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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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권유도 7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역사에 나타나고 있는 수많은 업적에 대해 자랑과 함께 길이

보전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도 알려지고, 물려주고 싶지 않은 역사에 대해서는 새색시

방귀뀌듯 조용히 입을 다문다.

렇게 잊혀지는 역사적 사실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또 학교 시험문제에

자주 나오는 사항으로만 인식하는 후손들에게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전락한 채 더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하나의 사실로만 인식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역사적 진실을 호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핏발을 세우고 목청을 높여

이야기하면서도 우리 스스로는 왜곡되고 변질된 채 머무르고 있는 우리의 역사적 진실은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작품은 분명 우리의 역사이면서도 우리것화 하지 못한 우리의 치부를 문학적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모두가 읽으며 왜 우리는 우리의 이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려 하는지

또 쉬쉬하며 살아왔는지를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보자.

 

엄연한 역사적 사실로 존재하고 있고 또한 그 상흔이 아직도 해당 지역을 비롯한 우리주변

곳곳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음에도 우리들은 그러한 아픔에 침묵하고 있다.

또 그러한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존하는 우리들의 '순이삼촌'

있음에도 왜 우리들과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다는 우리의 기득권들은 침묵하는가!

우리는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비록 당시 우리들의 '순이 삼촌'들에게 만행이 행해지던 그날, 육체적인 많은 '순이삼촌

들은 죽었을지는 몰라도 정신적인 '순이 삼촌'들은 구천을 떠돌며 죽지 않고 눈을 부릅뜬

채 구천을 헤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순이 삼촌''제주4.3사태'를 역사적 배경으로 깔고 탄생된 작품으로 나는 이 작품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잘 몰랐다.

내가 단순히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우리 문학작품에서 빛나는 작품' 속에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선정했으며 그냥 무의식적으로 책을 펼쳤을 뿐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이 작품은 살아서 역사를 말하고 있었으며 우리의 숨겨진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책에서 ''가 묻어나고 있었으며 한숨이, 비명이, 울음이, 한탄의 소리가

울리고 있는 작품이었다.

낮에는 빨갱이의 첩자로, 밤에는 토벌군의 앞잡이었을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느 이념의

한편에도 설 수 없었던 민초들이 자구책으로 자신의 뿌리인 마을을 등지고 자기 방어의

일환으로 산으로도, 마을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제주도 여기저기에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

된 동굴 속에 숨어 들어가 생명을 연장시킨다. 그도 저도 못하던 사람들은 한 쪽 편에

섰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작품을 접하는 나는, 가슴이 아프기 이전에 어째서 이런 일이 우리들의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느냐 하는 점이 나를 더욱 슬프게 하였다.

 

본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집에 나타난 또 다른 작품인 '소드방 놀이'(제주도

민속놀이의 일종)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궁휼했던 시대에 관리들의 착취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주제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작품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관리나 양반의 잘못을 자신이 부리고 있는 하인들에게 주인을 대리해 벌을 상징적으로

받게 하는 소드방 놀이는 관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 관리를 대신해 벌을 받는 자신의

하수인을 상징적으로 벌을 준 다음 풀어줘 다른 지역에 가서 살기를 원했으나 저질

관리의 착취에 불만이 높았던 민심이 폭발하여 주민들이 하수인을 돌로 쳐 죽이고 만다

으로 결과가 나타나면서 작품이 끝나고 있는데, 이때 죽어가는 하수인의 처한 상태가

제주4.3사태를 상징적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이 시대가 우리 자신의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왜곡되게 우리의

후세들에게 전달해 왔는지를 그리고 얼마나 편파적으로 기술하고 교육하고 있는지를

절감했다.

제주4.3사태의 피해자는 당시의 제주도민이 아니라 이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긴 말이 필요없다. 읽고, 느끼고, 함께 공분하며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두 눈을 부릅떠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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