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 하이에크 -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꾼 세기의 대격돌
니컬러스 웝숏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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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6 6. 잘 갈무리되어 있네요. 대번에 읽었고, 많이 배웠습니다.

정치와도 붙기 쉬운 덕분에 우리는 어쨌든 (포스트)케인시안 시대에 살게 되었지만, 하이에크가 우울의 늪에서 헤매고 있을 때 스태그플레이션이 생기고 노벨경제학상이 주어져 빛(?)을 보는 드라마를 보면 참, 존버는 승리한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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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묵향 > (공유) 무엇이 ‘가짜 미술‘을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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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 같지만...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을 공부하다 보면 영어로는 없는데 중국어로는 정리된 자료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영어로 주로 찾다 보니 인도 출신 연구자, 학생들이 만든 영어 자료를 훨씬 많이 만나기는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중, 혐중 정서가 커졌고, 국내 매체들은 중국 경제가 곧 무너질 것처럼 기우제 지내는 듯한 컨텐츠를 쏟아내고 있지만, 설령 중국의 경제가 심각한 불황을 겪고(지난 주, 중즈그룹 中植企业集团이 베이징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정치 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양안 관계에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현대 중국이 쌓은 과학기술 분야의 분명한 발전마저 송두리째 무너져 없었던 일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가 따라갈 수 있는 규모와 저변이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그토록 열심히 달려왔는데, 문득 뒤돌아서는가 싶더니 이제 도로 출발점을 향해 맹렬히 질주하는 듯하다.


  [중즈그룹 파산신청 관련 기사]

  一木(责任编辑: 陈勇洲), "金融圈震动! 中植集团申请破产清算,法院已受理!", 证券时报 (2024. 1. 7. 07:42) https://www.stcn.com/article/detail/1085061.html

  Sam Gruet, "Zhongzhi Enterprise Group: Chinese shadow bank files for bankruptcy", BBC News https://www.bbc.com/news/business-67890633 


  어제 과제 하나를 마치고 이것저것 최근에 들인 책들을 들춰 보다가 위의 책을 펼쳐 보고 깜짝 놀랐다.


  대박...


  중국 연구자들이 머신러닝에 관한 100여 개 문답을 정리한 책인데... 어찌나 잘 정리해 두었는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단문 서술형 또는 논술형 시험문제에 대한 답안처럼 되어 있다고 하면 되려나?)

  조금 공부를 하신 분들이 읽으면 기억도 살리고 지식을 재배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실 것이다.


  집필진은 주로 칭화대, 베이징대 등에서 컴퓨터과학 등을 공부하신 분들로 hulu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즈니 자회사 https://www.hulu.com/ ) 데이터과학팀의 연구진이다.


  편집책임자인 주거웨(诸葛越, Zhuge Yue) 박사는 칭화대 졸업 후 스탠퍼드에서 컴퓨터 과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으셨다. hulu에서는 2021년 5월까지만 일하신 것 같고, 지금은 QuarkStar (2022년 1월부터), NGP Capital (2023년 6월부터)에 적을 두고 계신다. 2023년 5월부터 Bain & Company 외부 자문위원도 맡고 계시는 것 같다.


  흥미롭게도 제일 먼저 내신 책은 『魔鬼老大, 天使老二(악마 첫째, 천사 둘째)』(2017)라는 육아서이다. 未来算法(미래의 알고리듬)』(2021)이라는 책도 내셨고, 급기야 '인공지능 시대의 가정교육법'을 표방한 『成长树家庭教育法(성장수 가정교육법)』까지 내셨다(2023년 11월 출간, "Growing Tree: A Guide for the Future of Parenting"이라는 영어 제목도 붙어있다). 뒤의 두 권은 2024. 1. 8. 현재 알라딘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데이터 과학자와 데이터 엔지니어를 위한 인터뷰 문답집』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The Quest for Machine Learning은 2018년에 중국어판이 나왔고, 2020년에 한국어 번역이 나왔는데, 2018년 출간 당시 웨 박사께서 medium에 남기신 글이 있다.


