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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문학살롱 - 그들은 어떻게 고전에서 경제를 읽어내는가 한빛비즈 경제학자 시리즈 3
박병률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아홉 개의 설명보다 한 개의 예를


 시계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라서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볼 수 없고, 어떤 지성적 존재가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생명체는 시계보다 더 복잡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더욱 우연히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없으며, 엄청난 지성을 가진 창조자가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엄청난 존재를 우리는 신이라 부른다. 


- 『설득의 논리학』 p.30 '페일리의 논증' 요약에서 발췌 


 이론을 그 자체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현실이나  현상을 추상적인 언어로 압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똑같이 복잡한 설명보다는 한 개의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훨신 효과적입니다. 창조론에 관한 어떠한 이론이나 설명보다 위에서 인용한 '페일리의 논증'이 훨신 설득력을 가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논증을 위해서 많은 이들이 예를 들어 증명하는 예증법을 다양한 분야에서 즐겨 사용해 왔습니다. 출판분야에서는 특히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처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의 입문서들이 이러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번에 만나보게 될 『경제학자의 문학살롱』도 제목이 말해주듯 사례 중심의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사례로 들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문학작품 36편입니다. '소설은 좋아하지만 경제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친근한 스토리를 통해 경제 상식을 이해하도록'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런 참신한 시도가 가능했던 까닭은 공학을 전공한 10년차 경제부 기자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취재를 통해 깊은 내공을 쌓은 저자 덕분입니다. 그럼 문학과 경제학이 만나 얼마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설의 인물과 사건은 경제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씁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 그 때문에 겪어야 했던 일들이 작품의 소재가 됩니다. 작품에 담긴 작가정신이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질 때 독자들은 열광합니다. 그러니까 문학을 뒤집어보면 그 시대가 보인다는 말이죠. 시대적 배경은 곧 경제적 배경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p.4, 저자의 말에서

 

 먼저 책의 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친근한 문학작품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이어서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는 경제 논리를 설명합니다. 한 작품의 해설이 끝나면 '행간 속 경제읽기'를 통해서 그 이론과 작품에 관련된 역사, 용어, 사건 등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경제학 공부가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저자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 또한 가능하게 합니다. 문학을 통해 경제를 쉽게 이해하려는 의도 뿐만 아니라 경제 논리를 통해서 문학 작품을 보다 심도 깊게 이해하는 것 또한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내용들은 문학작품의 시대배경을 통해서 중요한 경제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점입니다. 그저 어린 시절 읽었던 권선징악의 동화라고 생각했던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나 『크리스마스 캐럴』이 빈민구제에 부정적이있던 『인구론』의 저자 맬서스의 사상에 반대하기 위한 작품이라든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분식회계와 정경유착을 통해서 재벌이 성장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자 흥미로운 경제사 공부였습니다. 이처럼 문학 작품의 경제적 배경을 해설한 내용들은 참신하고 효과적이었다면, 나머지 내용들은 썩 마음에 닿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비논증의 오류를 주의하라!


 페일리의 논증이 가진 문제점은 시계와 생명체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다는 점에서는 유사할지라도 논점은 사실 전혀 다르다는 데에 있다. 시계는 진화하지 못하고 생명체는 진화한다. 그리고 창조냐 진화냐가 이 논쟁의 핵심이다. 그런데 시계와 생명체가 모두 복잡하고 정교하다는 유사점 때문에 핵심 논점이 가려져 결론이 마치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런 눈속임을 조심하라. 


-『설득의 논리학』p.39에서


 예증법에서 발전한 유비논증은 설득에 효과적이긴 하지만, 논리적으로 반드시 참이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유비논증을 사용할 때에는 그 개연성을 보다 철저하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이 책의 경우 『갈매기의 꿈』에서 '기업가 정신'을 유추해내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저자의 주장과는 달리  『갈매기의 꿈』은 1970년대 세속적 성공에는 관심이 없었던 히피들로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주인공 갈매기 조나단이 극단적으로 영적인 측면만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보수적인 집단으로부터 뉴에이지 서적이라는 낙인과 함께 금서로 지정되기까지 했습니다. 오히려 저자 리처드 바크의 아들로, 16살 고교 자퇴 문제아에서 20살 애플의 최연소 팀장이 된 독학의 천재 제임스 바크의 책 『공부와 열정』이 기업가 정신에 부합하는 듯 보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경영학 분야인 네이밍, 리더쉽, 마케팅 이론들을 소개한 것도 옥의 티로 보입니다. 다양하고 실용적인 이론을 소개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도 있지만, 보다 다양한 경제 이론을 접하지 못한 아쉬움 또한 큽니다. 하지만 가장 큰 아쉬움은 10년차 경제부 기자로서의 역량을 전부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반드시 문학 작품과 경제학을 접목시키려는 의도보다는 기자로서 취재한 사건이나 인물, 저자가 작성한 기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보다 풍부한 내용을 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남습니다. 물론 그럴 경우, 이 책의 제목은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이 아니라 『10년차 기자의 경제살롱』이 되어야 했겠지만 말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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