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먹는 여우 - 좋은아이책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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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왜 여우 아저씨의 모든 소설엔 언제나 소금 한 봉지와 후추 한 봉지가 들어 있는지, 그 이유는 아무도 몰랐답니다. 쉿,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우리들만의 비밀이니까요.

 

가난하고 어설픈 주인공 여우. 책을 '좋아한다'.

여기서 좋아한다는 의미는 '나는 너를 좋아한다'와 '고양이는 쥐를 좋아한다'의 이중적인 의미다.

책을 열심히 읽은 다음 꿀꺽 먹어버리는 여우라니. 사전 한 페이지를 외우고 꿀꺽 삼켰다는 전설도 아니고 정말 귀여운 여우 아닌가. 거기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일러스트는 여우에게 반하도록 만든다.

이 깜찍한 일러스트!

가진것 다 팔아 책을 먹고, 몰래 훔쳐 먹고, 강도질도 해 보지만, 뭐든 어설픈 여우.

결국 감옥에 가서야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게 되는 경쾌발랄한 이야기.

사랑스러운 여우씨, 당신의 이야기는 언제 또 해줄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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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아이들 난 책읽기가 좋아
구드룬 파우제방 글, 잉게 쉬타이네케 그림, 김경연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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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에게 밭이 더 필요하지요?
우린 잘 살고 있잖아요.
하지만 숲은 모두에게 필요해요." 51쪽
 
99개를 가진 사람은 100개를 채우기 위해 단 1개를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는다고 했다.
그게 사람의 욕심이라고.
 
점점 사막이 되어가는 지구는 그런 사람의 욕심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가진것에 행복해하지 않기 때문에.
 
구드룬 파우제방의 다른 이야기들처럼, 평화와 자연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착한 결말을 보여준다.
동화답게 이야기는 아이들의 소망대로 이뤄지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아이들을 거울삼아 어른은 반성을 한다.  물론 "세상에 공짜란 없는 걸세, 산타나" (54쪽)이라고 호기를 부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금 세상은 결코 이 동화처럼 흘러가지 않지만,
이 동화를 읽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른이 될 무렵엔
동화처럼 착한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잠시동안 동화같은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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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
마리아 블루멘크론 지음, 유영미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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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랑 같이 살기 싫어서 너희들을 보내는 게 아니란다. 너희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보내는 거야" -94쪽

 

"(...)나는 망명지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어요. 영어 몇 마디밖에는."

"그것이 당신을 괴롭히는 건가요?"

"언제나 괴로운 사람에게 괴로움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어느순간 그냥 일상이 되어버리는 거죠." -126쪽

 

읽는동안 훌쩍훌쩍 울다가 엉엉 울었다.

무엇이 부모와 자식을 끊어놓도록 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질긴 인연이 무엇 때문에 생이별로 끝나야 하는가.

 

무엇때문에 한 민족이 지닌 문화와 종교와 전통과 언어를 파괴하며

그들위에 또 다른 민족이 군림하려 하는가.

 

희망을 찾아, 굶주림을 피해, 종교를 위해

어른도 어린이도 어른키만큼 높이 쌓이 눈을 헤치고, 밤을 틈타

히말라야를 넘는다.

 

해발 6,000미터의 히말라야를 넘어 달라이 라마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로 가는 일곱 명의 티베트 아이들, 돌커(6세), 페마(7세), 돈둡(8세), 치메(10세), 락파(10세), 탐딩(10세), 롭장(15세). 그리고 그들을 목숨걸고 인도하는 니마, 빅 페마, 수야의 이야기.

 

이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찍고, 글을 쓴 마리아 블루멘크론은 이 아이들을 찍기 전에 승려들로 이뤄진 망명팀을 만났지만, 그들은 찍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할말이 가득 찬 승려들의 얼굴을 보며 차마 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티베트의 운명을 언론에 알리려면 아이들이 필요하다! 부모가 어린 자식들을 이 어려운 길로 떠나 본낸다는 사실보다 티베트가 처한 곤경을 더 실감나게 말할 수 있는게 무어란 말인가?"(230쪽)이란 말로 그들을 설득한다.

