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의 즐거움


책을 읽다보면 그동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책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니면 알지만 읽고 싶은 마음이 그렇지 많지 않았던 책들이죠. 그런 책들은 보통 몇 문장으로 요약이나 약간의 성의가 있다면 A4용지 2-3페이지로 줄거리와 약간의 해석을 달아 놓은 것들입니다. 그저 그런 책이 있구나 하는 정도에서 알고만 있으면 되는 책들입니다. 그런 책들은 대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토마스모어의 [유토피아], 아니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제가 생각해도 요즘 시대에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가는 의문입니다. 특히 시대 발전하면서 관점이나 이론이 바뀐 종의 기원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유토피아나 군주론 같은 경우는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이면에 잠재된 사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는 책들이기 때문에 지금 읽어도 좋은 책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찰스 다윈하면 대개 [종의 기원]으로 통하죠. 그리고 그 이상을 생각하지 않고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만을 저술한 것이 아닙니다. 절대... 그리고 종의 기원만 유명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책도 있었죠. 종의 기원 이후 12 뒤인 1871년에 [인간의 계보]를, 1874년에는 [지구의 멸망]이란 책도 펴냈습니다. 
















책 읽기에서 고전이 차지하는 몫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근래에 들어와 영어를 잘 못하고 한자 역시 약하기 때문에 번역된 글 외에는 읽기가 힘들어 안타까운 마음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영어도 찝쩍거리고 한자도 들썩여 보지만 한국어로 읽는 그 맛은 느낄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맙니다. 특히 고전들은 사어들과 사용하지 않는 구어들이라 보통 힘든 일이 아니죠. 그럼에도 고전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수십년에서 수천년동안 사람들의 지혜가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출판계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우등서적들입니다.


현대의 서적들은 고대의 오래된 이야기에서 끄집어내어 각색한 것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기는 것도 있지만 인간이란 존재 자체는 여전히 바뀔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에 읽었던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란 책에서 패러다임에 대한 이

야기를 읽었습니다. 그곳에 보면 사람이 어떤 사람을 바라볼 때 객관적 시간에서 보지 않고 자신 안에 잠재된 선행기억들을 통해 본다고 말합니다. 관점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미 자신 안에 있는데 그것을 통해 대상을 평가하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도 이러한 이론이 있습니다. 앞서서 어떤 지식이나 감정을 소유하느냐에 따라 그 후의 대상이나 사건을 해석하게 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9시 뉴스 이후에 절대 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유는 9시 뉴스는 대부분이 부정적이고 슬픈 이야기를 담기 때문에 이 이후에 나오는 광고가 그 영향을 받아 나쁜 이미지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이야기지만 기분 좋을 때 하는 말과 기분 나쁠때 하는 말이 달라 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스티븐 코비는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예로 들면서 어떻게 보느냐는 어떻게 행동하느냐로 이어진다고 말입니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은 다시 자신을 결정하는 생각으로 고착되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국 고전이란 오래된 사람들이 저술한 현대의 이야기들입니다.


고전은 다시 고전을 소개한다. 

조선시대 가장 탁월한 정치가요 사상가였던 율곡 이이가 저술한 [격몽요결]이란 책에서 시경을 인용한 부분이 나옵니다. 

"시경에 이런말이 있다. '우리 아버님은 나를 낳으시고, 우리 어머님은 나를 길러주셨네. 그 은혜를 갚고자 하면 저 하늘과 같이 끝이 없네'"

이이는 중국 고대로부터 이어내려오는 시경이란 책에서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거가장 편에서는 [안씨가훈]의 책을 대거 인용합니다.

"글을 배우고 학문을 하는 것은 본래 자기 마음을 열고 눈을 밝게해서 행동하는데 이롭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부모 봉양 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자는 옛사람이 부모의 뜻을 먼저하고, 순한 안색으로 부모의 말씀을 받아 행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기기운을 낮추며, 자기의 수고로움을 괴롭게 여기지 않고, 두려운 마음으로 진심으로 볻받아야 한다."


"지금 세상 사람들은 글을 읽어도 그것을 다만 말로만 할 줄 알 뿐, 능히 행동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니 무인이나 속리들의 비웃음을 받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겠다."


이렇듯 고전은 시대와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온 수천년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고전이 어렵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읽어보면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습니다. 원어를 읽어면 좋겠지만 번역된 책도 아주 좋습니다. 
















고전에 대한 오해 중 가장 큰 것은 고전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전을 읽어보면 어렵다는 말이 얼마나 큰 오해인지를 알게 됩니다. 조선시대의 독서대가들의 애환을 그려놓은 [책만보는 바보]가 있습니다. 조선의 독서가였던 이덕무가 직접 지은 [책에 미친 바보]를 읽어보면 애달픈 마음까지 듭니다. 어찌보면 고지식하지만 책을 읽다 배고픔도 잊어버린 그를 보고 있으면, 세상의 성공을 쫓아가는 수단으로서의 독서에 길들여진 우리를 되돌아 보게 




물론 [책만보는 바보]는 고전이 아닙니다. 고전같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한 권의 책을 수십번 수천번을 읽으면서 느낌 독서에 대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책을 가볍게 읽는지도 이책을 읽어보면 부끄러워 질 지경입니다.


임진왜란의 배경을 가지고 서술한 유성룡의 [징비록]을 읽어보면 당시의 상황이 현재화된 언어를 통해 재진술되고 있습니다. 참담햇던 전장의 이야기들과 이순신 장군의 애환과 업적도 읽을 수 있습니다. [징비록]과 함께 읽으면 좋을 [난중일기]도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사소한 일상과 고백이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제 자신이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모든 전쟁에서 전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의 승리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현세를 파악하는 뛰어난 지략과 확고한 주관에 있습니다. 때로는 인자한 아버지처럼 부하들을 잘 돌봐 주지만 헛된 소문을 퍼뜨리고 군기를 문란시키는 부하들을 가차 없이 매질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두려움마저 들게 합니다. 그만큼 철저하게 삶을 살아갔던 사람입니다. 

















고전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오랫동안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은 오랫동안 검증된 교훈들을 통해 나를 성찰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고전 관련 글 모음]

중국고전 병법서, 묵자, 안씨가훈

시간없다 고전부터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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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3-14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은 역시 고전입니다.
그냥 고전이 아니라는... ㅠ.ㅠ
그러다보니 읽어야 할 고전이 많더라구요.
그러나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