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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첫째도 개성, 둘째도 개성, 무엇보다도 오직 개성, 이야말로 가난한 예술가의 무기입니다. -221쪽
박찬욱의 작품이라고는 <삼인조>와 <JSA 공동경비구역>밖에 못 봤으면서도 이 책에 끌린건 우연히 그의 글 한 꼭지를 읽은 때문이었다. 짧은 그의 글에선 재치와 유머가 춤을 췄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1부에선 자신과 영화판의 신변잡기, 2부는 자신의 작품, 3부는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들을 쓰고 있다. 1부는 그래서 좀 짧고 유머가 넘친다. 자신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도 재치라는 양념을 잊지 않는다. 자신이 쓴 셀프 인터뷰나 제작일지 등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다른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는 진중하고 탐구적이며, 존경이 넘친다.
유쾌한 그의 이야기 중 영화 제적 전과정 중 가장 선호하는 때는"물론 촬영 현장. "액션"과 컷!"사이, 온 우주가 배우의 얼굴이라는 한 점에 집중되는 그 순간, 나를 비롯해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목숨이 거기 달렸다.(85쪽)"라는 말에선 그가 흥행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취향대로만 영화를 만드는것이 아니라는 책임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영화를 신물나게 보던 영화광이 마지막으로 정착하는 게 그런 영화들이라고 하지만 난 아주 초창기부터 거기 빠졌죠. 일단 그렇게 되고 나면 잘 돌이켜지지가 않아요. 그래서 난 세상의 모든 감독들을D렉터와 B렉터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전자는 렉터 박사고 후자는 렉터학사죠. (188쪽)"라는 말로 자신의 취향을 분명히 한다.
호흡이 길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으로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한다.
깨달음 하나. 역시 박찬욱의 세계는 비범하다. - 좋아한다는 B 무비들 본 것, 아는 것 거의 없다. 비범함이 훌륭하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깨달음 둘. 복수 시리즈는 좀 봐줘야 하지 않을까? - 내가 좋아하는 송강호의 출연에도 난 <복수는 나의 것>을 결코 볼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참에 빌려 놓긴 했는데, 아직도 플레이 버튼을 누를 수가 없구나.
깨달음 셋. 이 사람, 영화감독이 아니더라도 먹고 살았겠다. -때론 무심하게 때론 진지하게, 다양한 글의 모양을 보여 주는 그의 글 쓰는 솜씨, 비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