 

이 에피소드는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눈물겹고 아프지만 결국 사람들을 움직이는건 좀더 자극적인 이야기다. 같은 민족 같은 상황에서 망명하는것이지만 승려들의 이야기보다는 부모와 생이별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훨씬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움직인다는것이 진실이다. 그걸 아는 마리아 블루멘크론은 눈물로 그들을 보내며, 더 많은 눈물로 아이들을 맞고 인터뷰한다.

 

그녀의 다큐멘터리는 2000년에 독일에서 방송되었고, 2003년에 책으로 발간되었다. 그녀의 소망대로 세계의 많은 이들이 티베트의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저 불쌍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정치적 본질에 관해서 말이다.

 

감동적이고 가슴 아픈 이 책은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읽지 못했나보다.

출판사 '지식의 숲'의 편집자가 이 책이 아깝다며 소개했던 적이 있었다.

눈에 까맣게 타버린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는 저 표지와 제목이 다정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픈 어린 시절을 지나, 젊은 날을 퍽퍽한 군인으로 지냈던 수야.
그는 아이들을 위해 하늘이 보낸 천사로 보인다.
아이들에게 수야가 없었다면 히말라야를 넘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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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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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개성, 둘째도 개성, 무엇보다도 오직 개성, 이야말로 가난한 예술가의 무기입니다. -221쪽

  

박찬욱의 작품이라고는 <삼인조>와 <JSA 공동경비구역>밖에 못 봤으면서도 이 책에 끌린건 우연히 그의 글 한 꼭지를 읽은 때문이었다. 짧은 그의 글에선 재치와 유머가 춤을 췄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1부에선 자신과 영화판의 신변잡기, 2부는 자신의 작품, 3부는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들을 쓰고 있다. 1부는 그래서 좀 짧고 유머가 넘친다. 자신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도 재치라는 양념을 잊지 않는다. 자신이 쓴 셀프 인터뷰나 제작일지 등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다른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는 진중하고 탐구적이며, 존경이 넘친다.

유쾌한 그의 이야기 중 영화 제적 전과정 중 가장 선호하는 때는"물론 촬영 현장. "액션"과 컷!"사이, 온 우주가 배우의 얼굴이라는 한 점에 집중되는 그 순간, 나를 비롯해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목숨이 거기 달렸다.(85쪽)"라는 말에선 그가 흥행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취향대로만 영화를 만드는것이 아니라는 책임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영화를 신물나게 보던 영화광이 마지막으로 정착하는 게 그런 영화들이라고 하지만 난 아주 초창기부터 거기 빠졌죠. 일단 그렇게 되고 나면 잘 돌이켜지지가 않아요. 그래서 난 세상의 모든 감독들을D렉터와 B렉터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전자는 렉터 박사고 후자는 렉터학사죠. (188쪽)"라는 말로 자신의 취향을 분명히 한다.

 

 호흡이 길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으로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한다.

 

깨달음 하나. 역시 박찬욱의 세계는 비범하다. - 좋아한다는 B 무비들 본 것, 아는 것 거의 없다. 비범함이 훌륭하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깨달음 둘. 복수 시리즈는 좀 봐줘야 하지 않을까? - 내가 좋아하는 송강호의 출연에도 난 <복수는 나의 것>을 결코 볼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참에 빌려 놓긴 했는데, 아직도 플레이 버튼을 누를 수가 없구나.

깨달음 셋. 이 사람, 영화감독이 아니더라도 먹고 살았겠다. -때론 무심하게 때론 진지하게, 다양한 글의 모양을 보여 주는 그의 글 쓰는 솜씨, 비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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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1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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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나도 안녕이라고 말하진 않겠어.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자고. 그때까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잔뜩 찾아 놓을 테니까. 찾지 못했을 땐 꾸며 내면 된다. 내 거짓말이 그럴듯하다는 건,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라면 잘 알고 있을 테지? '선샤인 거리의 내전' 377-378쪽

  

B스러운 저 표지에 끌려서 서점에서 앞 페이지를 읽으며 살까말까 망설였던 책이다.

