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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적의 비밀 - 이스라엘은 어떻게 벤처 왕국이 됐을까?
이영선 지음 / 경향BP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이스라엘에 대해 알고 있던 것들

 

 제가 이스라엘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한 편의 창작동화를 통해서였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절약정신을 길러주려고 쓰여진 그 동화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일화가 담겨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처음 와보고 세 번을 놀랐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하늘이 맑고 높아서 놀라고, 두 번째는 물이 맑고 깨끗해서 놀라고, 세 번째는 이 좋은 환경에서 왜 못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놀랐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읽었던 당시 어린이였던 저는 우리나라의 자연이 아름답고, 경제발전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인상만을 느꼈을 뿐입니다.

 

 그 이후로 성장하면서 알게 모르게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정보들이 조금씩 쌓여갔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쉰들러 리스트>나 <피아니스트>같은 영화를 감상하면서, 유대인의 성공 비결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책을 읽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관한 저의 지식은 아인슈타인, 탈무드, 모사드, 팔레스타인 분쟁과 같은 키워드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신간 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경제기적의 비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이스라엘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다각도로 분석해서 유대인 경제성장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덕분에 단편적인 지식의 수준에서 벗어나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이 책을 읽어가면서, 어린 시절 읽었던 일화의 의미가 좀 더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우선 "한국에서는 땅에 묘목이나 씨를 심어 놓으면 때맞추어 비가 내려서 식물들이 저절로 큽니다"(p.244에서)라는 지은이의 말에 이스라엘 고등학생이 깜짝 놀랄만큼 이스라엘의 자연환경이 척박하기에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이 당연히 부러웠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가장 도드라지는 유대인의 특징은 격식을 차리지 않고 요점을 소신있게 말하는 것"(p.13에서)이라고 저자가 지적할 만큼 직선적인 화법을 구사하기에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해서 가난하다는 점을 거침없이 지적했을 거라는 점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세계 인구의 0.2%로 22.3%의 노벨상을 수상하고, 벤처왕국을 일궈낸 이스라엘 '경제기적의 비밀'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해  모르고 있던 것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스라엘의 강함은 그들의 다양성과 유대교를 통한 국민통합에서 나온다"고 단언합니다. 유대인의 다양성이 저절로 얻어진 것은 아닙니다. 2천여년에 걸친 긴 방황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슬픈 민족성입니다. 유대인들은 살다온 지역에 따라서 유럽에서 살다온 아쉬케나지, 중동에서 온 유대인인 미즈라히, 에티오피아에 정착했던 흑인 유대인, 소수의 사마리아 유대인까지 다양합니다. 게다가 이슬라엘에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5백 7십만의 아랍인, 20만의 베두인, 4만의 드루즈인, 5만의 난민까지 다른 민족들도 거주하고 있습니다. 유대인의 종교적 믿음 또한 다양합니다. 유대인의 신앙을 신실한 정도로 구분하면 일하지 않고 종교생활만 하는 정통파 종교인 10%, 일하는 신실한 유대인 15%, 신실하지 않지만 유대적 문화를 지키는 유대인 55%, 세속적 유대인 20%로(p.121에서) 나눌 수 있습니다.

 

 민족적, 종교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은 바로 구약성경을 바탕으로 한 유대교의 힘입니다. 유대교는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유대인들을 통합시키는 정신적 지주이자, 그들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전하는 파수꾼이자, 히브리어를 익히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과서였습니다. 이러한 유대교를 통한 통합의 정신이 있었기에 전세계의 유대인들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막강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유대인 지혜의 원천으로 여겨지는 탈무드가 마치 우리나라의 유학(儒學)처럼, 소수의 종교인들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는 점은 의외였습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한 권짜리 탈무드는 그야말로 요약되고 편집된 내용이고, 원본은 <바빌론 탈무드>와 <예루살렘 탈무드> 2가지 버전으로 6개의 주제로 각 63권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양성과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이룩한 이스라엘 경제의 현주소는 어떠한 모습일까요? 이스라엘의 주력 산업은 다이아몬드 가공수출업, 방산산업, 신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벤처산업, 대체에너지 산업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오랜 세월 세계를 방황했기에 소지와 처분이 용이했던 보석 가공업을 , 이슬람과의 실전을 통해서는 방산산업을, 구약성경을 가르치는 전통에서 벤처산업이,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대체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킬 수 밖에 없었고 이를 통해 끊임없이 부와 기술, 무력을 쌓아왔던 것입니다.  이런 이스라엘이 우리나라에 대해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휴대폰, 자동자, 가전, 건설 능력이 최고로 인정 받고 있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보다 활발한 경제 교류를 원하고 있다고 저자는 전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이 책은 저자가 이스라엘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느낀 경제 감상문(p.6에서)입니다. 책의 분류나 홍보는 '경제'에 무게가 실렸지만,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감상문'에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3장의 분량을 이스라엘의 정치, 문화, 사회를 설명하는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마지막 1장에서 다루고 있는 경제에 대한 분량이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의 전반적인 상황을 먼저 설명해서 경제기적의 비밀을 풀어내려는 저자의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전하는 내용들은 현지에서 경험한  최신 정보이지만, 그 정보를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한계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요? 바로 정보의 양과 질, 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작가 한 사람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계화를 외친지 십여년이 넘어가지만, 과연 우리가 얼마나 세계의 여러 나라들을 이해하고 교류하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에게 세계는 미국과 유럽, 중국과 일본이 전부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하가 될까요? 반대로 우리 자신을 알리는 일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한류가 전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한식 세계화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 교과서에 실린 우리나라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합니다. 2003년부터 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을 검토해 해당 국가에 수정을 요청해온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이길상 교수가 쓴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를 보면, 아직도 무수한 오류와 왜곡, 무지와 편견으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전세계의 교과서가 다수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국민의 다양성을 통합을 통해서 국가의 강점으로 만든 이스라엘을 모습을 분명 우리가 본받야 할 점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 가정 또한 정치적인 이슈가 될 만큼 중요시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스라엘과 좀 더 적극적인 교류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책 한 권을 통해서 그러한 일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스라엘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이스라엘과 업무를 담당하게 될 이들이 읽어야 할 입문서로는 손색이 없습니다. 책 속에는 저자가 경험한 이스라엘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반적인 모습을 생생한 현재 진행형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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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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