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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전시륜 지음 / 명상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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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드디어 손에 넣게 되었도다. 으하하하.

이 책을 처음 소개 받은 것은 3년 전 어느 신문의 쪽글에서였다. 문인들이 책 구절 하나와 거기에 맞춘 감상을 짧게 소개하는 코너였는데, 내가 그리도 사모하는 이윤기씨가 소개 하더니 두어 달 뒤엔 김갑수씨가 같은 책을 소개하더라. 하여 얼마나 독특한 책이길래 당대 내로라 하는 글쟁이들을 사로잡았나 호기심이 동해 책을 수소문했다. 동네 서점에도 없고, 인터넷 서점에도 품절이고, 도서관에도 물론 없었다. 그저 구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동안 들떠 있다가 어영부영 잊었다가 최근 책들을 주문하면서 구할 수 있었다. (2000년 초판이 나왔는데 곧 절판이었다가 2003년에 다시 찍은 모양이다. 정확히 말하면 MBC 느낌표에 특별 선정된 무렵이겠다. 이것도 난 몰랐네.)

 

어쩌면 이리도 쉽게, 입에 착착 감기게, 맛깔나게, 거침없이 글을 쓸 수 있는지 감탄에 감탄을 더하며 읽었다. 얼마나 유머가 넘치는 양반인지 모든 페이지마다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이 있다. 유언장조차 경쾌하며, 모든 글들은 재치가 넘친다. 글을 이렇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꼬. 존경한다.

 

글만 재밌는게 아니고, 인생을 어찌 그리도 즐겁게 살았는지 부러울 지경이다. '저는 후회 없이 재미있는 인생을 보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 삶이 부럽다. 그 옛날 신문에 구혼 광고를 내지 않나, 고약스런 교수에게 당당히 맞서 사과를 받아내고, 여학생들을 왕창 끌어오겠다는 선거 공약으로 외국인학생회장에 선출되고, 변변한 외투 하나 없이 지내던 유학시절엔 시베리아 강풍에 시달리고 있으니 책임지라며 담비 코트를 선물하라고 후르시초프에게 엽서를 띄운 기인이다.

 

너무너무 즐겁게 읽은 책이다.

유쾌한 마음이 절로 드는 책이다.

누구에게라도 선물하고 싶은 책.

이 분의 즐거운 인생철학을 감히 배우고 싶다.

정말 이렇게 후회없이 살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복이리.

 

수정)20050325 블로그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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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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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서는 메마르다. 혹은 삐딱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베스트셀러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렇게 까칠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도 흔치 않을게다. (알라딘에 서평 53개 중 나 같은 사람 딱 셋 있더라.) <칼의 노래>, <현의 노래>도 읽지 않은 내가 단 한 편으로 그의 글을 평할 입장은 아니다. 이 책에 대해서만 말하자.

 

도대체가 빠져들지 못하게 한다. 넘치는 감정과 온갖 장식이 가득한 문장을 참을 수 없다. (다시한번 전시륜 선생님이 생각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묘사나 서술은 간 곳 없고 오로지 감정뿐이다. 흘러 넘치는 감정을 곳곳에 뿌려 놓는 이런 문장을 난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수 많은 이들이 감탄하고, 사 읽는다는것은 분명 매력이 있다는 뜻이렸다.(혹시, 광고의 힘 아닐까. 흑흑)

하지만 이 책, 난 울렁거림을 참으며 읽어야 했고, 결국은 차분하게 읽지 못하고, 듬성듬성 들춰가며 읽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맘에 드는 글이란, '망월동의 봄'처럼 사실을 깔끔하게 쓴 글들이다. 참 아이러니다. 그는 이순신이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순수한 칼처럼 썼다는 일기를 감탄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의 글은 명료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의 슬픔은 "나는 오늘 슬펐다"라고까지만 기록하는, 통제된 슬픔이었다. 그의 슬픔과 기쁨에는 수사적 장치가 없다. 이 통제된 슬픔의 힘이 "저녁 무렵에 동풍이 잠들과 날이 흐렸다. 부하 아무개가 거듭 군율을 범하기로 베었다" 같은 식의 놀라운 문장들을 쓰게 한다. 바람이 잠든 것과 부하를 죽인 일이 동등한 자격의 사실일 뿐이다.' (p.225)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라는 에세이는 이미 <칼의 노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구구절절 충무공에 대한 찬탄이다. 그랬군. 그래서 그 소설이 나오게 된 것이군.

