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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남지심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1월
평점 :
절판
추천 권유도 7
지난 94년, 본 작품은 아마도 내가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초기에 본 작품을 처음
접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초기에 단순히 책이 좋아서 접했던 작품이란 이유로 애착이
갔었던 것도 있지만 제목이 던져주는 심적 안정감이랄까 뭐라 콕 집어 이야기하기
어려운 심리적 위안감이 있어 지금도 내 책장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어쩌다 내가 책장에 눈길을 주게 되면 제일 먼저 나에게 미소(?) 짓는 오래된
친구 같은 작품이다.
이제는 무슨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작품이지만 힘든 세상을
살면서 마주했던 여러 세속적 욕심과 번뇌로 인해 내가 힘들 때마다 우선적으로는 나의
종교인 기독교적 명상과 기도로 마음을 추스르고는 하지만 가끔가다 해당 작품의
제목이 던져주는 문구로 인해 또 다른 어떤 위안감이 나를 다독여 주고는 했었다.
그러다 본 작품을 30년 만에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책의 겉표지를 들추며 제일 먼저 마주한 것은 해당 작품 구매 당시 직접 내가 싸인한
내용 즉,
‘1994년 2월 21일 월요일’
을 마주하는 순간 ‘작품도 나를 기다렸었구나’ 하는 웬지 모를 감상이 일어났다.
개신교도인 내가 이런 불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을 읽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수준 이하의 혹자들과 미성숙한 일부 종교인들이 가끔 있는데 그런 인간들이 마구해대는
허접한 지적질은 마치 지금도 일부 정치인들이 툭하면 외쳐대는 ‘수준 낮은 친일주의
타령’, ‘할 말 없으면 색깔론으로 몰고 가는 종북놀이’를 통해 유권자들을 호도하려는
저열한 비방처럼 느껴져 ‘그래, 그래도 나는 읽는다. 어쩔래’라는 식으로 작품을 읽게
되었다.
저자께서는 작품을 통해 30여년이 흐른 지금 국,내외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를 작품을 통해 직접 언급하고 있었는데 작품이 발표되었던 당시가
90년대 초반이었음에도 해당 문제에 대한 언급은 작가의 혜안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 세상이 이토록 존재하는 것은 꽃으로 살다 간 사람보다는 거름으로 살다 간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 남이 나를 봤을 때, 내가 내 자신을 돌이켜 봤을 때 <진짜>라는 확신만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의 삶에 대해 별로 회한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 ‘인복(人福)’이라는 것도 어는 생애에선가 예축해 놓은 자신의 덕(德)이 아닐까
- 하루에 두 번 아침이 찾아오지 않는 것처럼 기회를 놓치지 말고 무엇이든 열심히
해 봐야 한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경험이든 진지하게 해보는 일이다.
- <철들자 망령>이란 말은 철드는 일이 늦음과 인생이 짧음을 동시에 나타내는 말이다.
- 인간이란 남을 위해 사는 것이 결국은 나를 위하는 최상의 길이다.
- 인류의 역사와 함께 문학이라는 형태가 존속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간들이
자신의 모습하고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고자 하는 갈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 젊은이들의 이상은 기성세대의 모순이 있음으로 해서 이상이 될 수 있다.
-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타인을 존재케 하는 것이고, 타인이 존재하는 것은 나를 존재케
한다는 것으로 엄밀히 따지면 인간관계에 있어 높고 낮음이나 귀천이 있을 수 없다.
- 삼라만상은 모두 성주괴공(成住壞空)의 법칙에 의해 운행된다.
성(成)은 생성해서, 주(住) 머물다가, 괴(壞) 쇠퇴되어, 공(空) 소멸되어 가는 과정이다.
- 이해나 관용의 기쁨이 되살아나게 해주는 것도 방생이다.
남의 생명을 방생하는 것도 바로 내 자신의 생명을 방생하는 것이다.
- 자신의 운명을 만들고 있는 것은 외부의 누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며, 내 자신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만든 운명 속에 살 뿐 아니라, 앞으로 내가 살 운명도 만들고 있는
것이다.