  "Newly Published Book: The Quest for Machine Learning" (2018. 10. 10.) https://medium.com/@yuezhuge/newly-published-book-the-quest-for-machine-learning-4c4ebd1020d3


  아직 한국어로밖에 번역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발견하여 옮길 생각을 하셨는지, 김태헌님과 제이펍에 감사드린다. 동료들과 같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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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4 3감추어 계신 하느님에 대한 대화, 니콜라우스 쿠사누스, 유대칠 옮김, 부크크, 2020



  유대칠 선생님의 해제에 따르면, '비스콜라' 중세 유럽 철학자들로는...


  13세기의 룰루스[Raimundus Lullus, c. 1232~c. 1315, 라몬 룰(Ramon Llull)로 쓰기도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Ramon_Llull https://es.wikipedia.org/wiki/Ramon_Llull https://ca.wikipedia.org/wiki/Ramon_Llull),


  14세기[또는 조금 후세대]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 c. 1260~c. 1328, https://en.wikipedia.org/wiki/Meister_Eckhart https://de.wikipedia.org/wiki/Meister_Eckhart),



  15세기 후반의 피코 델라 미란돌라(Giovanni Pico della Mirandola, 1463~1494, https://en.wikipedia.org/wiki/Giovanni_Pico_della_Mirandola),


 그리고 니콜라우스 쿠사누스(Nicolaus Cusanus, 1401~1464, https://en.wikipedia.org/wiki/Nicholas_of_Cusa https://de.wikipedia.org/wiki/Nikolaus_von_Kues)가 있다. 쿠사누스(또는 쿠자누스)의 책은 몇 권 번역되어 있다(지만지도 참 귀하다).


 


  그러나 에크하르트 외에는 모두 생소한 편이다. 찾아 보니 독일의 Kurt Flasch (1930~, https://en.wikipedia.org/wiki/Kurt_Flasch https://de.wikipedia.org/wiki/Kurt_Flasch)가 주되게 참고할 만한 학자 같다.


  역자는 Charles H. Lohr의 생각을 빌려 중세 형이상학을 '종적 형이상학''횡적 형이상학'으로 분류했는데, 앞서 본 학자들 외에 유명론자 오캄(William of Ockam 또는 Occam, c. 1285~1347, https://en.wikipedia.org/wiki/William_of_Ockham), (신플라톤주의는 일반적으로 '종적 형이상학'으로 이어지지만) 신플라톤주의자로서는 마르실리오 피치노(Marsilio Ficino, 1433~1499, https://en.wikipedia.org/wiki/Marsilio_Ficino https://de.wikipedia.org/wiki/Marsilio_Ficino)가 '횡적 형이상학'을 지향했다고 볼 수 있다. 아래 『The Cambridge History of Renaissance Philosophy』는 궁금하다. 그중 Lohr의 "Metaphysics"만이라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https://www.cambridge.org/core/books/abs/cambridge-history-of-renaissance-philosophy/metaphysics/0D9D0FD2EE23DDBD9D428D6972333FC6 『The Political Thought of William of Ockham』도 흥미로워 보인다. 아무튼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대학은 참으로 대단하다. 책 70쪽에 열거된 플로티노스 관련 문헌을 추가로 달았다.



  다음 설명을 보면 '횡적 형이상학'의 개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교황주의'에 대비한 '공의회주의'도 '횡적 형이상학'과 통한다. 특히 1438년부터 열린 피렌체 공의회(제17차 세계공의회)가 그러했다(https://en.wikipedia.org/wiki/Council_of_Florence, 가톨릭사전 https://maria.catholic.or.kr/dictionary/term/term_view.asp?ctxtIdNum=4569 등 참조). 당시 '종적 형이상학'은 정통으로 수용된 반면, '횡적 형이상학'은 이단시되었다고 한다(책 7쪽, 각주 8).


신이 정말 무한하다면, 신은 '밖'이 없어야 한다. '밖'에 의하여 신 아닌 것이 존재하는 순간, 신은 '신인 것'과 '신이 아닌 것' 사이 경계에 의하여 유한하게 된다. 즉, 신은 무한하지 않은 존재, 유한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횡적 형이상학에 의하면, 신에게 유출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신의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여전히 신 '안'[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즉, 신의 '밖'으로 나오지 않았단 말이다. 그렇다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 '안'에 있는 것이 된다. 심지어 작은 풀 한 포기도 신 '안'에 있다. 존재하는 것 가운데 어느 하나도 신의 '밖'에 있을 수 없다. 신의 무한함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들이 신 '안'에 있다고 한다면, 신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결국 존재론적으로 평등하다. - 55, 56쪽 해제


  쿠사누스의 대화편은 기본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영향하에 있는 '이교도(Gentilis)'와 '그리스도인(Christianus)' 사이의 '감추어 계신 하느님'에 관한 짧은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https://www.hs-augsburg.de/~harsch/Chronologia/Lspost15/Cusa/cus_deus.html 등에서도 라틴어 원문을 볼 수 있다.