 

까칠하고 메마른 톰보이....도대체 너는 어떤 종류길래 남들 다 좋다는 책을 이리도 버거워 하는게냐. 도대체가 삐딱하기가 그지 없다. 감정을 듬뿍 실은 글들에 알러지를 일으키는 체질이다. 알 수 없는 수사가 가득한 이 책에 나는 또 한번 절망한다. 나 자신에 대해.

 

아니다. 무슨 말이냐. 책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어디 있을까. 난 그저 내 취향대로 좋고 싫음을 말할 뿐이다. 내 취향으로선 김훈에게 단단히 데인 셈일뿐이다. 좋은 사람은 좋은 대로 열광하며 읽어 주시길.

 

 수정)

+내가 쓴 윗글을 읽어본다. '너나 잘해라'  역시 간단명료 상쾌한 글은 쉬 나오지 않는다.

+이 글을 쓰려고 알라딘을 뒤지고 있자니, 김훈이 대단한 베스트셀러 작가임을 새삼 느낀다.

+<칼의 노래>는 만화, 청소년용까지 나와있고, <자전거여행>도 표지 바꿔서 새로 찍었더라.

2000년 초판 1쇄를 찍은 책을, 2004년 출간이란다. 나 원.

+요즘 출판은 툭하면 판을 바꾸고, 책값을 올린다. 툭하면 만화로 편집한다.

이게 무슨 법석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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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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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다시한번 내 삐딱함을 깨닫게 되는 책. 얼떨결에 강매당하여 읽은 책인데, 좋다는 사람, 읽기 편했다는 사람 별별 사람 다 있더만, 나는 영 진도가 나가질 않더라. 뭐가 심리/여행 에세이라는거냐. 여행을 다닌게 아니고 장소만 옮겨다니면서 사람들을 재단하고 다녔더라. 그러면서 뭐라? 자신의 가치관으로 타인의 행동을 재단하는 사람이 싫다고? 저자가 딱 그런 자세로 글을 쓰고 있는걸. 쯧쯧

 

자기을 유난히 따르던 어린 학생들은 모성애 결핍이기 때문이고,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지배, 조종하려는 사람들이다. 관광객인 저자에게 기쁘게 담배를 권하는 마오리족 여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행위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중독에 취약한 사람이다. 한밤에 전화하여 고민을 털어놓는 후배에겐 '너는 조언이 필요한게 아니고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거야. 이제 다 컸으니 자신은 스스로 돌보라'고 단칼에 재단해 준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자신이 몇 년동안 정신분석을 받은 것을 토대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상담결과를 텍스트북으로 하여 모든 사람들을 다 똑같이 판단한다.

'내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건 어릴적에 이러저러한 결핍이나 억압 때문이었다고 하더라. 앗, 저 사람이 나랑 똑같이 행동하네. 저 사람도 분명히 나랑 똑같은 상처가 있을거야.'

이게 무슨 선무당 사람잡는 행동인가 모르겠다. 몇 년간 정신분석 받으면 덩달아 심리 상담가가 되는건가? 아니 점장이라도 되는건가보다. 여행 중 스쳐지나는 사람들을 단 몇 분, 길어야 몇 시간의 만남으로 단칼에 정의한다.

 

진짜 맘에 안 드는 저자다. 내가 문학과 멀리 떨어져 산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러한 판단도 물론, 편견이다. 책 한 권으로 저자를 내모는것.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저자라면 굳이 소설 찾아 읽고 싶지 않다.

 

그런데, 글 쓰는 사람이라는거 이런 땐 참 편리하기도 하네. 이런 글을 묶어서 책으로 낼 수도 있고. 이렇게 사람들에게 찬사도 받고. 나처럼 맘에 안 든다고 하는 사람은 몇 없더라. 역시 나란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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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넘어선 학교 - 세상과 소통하는 학교, 메트스쿨 이야기
엘리엇 레빈 지음,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옮김 / 민들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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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인 'One kid at a Time'이 메트스쿨의 교육 방침이다.  한 번에 한 아이씩, 즉 아이에 맞춰서 저마다 다른 교육을 하는 것이다. 공립고등학교인 메트스쿨이 공교육 시스템안에서 보여주는 교육 내용은 대안에 가까운 것이며, 또한 매우 파격적인 것이다.

어드바이저라 불리는 담임교사가 아이들에게 밀착하여 지도한다. (담임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담임제가 아예 없는 미국에서는 특기할 만한 시스템이다) 아이들은 정해진 교과가 아니라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관한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외부의 전문가인 멘토와 함께 프로젝트를 끝내고 공개 프리젠테이션으로 마무리한다.

