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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
마리아 블루멘크론 지음, 유영미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난 너랑 같이 살기 싫어서 너희들을 보내는 게 아니란다. 너희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보내는 거야" -94쪽
"(...)나는 망명지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어요. 영어 몇 마디밖에는."
"그것이 당신을 괴롭히는 건가요?"
"언제나 괴로운 사람에게 괴로움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어느순간 그냥 일상이 되어버리는 거죠." -126쪽
읽는동안 훌쩍훌쩍 울다가 엉엉 울었다.
무엇이 부모와 자식을 끊어놓도록 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질긴 인연이 무엇 때문에 생이별로 끝나야 하는가.
무엇때문에 한 민족이 지닌 문화와 종교와 전통과 언어를 파괴하며
그들위에 또 다른 민족이 군림하려 하는가.
희망을 찾아, 굶주림을 피해, 종교를 위해
어른도 어린이도 어른키만큼 높이 쌓이 눈을 헤치고, 밤을 틈타
히말라야를 넘는다.
해발 6,000미터의 히말라야를 넘어 달라이 라마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로 가는 일곱 명의 티베트 아이들, 돌커(6세), 페마(7세), 돈둡(8세), 치메(10세), 락파(10세), 탐딩(10세), 롭장(15세). 그리고 그들을 목숨걸고 인도하는 니마, 빅 페마, 수야의 이야기.
이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찍고, 글을 쓴 마리아 블루멘크론은 이 아이들을 찍기 전에 승려들로 이뤄진 망명팀을 만났지만, 그들은 찍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할말이 가득 찬 승려들의 얼굴을 보며 차마 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티베트의 운명을 언론에 알리려면 아이들이 필요하다! 부모가 어린 자식들을 이 어려운 길로 떠나 본낸다는 사실보다 티베트가 처한 곤경을 더 실감나게 말할 수 있는게 무어란 말인가?"(230쪽)이란 말로 그들을 설득한다.
이 에피소드는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눈물겹고 아프지만 결국 사람들을 움직이는건 좀더 자극적인 이야기다. 같은 민족 같은 상황에서 망명하는것이지만 승려들의 이야기보다는 부모와 생이별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훨씬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움직인다는것이 진실이다. 그걸 아는 마리아 블루멘크론은 눈물로 그들을 보내며, 더 많은 눈물로 아이들을 맞고 인터뷰한다.
그녀의 다큐멘터리는 2000년에 독일에서 방송되었고, 2003년에 책으로 발간되었다. 그녀의 소망대로 세계의 많은 이들이 티베트의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저 불쌍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정치적 본질에 관해서 말이다.
감동적이고 가슴 아픈 이 책은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읽지 못했나보다.
출판사 '지식의 숲'의 편집자가 이 책이 아깝다며 소개했던 적이 있었다.
눈에 까맣게 타버린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는 저 표지와 제목이 다정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픈 어린 시절을 지나, 젊은 날을 퍽퍽한 군인으로 지냈던 수야.
그는 아이들을 위해 하늘이 보낸 천사로 보인다.
아이들에게 수야가 없었다면 히말라야를 넘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