  '감추어 계신 하느님'에 관한 언급은 다음 성경 구절에서 찾을 수 있다.


아, 구원을 베푸시는 이스라엘의 하느님! 정녕 당신은 자신을 숨기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이사 45, 15)


필립보가 예수님께,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 (요한 14, 8-9)


  원문 일부를 인용한다. 번역된 문장 중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 Jasper Hopkins의 영문 번역(https://www.jasper-hopkins.info/DeDeoAbscon12-2000.pdf) 등을 참고하여 나름대로 다듬어 보았다.


[4]

이교도: 그러면 사람이 무엇인지, 돌이 무엇인지, 이런저런 낱개의 것들에 대하여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어떻게 내게 알려진 것이요?

(Quomodo ergo mihi notum est, quid homo, quid lapis et ita de singulis, quae scio?)


그리스도인: 사실 당신은 이러한 것들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그것을 안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본질에 대하여 내가 당신에게 묻는다면, 당신은 인간이나 돌의 본질이 표현될 수 없다고 단언할(affirmabis)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는 것은 인간과 돌, 그리고 그것들의 차이를 아는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다양한 작용(operationum)과 형상에 기초하여 우연히 발생하며, 당신은 이들을 식별할 때 다른 이름을 부여합니다.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은 우리의 분별하는 이성의 움직임입니다.

(Nihil horum scis, sed te putas scire. Si enim te interrogavero de quiditate eius, quod te putas scire, affirmabis quod ipsam veritatem hominis aut lapidis exprimere non poteris. Sed quod scis hominem non esse lapidem, hoc non evenit ex scientia, qua scis hominem et lapidem et differentiam, sed evenit ex accidenti, ex diversitate operationum et figurarum, quae, cum discernis, diversa nomina imponis. Motus enim in ratione discretiva nomina imponit.)


[6]

그리스도인: 나는 당신 이방인(이교도)들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신이라고 (잘못) 부르는 그런 신이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리이신 하느님을 공경합니다.

(Hoc ipsum quod dicis. Colo enim deum, non quem tua gentilitas falso se scire putat et nominat, sed ipsum deum, qui est ipsa veritas ineffabilis.)


[9]

그리스도인: 하느님은 구체적인 어떤 분도 아닙니다. 어떤 것이란 모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구체적인 어떤 분이 아니라 모든 것이십니다.

(Nec aliquid est. Nam aliquid non est omne. Deus autem non est potius aliquid quam omne.)

J. Hopkins 영문 번역: He is not something, either. For something is not everything. And it is not the case that God is something rather than everything.


  책에는 각주가 풍부하게 달려 있어 이해에 도움을 주는데, 각주에 소개된 쿠사누스의 다른 저작이 원문보다 더 와닿기도 한다. 예컨대, 책 26쪽 각주 38에는 Apologia doctae ignorantiae discipuli ad discipulum (학습된 무지에 관한 한 제자의 다른 제자에 대한 변론)의 구절이 소개되어 있다. 역시 Jasper Hopkins의 영문 번역(https://jasper-hopkins.info/Apologia12-2000.pdf) 등을 참고하여 나름대로 다듬어 보았다.


나는 하느님에 관한 사실이 학습된 무지를 통하지 않고서는 분별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하느님은 어디에도 계시지 않는 방식으로 모든 곳에 계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양(量)이 없이 크신 것처럼 모든 곳에 장소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현존하십니다. 마찬가지로 그분은 장소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모든 곳에, 시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어느 때나, 존재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모든 존재에 계십니다. (뒷부분은 아래 원문과 영문 번역 참고)


라틴어 원문: Sicut enim Deus ita est ubique quod nullibi – cum nulli loco desit, qui in nullo loco est –, ut sit in omni loco illocaliter sicut magnus sine quantitate: ita est etiam Deus ipse omnis locus illocaliter et omne tempus intemporaliter et omne ens non-enter. Et ob hoc non est aliquid entium sicut non est aliquis locus vel aliquod tempus, quamvis omnia sit in omnibus, – quasi monas est omnia in omnibus numeris, quia ea sublata nequit numerus esse, qui solum per ipsam esse potest; et quia monas est omnis numerus, non tamen numeraliter, sed complicite, ideo non est aliquis numerus; nam nec binarius nec ternarius.