행운으로 받은 이 책은 망설이지 않고 샀어도 그다지 후회하지 않았을만큼 재밌었다. 특히나 추리소설로서 훌륭하다. 긴박감도 있고, 반전도 있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도 있다. 10대들의 좌충우돌 거리이야기. 매력적이다. 하지만 매력적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고 한다면 어불성설일까?

 나는 읽는 내내 가네시로 카즈키의 '좀비스'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다만 좀비스는 좀더 순진하고 투박하다. 좀비스 패거리들은 기성세대와 자신들을 가르는,  자기인식 비슷한 것이 느껴지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는것에 비해 마코토와 그 주변 인물들에게선 그런 느낌이 없다. 장르의 특징을 살리려면 어쩔 수 없는것일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전혀 모르니 내겐 의미없는 의문이다.

 이케부쿠로 서구 공원은 10대들의 거리이고, 그 거리는 어쨋거나 10대들이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코토. 그것이 '당연한' 거리이므로, 마코토가 움직일 때는 오로지 그 거리를 지켜야 할 때다. 하지만 그 거리를 장악한 것은 어쩌면 패거리들. G보이스도, R엔젤스도 모두 소년갱단. 그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점 말고는 어른들의 야쿠자와 다르지 않다. 내 눈엔 그렇다. 그들은 물론 어른에게 일갈한다. "꼬마들에겐 본받을 만한 모델이 없어요. 가까운 주변에는 목표로 삼을 만한 어른도 없고, 아무런 희망도 찾을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모델가 끈끈한 유대 관계가 있어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충만감, 동료들에게 환대받는 기쁨. 규율과 훈련. 지금의 사회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모두 힘을 합쳐 찾아낸 겁니다." (선샤인 거리의 내전 271쪽)

 하지만, 술집을 접수하고, 급할땐 무기도 휘두르고, 조직이 있고, 무서운 위계가 있는 그 곳. 그래서 어느 장면에선 전혀 10대스럽지 않은 이야기로 보인다.  물론 그들은 주류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느끼지도 않는 청년들이다. '아니 10대라고 늘 성장만 하냐? 10대라고 늘 현실을 뒤집을 꿈만 꾸는거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 없다. 거리의 룰에 너무 빨리 적응해버린, 어쩌면 너무 빨리 늙어버린것 같아서 아쉬웠을 뿐이다. (그래, 내가 늙고보니 그렇게 일찍 늙는 젊음이 안타까운거다)

 하지만 책이란거, 게다가 소설이라는거 재미있으면 최고. 그 이야기가 '다 뻥이지?'라고 느껴지지 않고 '그래 저기 어디선가는 이런 일들이 있을거야'라고 느껴지면 금상첨화 아닐까? 이케부쿠로의 마코토 패거리 이야기는 재미있고, 기꺼이 추천할만하다. 문장도 좋다. 드문드문 책 귀퉁이를 접기도 했다.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았다는 띠지는 '오버'로 보이지 않는다. 탄력있는 이야기에 문득문득 지나치듯 '요즘 애들은 무섭군. 대체 이거리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는거야.'(익사이터블 보이 121쪽) 이라는둥,  '그녀가 엉덩뼈 옆을 탁탁 치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나는 그녀의 생산 설비와 판매 루트에 대해 새악했다. 역시 자본주의는 희한하다. 아니 희한한 것은 그녀의 항문을 사러 오는 남자들인지도 모른다.' (오아시스의 연인 180쪽)라는 둥의 말을 흘려 넣는 솜씨도 꽤나 매끄럽다. 수록된 네 편 중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와 '익사이터블 보이'는 단연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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