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한담 법정 스님 전집 9
법정 지음 / 샘터사 / 198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추천 권유도 7

 

작품을 삼십 년 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이유는 없다.

불현듯 세상을 떠나신 법정 스님을 존경해서도, 그 분의 작품에 대한 느낌이 좋아서도 꼭 다시

읽어보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에서이기 보다는 내 기억 한 편에 언젠가는 꼭 한 번 더 읽어 보겠

다는 마음이 남아 있어 자연스레 손이 간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또 하나의 이유를 들라면 아마도 법정 스님께서 바라보시던 당시(1980년대 초중반)사회와

당시 우리 사회를 억누르고 있었던 현실적인 문제가 얼마나 오늘날까지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을까가 궁금하던 차에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 사족으로 한가지를 더 붙여 본다면 우리가 초등학교 국어책을 처음 잡던 그날의 떨리던 마음이

  반백이 되어 다시 펼쳐보았을 때 느껴지는 그런 감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

그런 저런 생각을 갖고 작품을 접하기 시작했으나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부분보다는 오히려

생뚱맞게 작품을 덮는 순간 마주한 즉시현금 갱무시절(卽是現今 更無時節)’이라는 문구를 마주

하면서 나도 이제는 나이를 먹었구나하는 느낌을 크게 받은 그런 시간이었다.

이와 함께 갑자기 든 또 하나의 생각은 바로 어느 누군가의 비문으로 쓰여 있다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라는 문구가 갑자기 떠올랐다. 이유는 없다.

사족을 단다면 해당 문구의 주인공은 아일랜드의 극작가 겸 소설가인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로 그는 95세의 나이에 임종을 앞두고 본인이 직접 남긴 말을 묘비에 새겨 달라

했는데 이 문구가 바로 그의 유언을 받아들여 작성된 것이라고 한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를 몇날 며칠을 생각해 보았는데 뚜렷한 이유는 찾지 못한 채 단순하게 또 다른 버나드 쇼와 같은 비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무엇인가를 후회없이 정말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보는 시간이었다.

     

- 귀는 좀 보수적이고 눈은 제보 진보적인다,

- 우리가 보는 법을 안다면 그때는 모든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그리고 보는 일은 어떤 철학도,

  선생도 필요하지 않는다. 아무도 당신에게 어떻게 볼 것인가를 가르쳐 줄 필요가 없다.

  그냥 당신이 보면 된다.(‘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인도 철학자)

- 자비(慈悲)란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어 가진다는 뜻이다.

- 진리를 찾아가는 사람은 티끌보다도 더 겸손해야 한다. 세상은 티끌을 그 발밑에 밟지만 진리를

  찾는 사람은 티끌한테조차도 짓밟힐 수 있을 만큼 겸손해야 한다.(마하트마 간디)

- 사바세계(娑婆世界)란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세상을 말한다.

- ‘보살사상이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관용(寬容)의 정신이다.

-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란 부처님이나 교리 같은 것에 의존함이 없이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본래적인 자기 자신을 발견, 인간다운,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 가까이 지내던 사람이 멀리 떠나갔을 때 내게 축적되고 정제되어 떠오르는 모습이 그 사람의

  뒷모습이다. 사람은 이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하고 이 뒷모습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 우리들의 마음이 어떤 소유욕에 얽매여 있으면 마음의 창인 그 눈도 함께 멀어, 봄밤의 정취도

  저녁놀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가 없다. 그러니 차지할 향편이 못되는 사람들은 볼 줄 아는

  길러야 한다.

- 인간의 목표는 남보다 많이 차지하는 데 있지 않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데 있어야 한다.

- 구개신기산 설동시비생(口開神氣散 舌動是非生) 입을 열면 신기로운 기운이 흩어지고 혀를

  함부로 놀리면 시비를 일으킨다.

- 입에 맞는 떡은 없다. 떡에다 입을 맞추어라.

- 종파적인 것에 구애받음 없이 여러 종교가 지닌 좋은 특성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인다면 내가

  믿고 의지하는 종교의 영역이 그만큼 풍요로워질 것이다.

- 일반적으로 선승(禪僧)들의 표혐이 과격한 것은 산 체험을 죽은 문자와 언어로 나타내기 때문에

  파격적인 표현법을 쓰지 않을 수 없다.

-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 들리는 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가 가려내겠다는 태도롤

  들으라.

- 여가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문제는 곧 삶의 밀도를 결정짓는다.

- 사랑의 실천이란 자기와 타인이 서로 대립하고 있을 경우, 자기를 부정하고 타인에게 합일

  (合一)하려는 노력이며 사랑의 구체적인 작용이 곧 ()’이다.

- 역사란 죽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현재 속에 살아 있는 과거이고, 먼 미래에까지도 이어질

  과거다.

- 교육이 해야 할 일은 우리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케 하고 삶의 전과정을

  이해하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 빈곤과 차별은 자본주의가 낳은 2대 악()이다.

- 절대 고독의 한 가운데 우뚝 설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 무엇보다 침묵을 사랑하라 침묵은 입으로 표현할 수 없는 열매를 가져온다.

- 두타행(頭陀行)이란 털어버린다는 뜻이다.

- 종교는, 불교는 그 요체가 말에 있지 않고 일상적인 행위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 가장 근원적인 번뇌로는 탐욕과 증오와 무지이다.

- 계율이란 창문과 같아서 닫아놓은 데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활짝 열리 수도

  있어야 한다.

- 부처님께서 입춘날 절에 가서 삼재풀이를 해야 한다는 말은 그 어떤 경전을 통해서도 절대로

  말씀하신 적이 없다.

- (, 원할 원)은 나만이 아니라 남에게까지도 덕을 입히는 이타적 소망이다.

- 선가(禪家)에 한고추(閑古錐)란 용어가 있는 데 이는 닳아져서 무딘 송곳을 의미한다.

- 그 사람의 행위가 그 사람의 지시고다 뛰어날 때 그 지식은 유익하다.

- 사람은 상대의 말에 팔릴 게 아니라 행동을 보고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

- 우리가 내일을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건 오늘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 즉시현금 갱무시절(卽是現今 更無時節) 바로 지금, 다시 시절은 없다.

 

책을 덮으면 드는 생각은 '사람은 유한하지만 책은 영원하구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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