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절반은 성공이다. 내가 사고 싶은 책은 몇 권 담았다. 그런데 계산하려고 하니 무려 열권이다. 이건 '눈 깜작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것도 모두 새책으로 말이다. 순식간에 책값이 십만 원을 훌쩍 넘어 버렸다. 그동안 책을 안 사다가 다시 지름신이 강림한 것이다. 이걸 어쩌나?
요즘 가장 핫한 책 세 권을 담았다. 장강명의 <댓글부대>와 문영심의 <이카로스의 감옥> 그리고 엄기호의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다>이다. 문영심의 <이카로서의 감옥>은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의 진실'이란 글이 없었다면 무슨 책인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이런 책은 그냥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의 진실>을 책 제목으로 삼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냥 말이다. 그냥. 굳이 '이카로스의 감옥'이란 신화적 제목을 가져올 필요가 있을까?
어쨌든 문영심의 <이카로스의 감옥>는 아직도 이 시대가 유신 체제 아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건이 아닐까? 친일파 전통을 따라 만들어진 이승만과 그 이후의 정치 세력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온갖 거짓을 만들어 냈다. 만들어진 수많은 간첩 사건들이 있지 않는가? 그런데 이상하게 그러한 사건에 대해서는 너무나 조용하다. 단지 몇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한 뿐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었다면 이러한 사건들도 한국사의 언저리에 숨죽이고 있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위해, 정여울 <소리 내어 읽는 즐거움>과 나태주 시인의 <별처럼 꽃처럼> 그리고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도 함께 구입했다. 아름다운 문장이란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하는 문장이다. 사람은 역사의식과 감성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여지면 일상이 무너진다. 평일에는 일상에 천착하고, 주말에는 촛불집회에 참석해야 한다. 오늘 길을 가다 현수막 문구에 '촛불문화제'란 단어를 발견하고 조금 놀랐다. 촛불집회는 정치적 색이 강한데, 촛불문화제는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인의 생각으로 명확하게 짚어 낼 수는 없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벌써 한 해가 다 갔다. 이제 딱 11일 남았다. 벌써 한 살 더 먹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 그래도 올해 참 열심히 살았다. 내 인생의 변곡점을 찍은 한 해다. 더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