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문
렌죠 미키히코 지음, 김현희 옮김 / 더블유출판사(에이치엔비,도서출판 홍)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어느 블로거가 올려 둔

   
  활자 하나하나는 섬세하고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다  
   
라는 리뷰에 홀려서 사전 정보 하나도 없는 이 책을 덜컥 사 버리고 말았다. 과연! 기대가 없이 읽었다면 더 아름다웠을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 다섯 편이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자신의 남편을 결혼시키거나. 40년 전의 사랑과 닮은 사위를 몰래 가슴에 품는다거나, 자신도 모르는 아들이 입양동생이 되어 13년이 흐른 상황, 아버지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다른 가정에서 아버지 노릇을 함으로써 보상받으려는 남자, 오로지 아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방법으로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는 남편, 결코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조카와의 사랑을 19년 후 그녀가 낳은 딸을 받아들임으로써 완성하려는 삼촌. 하나도 평범하지 않고, 그 어느 것도 정상이라고는 쉽게 말할 수 없는 사랑들이다. 그런데 그 사랑들이 마치 꽃비 내리듯 아련하고 잔잔하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감각적인 문체 탓일까?

 

84년에 발표한 '러브레터'로 나오키상을 받았다는 48년생의 작가가 놀랍다. 벌써 20년 전의 작품이 국내에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번역작품이 없어서인가. 그나마 이 작품집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러브레터'를 원작으로한 드라마 <연문>의 인기 때문인 모양이다. 책의 띠지 역시 그 내용을 광고하고 있더라. (그러고보니 처음 나를 인도한 리뷰의 주인공 역시 드라마 때문에 이 책을 택했다) 드라마를 보지 못한 나로서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러브레터'로 드라마를 만든다면 참 잔잔하고 고운 이야기가 될 터. 물론 한국산 드라마라면 울고불고 한바탕 난리 부르스인 드라마가 나오겠지만. 그만큼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펼친다는 말이다. 마치 꿈처럼. 그게 별일 아니라는 듯. 어쩌면 한참 세월이 지난 후 회고라도 하는 듯 담담하게.

 

한 때, 난 소설을 전혀 읽지 못했었다. 너무 뻔한 느낌, 시시한 느낌. 게다가 일본 소설들이라고는 베스트셀러들을 통해 알게 되는게  대부분이었는데, 그들은 또 왜 그리도 맘에 안 들던지. 요즘의 나는 좀더 뻔뻔해 졌는지, 아님 인간사 그래봐야 별 것 아니라는 깨달음인지 소설을 많이 읽게 된다. 그리고 그다지 실망하지도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 그런거지'라는 느낌과 함께, 혼자 잘 난척 하지 말아야겠다는 깨달음이랄까.

 

결국은 모두 사람의 일인게다. 내가 거미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닌 다음에야, 내가 늘 잊지 않고 돌아봐야 할 일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혼자 잘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내 상처의 원인도, 그 치유의 시작도 모두 사람이었다. 여전히 두렵고 쉽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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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8-03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이렇습니다 책을 도통 안읽다 보니 님의 리뷰를 지금에서야 접하게 되었네요..^^
재미있게 읽으셨나 모르겠어요..전 참 대단한 작가다..라고 생각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