J. Hopkins 영문 번역: I do not believe that this [fact about God] can be discerned otherwise than by means of learned ignorance. For example, God is present everywhere in such [a] way that He is present nowhere (for he is not absent from any place who is not present at any place); thus, God is present at every place non-spatially, just as He is great without quantity. Similarly, He is every place non-spatially, every time non-temporally, and every existent non-existently. But He is not on this account any existent thing, even as He is not any place or any time. And yet, He is all in all, even as the one is all things in all numbers. For were the one removed, [the] number could not continue to be; for number can exist only through the one. And because the one is every number, (not numerically but by way of enfolding), it is not any number. For example, it is neither the number two nor the number three.


  [14]에서 신(Deus)이라는 말이 본다("I see")는 뜻의 theoreo에서 파생되었다고 하면서, 하느님과 다른 모든 것의 관계를, '시각이 모든 색을 파악할 수 있기 위해 시각은 색의 영역에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빗댄 것도 흥미로웠다.


Deus dicitur a theoro, id est video. Nam ipse deus est in nostra regione ut visus in regione coloris. Color enim non aliter attingitur quam visu, et ad hoc, ut omnem colorem libere attingere possit, centrum visus sine colore est. In regione igitur coloris non reperitur visus, quia sine colore est. Unde secundum regionem coloris potius visus est nihil quam aliquid. Nam regio coloris extra suam regionem non attingit esse, sed affirmat omne quod est in sua regione esse. Ibi non reperit visum. Visus igitur sine colore existens innominabilis est in regione coloris, cum nullum nomen coloris sibi respondeat. Visus autem omni colori nomen dedit per discretionem. Unde a visu dependet omnis nominatio in regione coloris, sed eius nomen, a quo omne nomen, potius nihil esse quam aliquid deprehenditur. Eo igitur deus se habet ad omnia sicut visus ad visibilia.


  해제의 다음과 같은 서술이 쿠사누스와 역자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신을 명제(命題)에 담을 수 있다면,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높은 차원의 종교적 권위가 있는 사람들이 더 잘 하느님을 알아야 한다. 하느님을 더 잘 만나야 한다. (...) 쿠사누스는 신은 (...) 사람의 이성과 언어 속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신은 지식으로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신을 정말 더 많이 아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


쿠사누스는 신을 모르겠다 했다. 신은 알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모르는 신이다. 무엇으로 정의되지 않는 신이다. 무엇으로도 신을 알지 못한다. 신을 개념 속에서 구속할 수 없다. 내가 나란 존재를 아집에 구속해서는 안 되듯이 말이다. 아집에서 벗어난 유한한 나는 개념으로부터 자유로운 무한한 하느님과 하나 되어 있음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며, 하느님과 정말 제대로 더불어 하나 됨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쿠사누는 하느님을 모른다 한다. 몰라야 한다고 한다. 그 모름에서 사람은 또 다른 희망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덧1. 롬바르두스의 『명제집』도 언젠가 번역되면 좋겠다.



덧2. 전에 쓴 유대칠 선생님 저서 관련 글 https://blog.aladin.co.kr/SilentPaul/13274256


덧3. 책 45쪽 각주 60에 나오는 관련 논문

유대칠, "스콜라 지칭론의 복원 작업 -중세와 근대 스콜라 논리학에서 지칭(suppositio)의 발생과 활용 그리고 그 복원-", 중세철학 제16호 (2010)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510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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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3 2물질에서 생명으로, 재단법인 카오스 기획, 노정혜 외 지음, 반니, 2018



  작년 3월에 반쯤 읽고 찬사를 남긴 적이 있는데 https://blog.aladin.co.kr/SilentPaul/14444185

  정말이지, 내용, 편집, 교열에 이르기까지 흠을 거의 찾을 수 없는 만점짜리 책이다.

