 감춰진 진실들을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꽃』과 『노근리 이야기』『나는 공산주의자다』 등을 지었으며, 『콩, 너는 죽었다』『토지』『자전거 타는 대통령』 등의 삽화를 그렸다.
단편만화 「새벽」 만화가|심흥아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며, 그 이야기들을 만화로 그리고 있다. 만화창작집단 ‘바카’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지은 책으로는 『우리, 선화』가 있다.
단편만화 「마이너리티」 만화가|전지은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바카’에서 즐거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오감을 충분히, 제대로 즐기고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며, 지은 책으로는 단편만화수필집 『끙』이 있다.
■ 추천의 말
‘지금 여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해준 고마운 책이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보지 못하도록 설계되었다. 가령 청소노동자들이나 우리 주위의 수많은 비정규직이 처한 부당한 현실은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보려 하지 않는 것뿐이다. 이 책은 지금 여기가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초중고에 두루 있는 사회 과목에서도 자본주의를 공부하지 않은 젊은이들과, 눈먼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지금 여기’를 보는 눈을 갖게 해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과 만나 저항과 연대의 가치를 공유하기 바란다. 인간성의 확장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ㅡ홍세화(《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인)
돈은 귀한 것이다. 그런데 그 귀한 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노동이 필요하다. 일하지 않으면 절대로 밥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또는 한 외계인이 “이곳은 돈이 존중받는 만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인가?”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여기는 자본본위, 또는 자본존중의 사회이며, 자본이 존중받으면 받을수록 노동은 무시되는 곳”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한 젊은이의 세상 보기, 세상 순례기다. 노동이 대접받지 못한다는 것은 노동자인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것. 이 책은 ‘사람이 사는 세상’을 간절히 바라며 그런 세상을 만들려 하는 한 순수한 영혼의 고군분투기다.
ㅡ공선옥(소설가)
160여 년 전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적나라한 이기심과 냉혹한 현금지불관계를 넘고자 하는 노동계급의 희망을 코뮤니즘이라는 유령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이제 이 책의 저자 홍명교는 미래 인류의 희망의 주체가 될 비정규직 노동자는 유령이 아니라고 외치며, 이들이 고통스런 삶을 벗어날 수 있는 새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 사회의 실현은 모든 노동자들의 몫이다.
ㅡ오세철(연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는 불안정노동과 실업, 정리해고에 시달리면서도 굴종하기만을 강요당해왔던 우리 모두가 ‘유령이 아님’을, 아니 ‘우리가 세상의 주인’임을 당당히 선언하고 있다. IMF 이후 비정규직 투쟁의 역사와 남녀노소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을 오롯이 담고 있는 이 책이 더 많은, 더 힘찬 팔뚝질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ㅡ양한웅(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
홍익대 청소노동자 파업을 통해 투명인간들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존재하지 않는 인간’처럼 여겨졌던 이들의 절규는 우리에게 희망과 연대라는 감동의 체험을 선사하였다. 진정성 있는 글에 청소노동자․비정규직 가족․20대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만화 세 편이 더해진 이 책은 그 감동을 생생히 전해줄 것이며, 더 큰 희망을 모색하게 해줄 것이다.
ㅡ노회찬(전 진보신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