- 행복은 불행의 거울 속에서만 비춰지는 오묘한 괴물이다.
행복은 불행에 의해서 보호되고 사랑은 갈등에 의해서 보호된다.
- 가시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꽃의 주위에만 돋아난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면
사랑일수록 갈등 또한 크게 오기 마련이다. 갈등은 사랑을 파괴하는 장애 요소가
아니라 사랑을 지키는 울타리다.
- 인간은 미완성의 레이다이기 때문에 행복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불행을 경험해야
하고, 사랑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쓰린 아픔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다.
- 인생의 승부는 나이를 먹으면서 가려지고 마지막 승부는 죽음의 순간에 가려진다.
- 생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 불행 앞에서도 담담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
그건 용기가 아니라 지혜일지도 모른다.
- 소유욕은 상한선이 없기 때문에 소유욕에 끌려 다니는 삶은 행복할 수가 없다.
- 자식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흔들리고 쓰러진다 해도 분노하지 말고 그들을 지켜
봐 주자. 다시 일어설 것을 믿으며
- 욕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고통이지만 그것은 또한 살고자 하는 투쟁력을
유발시키는 힘이다.
- 스승은 제자를 키우지만 제자는 스승을 잊고 산다.
- 추억이 아름다운 것은 그 추억 속에 행복이라는 빛깔이 채색돼 있기 때문이다.
- 세월은 흘러가고 생존해 있는 모든 것은 흐르는 세월 위에서 명멸해 가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꼭 허무만이 아닌 것은 그것 위로 관통해 흐르는 사랑이 있기 때문
이다.
- 남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것. 그건 내 자신이 상대방의 고통 속으로 뛰어 들어가
그가 겪고 있는 고통의 부피만큼을 내 것으로 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 된다.
- 바람은 나무를 괴롭히는 장애 요소지만, 바람이 있으므로 해서 나무는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 사람은 태어나면서 운명적으로 자신의 삶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가지고 태어나는 데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받은 그릇이 어떤 그릇이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릇에 얼마나
정성껏 자신의 삶을 채우느냐 하는 것이다.
- 행복한 항구에 닿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노를 저어 가는 선장이 아니라 항해 그 자체가
바로 즐거움이 되게 하는 선장, 아내들은 남편이 바로 그런 선장이기를 바라고 있다.
- 수도자들은 처음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수행한다. 그라나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습득한 지식을 털어 버리기 위해 다시 수행한다.
- 인간이 만들어 낸 것 중에서 신(神)의 음성에 가장 가까운 것이 음악이다.
-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下和衆生) 이란, 위로는 부처님 가르침 받들어 깨달음을
얻고, 아래로는 자신보다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나눔과 봉사로써 보살행을 실천
한다는 뜻.
- 연등(燃燈)은 등불로 땅을 밝히는 의식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유등은 등불로 물을
밝히는 의식이다. 종교 의식은 그 의식을 치르는 사람들의 의지의 표현이다.
- 종교는 마음으로 믿는 것이지만 마음 이상으로 의식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보살 중에서 인간과 가장 친하고 정다운 보살이 관세음보살이다. 관세음(觀世音)이라
는 말은 세간의 소리를 듣는다는 말로 세간 속에는 사람뿐 아니라 미물도 살고 있으니
관세음보살은 사람의 소리뿐 아니라 미물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주신다.
- 실행의 책임은 지지 아니하고 말만 하는 것을 희론(戱論)이라 합니다.
희론은 아무리 많이 말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열반경에는 ‘희론이
오래도록 끊어져 없어짐을 이름하여 열반‘이라 합니다.
‘열반’이란 말은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만 ‘깨달음’이란 뜻으로
즉, 무책임한 희론을 하거나 재미로 듣거나 하는 일이 말끔히 없어지고, 설하는 사람도
실행할 작정으로 설하고 듣는 사람도 실행할 작정으로 들어야만 거기에 비로소
‘깨달음’이 있는 것입니다.
잡지식
- 경북 군위에 있는 ‘인각사’는 일연 스님이 말년에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찬술한
유서 깊은 가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