  (라고 쓰고 보니 오타가 눈에 띈다. 241쪽: 우리가 먼저 특허를 출현했습니다. → 우리가 먼저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생명(노정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DNA(조윤제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 RNA(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단백질(김성훈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교수), 탄수화물(조진원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세포막(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ATP(정종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외부 물질(김병문 서울대 화학부 교수), 게놈(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과 유전자가위(김진수 전 서울대 화학부 교수, 현 국립싱가포르대 교수), 바이러스(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등 여러 주제에 관한 비교적 최근 지식을 쉽게 풀어주셨다.


  전에 쓴 것처럼 그저 감탄만 나온다.


  그중에서 따로 찾아봐야지 싶었던...


Kim, Hyongbum, Kim, Jin-Soo. A guide to genome engineering with programmable nucleases. Nat Rev Genet 15, 321–334 (2014). https://doi.org/10.1038/nrg3686


제1817482호 등록특허(2015. 8. 6. PCT/KR2015/008269호로 국제출원, 2018. 1. 4. 국내 등록) "캄필로박터 제주니 CRISPR/CAS 시스템 유래 RGEN을 이용한 유전체 교정(GENOME EDITING USING CAMPYLOBACTER JEJUNI CRISPR/CAS SYSTEM-DERIVED RGEN)" https://patents.google.com/patent/KR20170020535A


윤신영 기자, "유전자 가위 세기의 특허戰 종지부… "최후 승자는 MIT·하버드대"", 동아사이언스 (2018. 9. 11.)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23891


조승한 기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세기의 특허 전쟁 2라운드 불붙었다", 동아사이언스 (2022. 2. 7.)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2154


박정연 기자, "유전자가위 특허전쟁 분기점…툴젠, ‘저촉심사’ 유리한 고지 선점", 동아사이언스 (2022. 9. 30.)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6477


문희철 기자, "“수천억 특허 빼돌렸다”던 김진수 교수 1심 ‘무죄’", 중앙일보 (2021. 2. 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86182


박정연 기자, "'유전자가위 특허 논란' 김진수 前 서울대 교수 유죄 판결", 동아사이언스 (2022. 11. 30.)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7360


최준호 기자, "'유전자 가위 특허' 5년 송사 끝낸 김진수…그가 창업한 이유", 중앙일보 (2022. 12. 1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6865


박정연 기자, "유전자가위 석학 김진수 "빡빡한 행정·감사, 과학자 창업에 부담"", 동아사이언스 (2023. 4. 14.)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9410


김찬혁 기자, "툴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특허, 호주서 불인정 결정", 청년의사 (2023. 12. 14.)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2234


송영두 기자, "툴젠, 호주 특허 무효 내년 3월 결정...전문가 “美 특허 소송 영향 無”", 팜이데일리 (2023. 12. 18.) https://pharm.edaily.co.kr/news/read?newsId=01252966635839832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0조(인간복제의 금지) ① 누구든지 체세포복제배아 및 단성생식배아(이하 “체세포복제배아등”이라 한다)를 인간 또는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켜서는 아니 되며, 착상된 상태를 유지하거나 출산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누구든지 제1항에 따른 행위를 유인하거나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1조(이종 간의 착상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인간의 배아를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키거나 동물의 배아를 인간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인간의 난자를 동물의 정자로 수정시키거나 동물의 난자를 인간의 정자로 수정시키는 행위. 다만, 의학적으로 인간의 정자의 활동성을 시험하기 위한 경우는 제외한다.

  2. 핵이 제거된 인간의 난자에 동물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거나 핵이 제거된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행위

  3. 인간의 배아와 동물의 배아를 융합하는 행위

  4. 다른 유전정보를 가진 인간의 배아를 융합하는 행위

③ 누구든지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부터 생성된 것을 인간 또는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아무튼 우리 사회는 사고, 인력, 예산(지원), 제도 등 모든 면에서 과학이 너무 부족하다. 사실과 전문성에 겸허할 줄 아는 과학이 없이는, 편 가르기를 넘는 토론을 할 수 없고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 평소 부지런히 과학, 기술의 소양을 쌓아두어야 한다.


  과학은 무엇보다 열린 학문입니다. 과학이 추구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가장 훌륭한 설명'이라는 말입니다. 더 나은 설명이 나오면 기존의 과학은 기꺼이 자리를 내어줍니다. 과학의 열린 마당에서 질문하고 토론하세요. 호기심의 물결에 몸을 맡겨 보세요. 지식의 습득에 얽매이지 않을 때 배움은 바로 즐거움이 됩니다.


