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추천권유도 9 

  

중학교 시절인지 고교시절인지 확실한 기억은 없으나 형님 책장 위에 꽂혀있던 이 분의

작품(어떤 전설)을 보고 손이 쉽게 가지를 않았다.

그 이유를 확실히 기억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당시 내가 처음 마주한 그냥 무명 작가라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또 작가의 정체에 대해 정확히 몰라 그랬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이가 들어 우연히 접하게 된 - 나는 작품을 어떤 선전이나 타인 추천에 의해 작품을 고른

것이 아니라 읽고 싶어서 선택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태백산맥이라는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을 통해 접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부터 그 분의 해당 작품을 어떤 이상한 인간들이 이념적인 잣대로 작품을 예단하고, 폄하하는 모습에 굉장히 분노하면서 또 작가님이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나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이념적 성향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문학 작품을 낡아빠진 이데올로기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인간들의 한심한 작태를 조소하기

위해 작가님을 더욱 더 가까이 두고자 하는 마음이 일었다.

나는 도 아닌 그냥 보수적인 느낌이 강한 일개 독자였는데 잘 읽고 있는 좋은

작품을 갖고 뭐라 뭐라 궁시렁대는 인간들이 정말 역겨워 미치는 줄 알았다.

일련의 쓸데없는 인간들이 벌인 이념논쟁을 바라보면서 든 생각은 한마디로 문학자도 모르는 인간들이 벌인 작태라는 생각 밖에는 다른 생각이 전혀 들지를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과거 한 때, ‘태백산맥과는 다른 관점이기는 하나 차세대 리더를 꿈꾸던 유명

여성 정치인이 특정 문인을 두고 곡학아세니 하며 비난을 퍼붓던 모습이 교차되면서

속으로 웃고 말았는데

 

본 작품은 그 사건을 비롯한 작가로 왕성한 활동할 당시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하고 계신

, 읽는 대목 대목마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게 밀려왔음을 이 자리

를 통해 밝혀두고자 한다

나는 작가의 대표작을 갖고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며 뭔가를 잡아 내려고 발버둥쳤던 소인

배들과 극단적인 애국주의 부류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내가 회사 생활할 때 벌어졌던

에피소드가 있어 여기에 소개해 보고자 한다.

과거 한 때 - 지금도 일부 그런 인간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 건전한 소비자를 가장한

블랙 컨슈머들이 크게 활개를 치던 시기가 있었는데, 블랙 컨슈머로 추정되는 소비자가

벌였던 재미난 이야기이다.

어느날 소비자가 클레임을 걸어 왔는데,

당사의 제품인 자신의 휴대폰으로 임종 직전의 자신의 부친 유언과 그 장면을 녹화해 놨는

데 휴대폰 불량으로 이것을 재생할 수 없게 되었으니 보상해 달라는 클레임이었다.

사건을 접한 회사는 정말 황당했다.

임종을 앞 둔 부모를 자식이 영상으로 촬영했다는 것도 이상했지만 녹음까지 했다는 내용

을 듣고 아연 실색했었다.

소비자는 왕이라는 일념 하에 각종 사례를 뒤져서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이려고 했는데,

도대체 소비자가 당사의 보상안에 만족을 못하고 회사가 제시하는 최소한의 보상안에

대해 사사건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종국에는 회사가 망가진 파일에 대한 가격을 산정하지 못하겠으니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

께서 직접 합당한 금액을 요구해 보라고 했더니 그것을 왜 자기가 해야 하냐고 우리에게

짜증을 부린 적이 있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를 피해 금액을 산정할 것인지 해결책이

있으면 알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인내에 한계에 다다른 회사는 소비자를 향해서 역공을 펼치게 되었다.

, 그렇다면 소비자가 부친의 유언을 휴대폰에 녹음, 녹화했다는 증거가 정말로 있냐고

지금은 기술이 좋아져 웬만한 파일은 복원이 가능하다 - 역으로 추궁을 했더니 더 이상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작품을 읽는데 왜 이 사건이 떠올랐을까?

세상이 어찌 변해가고 있는데, 죽은 레닌스탈린을 환생시켜 뭘 어쩌자고 그랬는지

참으로 씁쓸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의 작품을 갖고 작가의 사상성을 의심해 낡아빠진 이념의 잣대를 들이댄 작자들과

휴대폰 속의 유언 내용이 삭제되었다고 우기는 소비자와 같은 부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는 작가님의 대화 내용은 작가님의 입장에서 바라 보신 시대와

역사의 증인으로서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돋보이는 대화들로 생각되었으며 두고 두고 음미

해 볼 필요가 있는 내용이었다는 생각되었다.

 

작가께서 언급하신 바와 같이 시대의 산소로서의 작가 본인이 갖고 계신 사상의 한다면을

여기에 간추려 보고자 한다.

