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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진원 옮김, 이호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멘토의 시대,  또 한 명의 대가를 만나다.

 

  2012년은 그야말로 멘토의 시대였습니다. 멘토란 단어는 〈오디세이아 Odyssey〉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조언자의 이름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오늘날에는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로 쓰이는 말입니다. 우리는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선생님, 친구, 선배를 만나게 됩니다. 취업해서는 동료, 상사를 비롯해 더욱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그런데도 이제 다시 또다른 멘토를 찾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단순히 성공을 보다 빠르고 쉽게 얻기 위한 지름길을 찾는 것일까요? 아니면 멘토 없이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까요?

 

 이유를 막론하고 멘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나에게 맞는 훌륭한 멘토를 찾는 더 큰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 한 친구와의 대화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어느 노학자를 만난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어느 한 방면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관을 가진다. 그리고 그 관점을 통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상가이다."라는 소감을 전해주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멘토란 모든 것을 아는 이가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을 통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 될 터입니다.

 

 이번 신간 평가단에서 만나보겔 될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저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 또한 이 시대 최고의 경영구루로 꼽히는 멘토입니다. 그는 기술과 기업 혁신에 관한 명쾌한 통찰을 담아낸 ‘혁신 이론’의 창시자이며, 한평생 경영학을 집대성해온 거장으로서 정통 경영서만 집필해 왔습니다. 이 책은 그가  처음으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쓴 자기계발서입니다. 그럼 세계적인 경영학자가 어떻게 경영학 이론을 인생에 적용시켜 우리의 일과 가정, 인생과 목표에 관한 성공적인 멘토링을 해주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영이론을 인생에 적용하다

 

  이 책은 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좋은 이론을 변덕을 부리지 않는다."면서 경험과 정보보다 이론을 우위를 강조합니다. 경험과 정보의 한계를 넘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론만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 1부 사회생활 속에서 행복찾기에서는 동기이론, 창발적 전략과 의도적 전략, 자원할당 이론을 통해서 어떻게 자신의 인생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저자는 이론들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서 정말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일을 찾고, 자신의 계획과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우선순위에 따라 노력을 배분하라고 조언합니다. 동기이론의  경우 저도 조직론 강의를 통해서 배웠고, 경영학과나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거의 알고 있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시험용으로 암기에 급급했던 저로서는 이 이론을 제 자신에게 적용해 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기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2부 관계 속에서 행복 찾기에서는 주로 가정을 중심으로 바람직한 인간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론은 좋은 돈 나쁜 돈 이론, 해야 할 일(job to be done)이론, 아웃소싱 이론입니다. 저자는 이 이론들을 통해서 일만 우선하기 보다는 가정에도 똑같은 우선순위를 주고, 아이들이 주어진 문제에 도전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와 용기를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결코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가족 공동체 안에서 서로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이 전혀 진부하지 않은 까닭은 이러한 주장이 낡은 관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효율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은 성공을 위해 버려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인 셈입니다.

 

 의도적으로 짧게 쓴  제 3부 행복을 위한 중간평가에는 제각각 다른 자신의 인생의 목표와 과정 속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선택해야 할 지에 대한 획기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론은 단 하나 총체적 사고 대(對) 한계적 사고입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한계적 사고에 빠지면, 빠르고 쉽게 이익을 얻을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은 한계적 사고로 새로운 기회에 적합한 투자를 할 수 없고, 개인은 '이번 한 번만(just this once)'이라는 핑계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로 몰락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결국 단 한 번의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 총체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경영학자이면서도 핵심이론 중  하나인 한계적 사고의 단점을 지적하는 모습에서 그의 대가다운 면모를 기꺼이 인정하게 됩니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느낀 소감은 역시 대가다운 글솜씨라는 점입니다. 자신을 이론을 비롯한 다양한 경영이론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이론을 인생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사례들도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수년간의 연구와 현장에서의 경험에서 나온 충실한 기업의 사례는 물론이고, 자신의 개인사 또한 솔직담백하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사 부분에서 보면 저자의 삶이 이 책에서 주장한 내용과 일치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의 주장이 단지 상아탑의 공허한 이론이 아니라, 삶에서 우러나온 충만한 가치임을 확신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내는 것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저자인 크리스텐슨 교수가 하버드경영대학원 종강일마다 해온 ‘인생경영학 특강’에서 비롯된 작품입니다. 따라서 수준 높은 강의, 그것도 맨 마지막 강의의 압축되고 의미심장한 내용을 쉽게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과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번역의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문외한의 입장에서도 번역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옮긴이의 세심함은 곳곳에 적힌 주석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학에서 쓰이는 전문용어들을 그대로 번역함으로써 생기는 장벽은 여전히 높아만 보입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탈무드에는 우리가 학교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워야만 하는 까닭은 지혜를 배우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이라도 도서관에 쌓여있는 지식을 능가할 수 없습니다. 지식을 쌓고자 한다면 도서관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혜는 지혜로운 사람한테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경영 멘토가 전하는 지식이 아닌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해답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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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1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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