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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 복잡한 현상을 꿰뚫는 관찰의 힘, 분석의 기술
이노우에 다쓰히코 지음, 송경원 옮김, 채승병 감수 / 어크로스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정적이 감도는 법정. 침묵만이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한 소년의 살인사건에 관한 재판은 이제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스페인계로서 미국의 살고있는 18세의 소년이 자신의 친아버지를 예리한 나이프로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이미 재판장은 소년의 유죄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중략) 유독 만장일치의 유죄결정을 반박하고 다른 배심원들의 회유에 맞서 완강히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단 한 명의 배심원. 그는 사건의 정황을 미루어 볼 때 절대로 이 사건은 소년의 범죄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끝까지 소년의 무죄를 주장한다. 


-영화『12명의 성난 사람들』,  http://me2.do/F5EsVt1E에서 


 제가 소개한 이 영화는 1957년 시드니 루멧 감독의 작품 『12명의 성난 사람들』입니다.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역대 법정 드라마 2위에 오를 정도로 탁월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바로 진실을 추구하는데 있습니다. 비록 다수가 거짓을 주장할지라도 소수의 진실은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해서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런 논리를 확장시켜나가다보면 우리는 '절대주의(이데아론, 합리론, 객관주의, 모더니즘)'라는 오래 된 사상과 만나게 됩니다. 비록 힘들기는 하지만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분명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 입장의 대척점에 바로 '상대주의(회의주의, 경험론, 주관주의, 포스트모더니즘)가 있습니다. 철학자 이창후 교수님은 이런 점에서 볼 때 철학을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의 끝없는 논쟁으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비단 철학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생각과 학문은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경영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주로 절대주의 관점에서 통계학을 이용한 '가설검증모형'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이번에 리뷰하게 될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는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사례 연구'를 통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와세다대학교 이노우에 다쓰히코 교수는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케이스 스터디에는 통계학적 연구에는 없는 강점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 강점들은 통설을 뒤집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그럼 저자의 호언장담이 과연 맞는지, 제목이 독자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왜 케이스 스터디인가』에 대한 해답은 무엇인지 책 속에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칙과 맥락 사이에서 


 내전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체첸 소년이 평소 가깝게 지내던 러시아인 장교에게 입양되게 된다. 어느날 그 장교가 살해당하게 되고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힌 사람은 바로 그 소년. 이 소년의 죄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12명의 배심원들이 모이게 되는데 각자 자신의 일 때문에 대충 만장일치 유죄로 만들어 끝내려 한다. ...(중략) 결국 이 살인사건의 증인인 옆집 여자의 위증으로 결론 지워지지만, 처음부터 소년의 무죄를 알고 있던 배심원장은 지금 소년에게 무죄를 선언하면, 일가친척도 없고 러시아말도 할 수 없는 소년이 진범에게 살해당할 것을 우려하며 차라리 유죄를 선고해 안전한 감옥으로 보내자고 제안한다.


-영화 『12명의 배심원』, http://me2.do/5lI62RPo에서 


 다시 소개드린 이번 작품은 2007년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 『12명의 배심원』입니다. 러시아에 맞게 각색한 부분은 있지만, 원작과 대동소이한 줄거리를 가집니다. 하지만 피고인 소년에 대한 배심원들의 주장은 전혀 다릅니다. 소년이 무죄인 것을 알고 있지만, 오히려 유죄를 선고하고 감옥에 보내려 합니다. 이것은 절대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직 러시아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러시아 체첸 분쟁으로 인한 적개심, 러시아의 법과 치안체계, 러시아 국민성을 이해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해석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저자 이노우에 다쓰히코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맥락이 핵심이다"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접근해 인과관계를 밝히고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케이스 스터디는 맥락을 숨기고 일반적인 법칙을 찾아내는 통계학적 연구와는 다른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는 미국경영학회가 매년 1000여 편의 논문 중 단 한 편만 선정해 수여하는 최우수논문상(Best Article of the Year) 수상 논문 다섯 편을 담고 있습니다. 케이스 스터디의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이를 저자가 친절하게 해설해 줌으로써 독자가 쉽고 흥미롭게 케이스 스터디를 체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즉,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케이스 스터디를 배우는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사례는 첫번째 케이스인 '쓰러져가던 교회의 예상치 못한 부활극'입니다. 상류층을 위한 교회로 발전하던 '선교교회(가명)'는 지역 경제와 환경의 변화로 쇠락합니다. 그러던 중 한 저녁 식사에서 젊은 스태프의 건의로 일요일마다 노숙자에게 손님처럼 대접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결국 이 교회는 이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해서 지역 노숙자 지원의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성장하게 됩니다. 이 사례는 급진적 변화는 반드시 리더의 지휘 아래 체계적 조직개편으로만 가능하다는 기존의 정설을 뒤집고, 작은 변화가 불연속적으로 증폭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합니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기 위해서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 살면서 숙명이라 불리는 첫 번째 화살은 누구든 피할 수 없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늘 치명적인 상처는 스스로 만든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에 맞아 생긴다. 회사는 고객불만이라는 첫 번째 화살을 맞았고, 그것은 잘 처리되었다. 이제 경계할 것은 회사와 직원이 쏘고 맞는 이후의 화살이다. 누가 이기든 상처는 서로 받고 파편은 회사 곳곳에 박히고 남는다. 물론 좋은 것이 좋다고 넘어가자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해결은 조직이 만든 원칙을 기준으로 하되, 직원과 회사 모두 화살론을 염두에 두고 대화를 진행해보라는 것이다.


-『사장의 본심』에필로그에서 


 저는 학부 시절 케이스 스터디를 접해본 적이 있습니다. 조직론을 공부하던 과정에서 케이스 스터디의 이론을 배웠고, 실제 케이스 스터디를 행하는 과목도 수강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는 그저 학점에만 급급해 케이스 스터디의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일견 평범한 현상 혹은 우연적인 현상으로 보이는 사례를 파고들어가 중요한 발견을 이룬 연구들로, 평범한 사건에서 중요한 변화의 기류를 탐지해내고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케이스 스터디의 위력"(책 소개에서)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저에게는 이제 단 한 가지의 질문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바로 책의 제목처럼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라는 질문 말입니다. 


 보편적인 법칙을 찾아내는 통계학적 연구 또한 그만의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개별 사례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찾는 데는 미숙합니다. 케이스 스터디는 단 하나의 사례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파악하고 유추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쪽의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지난 해에는 세월호 사건이, 올해는 메르스 사태로 많은 국민들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통계학적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해마다 수천명이 사망하는 독감보다 못한 질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수의 사람들은 이런 말을 감히 입 밖에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냉혹한 숫자의 논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소중한 생명의 가치입니다. 부디 이런 일이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이들이 케이스 스터디를 배우고 활용했으면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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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5 14: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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