 

내겐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찾아다니며 배운다는 점이 가장 중요해 보이며, 그 관심이 실생활과 연결되도록 외부의 멘토와 짝을 이룬다는것이 흥미롭다. 단순히 책과 인터넷 정보를 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 생활하며 연구함으로써 세상과 훨씬 밀접하게 된다는 점. 정말 환상적인 고등학교다!

 

평균적인 지식을 밀어 넣느라 고생했던 내 고등학교 생활과 비교하면 '극과 극' 아닌가. 이만큼 나이 들어보니, 그 평균적인 지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삶과 동떨어져 있는지 극명하다. 그게 벌써 오래전인데 여전히 지금 아이들도 그렇게 생활한다. 극단의 스트레스 속에 놓이 아이들을 보면, 곧 터져버릴 폭탄 같은 느낌이다. 우연찮게 하교 시간에 버스를 타는 일이 잦은 요즘엔, 그런 생각이 더 분명해진다.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다는 듯한 표정과 욕을 반 이상 섞어 대화하는 아이들을 보면 내 가슴이 다 답답해진다. 어쩌자고 우리들은 저 아이들을 이토록 불행하게 만들고 있을까.

 

언젠가 하자센터를 들른 적이 있는데, 그 자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반해서 작업통학교에 맘을 둔 적 있다. 아직 어리기만 한 꼬맹이가 혹여 나중에라도 대중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이 학교도 참 좋은 길이겠구나 싶어서. 하지만 '대안'이라는 것, 시스템 안에서 벗어난다는것은 늘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고등학교는 커녕, 이 꼬맹이를 대안 초등학교에 보낼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다.

 

나같은 겁쟁이에겐 그저 공교육이 변해야 할 뿐인것이다. 학교와 학원이 삶의 전부인 공교육이 아니라, 자유와 여유와 평화로움과 호기심이 가득한 청춘을 보장해 주는 교육말이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는데, 꿈을 꾸는 사람들보다는 대안으로 회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것 같아 아쉽다. 아직도 먼 꿈인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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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우리 나무
박상진 지음 / 눌와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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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나고 자란 저는 서른이 넘도록 나무를 구별해 낼 수 없었습니다. 구별해 낼 수 있는 나무 종류가 열 손가락을 넘지 않았지요. 그나마도 꽃이 피거나 잎이 무성한 여름 한 철에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같은 단지에 사는 사람들끼리 나무를 공부하는 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거창하게 공부라고 말하지만 즐겁게 나무를 만져보고 쳐다보고 이해하는 모임이었답니다. 제 눈에는 느티나무와 벚나무는 몇 날이 지나도록 같아 보였고, 오전에 이파리 따가며 배웠던 나무들도 오후만 되면 모두 낯선 나무들이었습니다. 도시내기의 나무공부는 그렇듯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험난하지도 않았습니다. 하나씩 배워가는 즐거움, 무엇보다 그 나무 이름을 알고 구별해 낼 수 있게 되자, 전에는 없던 애정이 솟더군요.

 

그 행복함 속에서 만난 책이 바로 이 <궁궐의 우리나무>입니다.

색깔 곱고 풍부한 사진 자료는 눈을 즐겁게 했고, 각종 사료에 나오는 나무의 전설과 민담 등은 글 읽는 즐거움을 주었지요. 무엇보다 이 책에 끌린 것은 제게 추억이 얽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궁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자랐기에 소풍도 자주 갔고, 사춘기 시절엔 친구들과 곧잘 궁으로 산책하기도 했던, 제게 궁궐이란 작은 추억들이 얽힌 곳이기도 하니까요.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등의 나무 지도를 보며 옛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새삼스러운 사실 즉 그 곳의 나무들은 그 궁궐의 나이만큼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동 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장소엘 가든 풀과 나무는 그저 풍경으로만 바라보곤 하니까요. 나무를 알게 되고 사랑을 갖고 나니까, 새삼스레 생명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나무를 설명한 도감이나 기행문들은 많지만, 나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책은 흔치 않습니다. 이 책을 보고 (읽는 것이 아니고) 있노라면, 어서 궁궐로 달려가 지도에 있듯이 그 자리에 느티나무가 있는지 혹은 찔레꽃이 피어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사는 곳에서 궁궐은 너무 멀다고요? 나무는 여러분이 살고 있는 아파트 화단에도 뿌리 내리고 있답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들고 나무를 만져보러 가는 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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