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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모험 - 빌 게이츠가 극찬한 금세기 최고의 경영서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동기 감수 / 쌤앤파커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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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 모험을 한다고?


이것은 내 동생 사진이다. 


-이것은 내 동생이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의 소유자는 내 동생이다.

-이것은 내 동생을 찍은 사진이다.


-http://blog.daum.net/goodballad/11739159 에서 발췌


 지난 달과는 달리 이번 신간 도서는 제가 선택하지 않았던 책이 모두 선정되었습니다. 특히 이 책은 많은 분들이 추천하셨지만 저는 의도적으로 이 책을 피했습니다. 600여 페이지나 되는 분량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빌 게이츠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저에게도 양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경영의 모험』이라는 한국어판 제목 또한 맘에 들지가 않았습니다. 관형격 조사 '의'를 사용함으로써 제목의 의미가 모호해졌기 때문입니다. 설마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처럼 경영이 모험을 하는 것은 아닐 터입니다.    


 제 자신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에 이 책은 '스타'가 될 조짐이 처음부터 보였습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이 역시 세계적인 경영자 빌 게이츠에게 추천했고, 빌 자신도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로 인정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는 1969년 출간된 이후, 절판된 이 책을 재출간 하기 위해 팀까지 만들어 저작권자인 존 브룩스의 아들을 찾아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노고와 다른 이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믿고, 드디어 저는 본문의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10분 후, 저는 책을 조용히 덮었습니다. 처음부터 도전하기엔 너무 낯설고 난해한 모험이었기 때문입니다.       



복사기가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라고?


 낯선 용어들과 호흡이 긴 문체만 보자면 독자들에게 썩 친절한 책은 아니지만, 그런 이유로 책을 덮었더라도 곧 다시 펼치게 만드는 끌림이 있다. 적어도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에 관심이 있다면, 다른 책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사실과 스토리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쁜 남자' 같은 책이라는 뜻이다. 


-이진우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 책은 12개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책입니다. 문제는 이 에피소드들이 어떻게 쓰였고 배치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저자인 존 브룩스는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로 명성을 떨친 인물입니다. 따라서 이 에피소드들은 처음에는 개별적인 기사로 만들어졌다가 나중에 한 권의 책으로 묶였거나, 저자가 관심가는 사건을 그때그때 심층취재해서 에피소드를 엮어 나갔을 것입니다. 다만 11개의 년도가 표시된 저작권 표시를 통해 짐작해보면 전자의 경우, 즉 기자인 존 브룩스의 기사를  연도순으로 엮어서 만든 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저처럼 첫 번째 에피소드인 에드셀이라는 40년 전에 실패한 생소한 자동차의 시시콜콜한 개발과정에 실망한 독자라면, 목차를 훝어보고 맘에 드는 내용부터 골라 읽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제가 다시 선택한 내용은 친근한 제목의 에피소드인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였습니다. 실망스런 에드셀과는 달리 제록스에 관한 이야기는 "조잡한 실험실에서 외로이 연구한 발명가, 가족 중심의 작은 회사, 초기의 거듭된 좌절, 특허 제도 의존, 고대 그리스어를 바탕으로 한 상표명, 마침내 자유 기업 제도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영광스러운 승리 등"(p.249에서)을 생생하고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제 자신이 복사기의 개발 과정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더 나아가 저자 존 브룩스는 복사기가 사회에 끼친 영향, 저작권법과 갈등요소, 당시 제록스 CEO 윌슨의 사회의식과 참여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단순한 경영서를 넘어서 '고전'이자 '인문학'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한 미덕이 아닌가 합니다.



벤처(Venture)는 어드벤처(Adventure)라고?


 43년 전에 쓰인, 그러나 마치 오늘을 기록한 듯한 경영 미시사(微視史). 인간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실패는 되풀이되며, 그럼에도 도전은 계속된다. 결국 경영이란 다름 아닌 인간의 광기와 모험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예측 가능하다고 간주되는, 그러나 전혀 예측되지 않는 소비자 심리 보고서이기도 하다.

 

- 이지훈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편집장, <혼창통> 저자


 책이 처음 출간된 1969년에는 분명 잘 쓰인 '경영 에세이'였을 것입니다. 40년이란 시간은 이 책을 경영 미시사(微視史)를 다룬 역사서로 변모시켰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읽는 까닭은 분명합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함입니다. 제록스라는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문서관리회사의 역사를 읽으면서 저는 마치 구글의 초창기 모습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복사기 회사인 제록스와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구글. 전혀 닮지 않은 이 기업이 이렇게나 닮았음을, 아니 혁신 기업에서 업계를 이끄는 선도 기업으로 다시 경쟁 기업의 도전에 응전하는 대기업으로 진화해온 모습은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의 성공 또한 되풀이되며, 그럼에도 위기는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역사적 진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 책의 원제는『Business Adventures』입니다. 원서의 겉표지에는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비즈니스맨의 모습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습니다. 제목과 겉표지 모두 비즈니스가 "성공을 향한 무모한 도전과 돌이킬 수 없는 실패 속에서도 불멸의 가치를 찾는 모험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책 소개에서)임을 적절하게 표현한 셈입니다. 벤처(Venture)와 어드벤처(Adventure)가 같은 어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책의 가치를 알아갈수록 제목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고민한 저만의 제목을 조심스레 적어보며 글을 마칩니다.『경영은 어떻게 모험이 되었나』는 어떨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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