 

- 소설은 인간에 대한 총체적 탐구이며 역사는 인간이 살아온 이야기이며 기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만 간추려 놓은 기록으로 작가는 역사를 몰라서는 작품을 쓸 수 없지만,

   역사가는 문학을 몰라도 역사를 연구할 수 있다.

- 역사를 포괄하지 않고는 대작을 탄생시킬 수 없다.(어느 외국 평론가)

 

- 미술과 음악에 비해 문학이 민족적인 색채가 훨씬 강한 이유는 언어는 인간의 감정과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훨씬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이고 적극적이기 때문.

 

-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며, 그 시대의 산소(진실)이다.

 

- 말로 지은 원한은 백 년을 가고, 글로 지은 원한은 만 년을 간다(중국)

 

- 옳고, 바르고, 참된 것을 위하여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하고 맞서야 하는 것이

   작가의 소임으로 그 옳고, 바르고, 참된 것을 작품으로 지키고 실현하는 것이 곧 진실

   이다.

 

- ‘진실만을 말하고자 하는 작가는 필연적으로 진보적일 수 밖에 없으며 기득권을 향유

   하는 보수 세력과는 갈등하고 맞설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소설의 비판정신이며 휴머니즘의 실현이고 하다.

 

- ‘종교는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며, ‘철학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하려

   는 것이며, 과학은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학은 꼭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 글 잘 쓰는 기술은 애초에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

   그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으로 이를 비율적으로 굳이 표현한다고 하면 다독 4, 다상량 4,

   다작 2의 비율이라 할 수 있다.

 

- 또 좋은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의 여부로 결정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사전을 가까이 하라.

 

- 사전은 단어의 뜻과 개념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닳아지도록 부지런히 펼치는 것이지

   암기의 대상이 아니다.

 

- 세계적인 천재 첼리스트였던 카잘스는 아흔을 넘어서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이를 궁금하게 여긴 질문자가 대가이시면서도 왜 그리 연습을 줄기차게 하느냐고 묻자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서라는 답을 했다고 한다. 무슨 의미이겠는가?

 

- 가장 뛰어난 능력은 지치지 않는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단어에서 만성(晩成)’이라는 단어는 오래 걸린다는 뜻만이

   아니라 오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는 의미도 있다.

   , 크게 되려면 오래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 능력 있는 작가, 역량 있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 작가가 얼마나 많은 작품을 썼느냐

   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개성적인 인물을 창조했느냐로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모든 인물은 제각기 개성적이어야 하는 동시에 전형성(역할, 사건, 상황, 그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되도록 꼭 어울리는 생생히 살아 있는 것 같은 요소를 지닌 인물을 이야기

   한다)을 갖추어야 한다.

    

 작가는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이라는 대작을 남기면서 약1,200여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데, 동일한 인물이나 동일한 성격을 지닌 사람을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하며 작가 자신

     의 성씨와 같은 사람도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참고로 러시아 문학의 백미로 꼽히

     는 전쟁과 평화한 편에 약 600명의 등장인물이 나타나고 있다. 

 

- 인물 탄생의 노하우는 세상에 있는 모든 사물을 유심히 보기입니다.

 

- 작가는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를 언제나 가슴에 품고 있어야만 바르고 감동적인

   글을 쓸 수 있다.

 

-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역사의 주인이고 원동력인 민중의 발견,

   민족의 비극인 분단과 민족의 비원인 통일의 자각, 민족의 현실을 망치고 미래를 어둡게

   한 친일파 문제.

 

- 작품은 제목이 그 작품의 절반을 결정짓고, 첫 문장이 나머지 절반을 결정짓고, 끝 문장

   이 그 나머지 절반을 결정 짓는다.

 

- ‘민족주의를 폐기해야 할 구시대 유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질의에 자본 제국주의

   국가는 약소국이 소유한 그 강적을 물리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무력을 쓸 수는 없으니 그럴듯한 논리 개발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민족주의

   의 폐해와 시대착오를 강변하는 폐기론입니다. 자본 제국주의 강대국이 집요하게 공략

   하는 민족주의 폐기론을 바로 약소국의 정신 무장 해제 전법입니다.”

 

- 우리 나라 최초의 국비 유학생이었던 윤치호는 미국에 고작 3년 동안 머물고 돌아와 평생

   영어로 일기를 쓴 것을 자랑스러워했으며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에 저항해봤자 아무

   소득이 없으니 강한 나라가 하라는 대로 따르는 게 상책이라는 발언을 했다.

 

- 작가는 반드시 작가가 구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깊고 깊은 고심과 몰두가 쌓여야만 영감

   은 분출하는데, 영감이란 고심의 깊이와 몰두의 강도에 따라 결정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