- 카오스 과학위원회 머리말 끝부분


  '생명은 물질에서 출현했는가?'

  '정신도 물질에서 출현했는가?'



  사실 탄수화물이나 산소는 같이 있으면 상태가 불안한 물질이기 때문에, 생명 활동이 없이도 CO2로 변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화학적인 과정에서는 산화되는 과정이 굉장히 느리게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 열에너지로 방출됩니다. 그런데 생명 활동을 통해 반응이 훨씬 가속화되고,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방출하는 대신 생명 활동에 이용하지요. 그러므로 지구과학적으로 본다면 생명은 재생 가능한 촉매라고 볼 수 있겠지요. 재생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난다면 그 실수를 통해 진화가 일어날 테고요. - 39쪽, 심민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과학자들은 프랜시스 크릭을 훨씬 위대하게 생각합니다. 왓슨이 쓴 『이중나선』은 외국에서는 별로 좋은 책으로 인정받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필독서로 되어 있어요. 왓슨은 논문이 그것뿐입니다. 그렇지만 프랜시스 크릭은 다섯 개 분야를 개척한, 20세기 최고의 천재라고 일컬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왓슨이 많이 알려진 이유는, 프랜시스 크릭이 과학자로서 굉장히 많은 분야를 열었다면 왓슨은 대중화에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에요. - 70쪽,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20개의 단어면 충분한데 64개나 단어를 만들어내서 잉여가 생긴 겁니다. 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엄청난 장점이 있어요. (...) 돌연변이는 매일 일어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암이나 치매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동의어가 많기 때문입니다. 돌연변이는 일어나지만 그것이 단백질로 변화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거든요. 생명의 실체는 단백질이고, 단백질이 변해야 몸의 성질이 변해서 병에 걸립니다. 동의어가 많은 것은 유전자의 변화가 단백질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든 생명의 절묘한 안전장치인 셈이죠. - 119쪽


  유전자는 설계도이고, 단백질은 그것을 형상화하는 현실이에요. - 120쪽


  DNA는 안정적이고 단백질은 불안하다는 말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왜 생명체는 불안정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지닐까요? 철학적으로 들리지만, 그것이 생명체죠. 생명체가 너무 불안하면 생명일 수 없고, 너무 안정적이면 환경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이 DNA고, 역동성을 제공하는 것이 단백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가지가 조화롭게 생명체를 유지하는 거죠. - 122쪽, 김성훈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교수


  [주: 지질 분자의 이중막이] 자발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세포막이 매우 유연하다는 것이죠. 세포막의 구조를 유지하는 힘이 꼬리를 물로부터 감추는 힘이거든요. 그러니까 꼬리가 물로부터 감춰져 있는 한, 좀 휘어져도 그다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유연하겠지요. 세포가 어떤 힘에 의해 눌린다고 유연하지 못해서 터져버리면 안 되잖아요. 동시에 매우 강인합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유연한 동시에 절대 찢어지지 않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포가 아주 현명하게 선택한 거죠. 굉장히 유연하기 때문에 적혈구가 모세혈관을 지나갈 때 모양이 구겨지더라도 모세혈관만 지나고 나면 다시 원래 모습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포 바깥쪽에 원자 정도 크기인 이온이 많이 있는데, 이것들이 세포를 투과할 수 없을 만큼 강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연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가진 아주 이상적인 매체입니다. - 159, 160쪽,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유전자가위는 진화적으로 보면 특수한 취급을 받습니다. 게놈을 바꾼다는 것은 기존의 진화로 따지면 방향성을 주고 있는 건데, 이를 무시하죠. 인공적이니까요. 엄밀하게 따지면 사람은 진화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진화의 방향을 어느 정도 결정할 수 있지 않은가, 그것도 자연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252쪽,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임소형 한국일보 기자: 자연적으로도 어느 정도 방향성이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무작위적이라는 게 진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방향성이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외계에 생명체가 잇고 지능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발견한 적이 없잖아요. 현재로서는 무작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253쪽, 김진수 전 서울대 화학부 교수, 현 국립싱가포르대 교수


  끝으로 (귀하디 귀한) 카오스재단의 렉처사이언스 시리즈를 갈무리해 둔다. 3권까지는 휴머니스트에서 나왔고, 4권부터 반니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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