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전 [안씨가훈] 읽기
안씨가훈(顔氏家訓)은 안씨의 가훈이란 뜻이다. 중국의 남북조시대 안지추가 지은 책이다. 안지추는 남조 양나라에서 신기시랑을 지내다가 양나라가가 서위에게 멸망한 후 북제로 도망쳐 거기에서 호아문시랑과 평원태수를 지냈다. 또 북주가 북제를 치고 뒤이어 수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게 되면서 북주와 수나라에서 벼슬살이를 하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러한 혼란한 시대를 살아간 한 사람의 지식인이 자손에게 글로써 인생과 생활의 지침으로 남긴 책이 바로[안씨가훈(顔氏家訓)]이다.
저자인 안지추는 자신의 나라뿐 아니라 시대를 넘어가면서 다른 나라를 접하며 살아남았다. 때로는 강인하게 때로는 연약하게 때로는 지혜롭게 때로는 어리석게 보이며 시대를 뛰어넘은 것이다. 자신의 문화가 최고가 아님을 인식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연합과 배신, 그리고 일의 성취하는 방법등을 몸으로 체득하였다. 그래서인지 안씨가훈은 사소하고 별볼일 없어보이는 것들까지 전해주고 있다. 통찰력있는 지혜라기 보다는 저작거리에서 사람들과의 화담을 통해 한가지의 주제를 잡고 다시 깊이 파고들어 갔다. 어지러운 난국을 넘어야하는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스스로 체득한 것이다.
총주제는 서문에서 유언까지 모두 20편이다. 난세에서 살아남는 법, 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다고는 하지만 안씨가훈은 인생의 전반적인 부분까지 고루 다루고 있어서 수백년 전에 들려주는 이야기치고는 현대의 사정과 너무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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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아홉 살이 되어서야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습관은 자연과 같아서 갑자기 씻어버리기는 어려웠다. 스무 살 이후에는 크게 잘못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늘 생각과 행동, 이성과 감정은 서로 적이 되어 다투었으며, 밤중에는 아침의 잘못을 깨닫고 오늘은 어제의 잘못을 뉘우쳤는데, 공부하지 않아서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생각하여 스스로 자신을 가엾게 여겼다. 그리하여 지난날 형님들의 가르침을 돌이켜 생각하여 마음에 깊이 새겨 잊지 않았는데, 단지 고서의 교훈이 주는 인상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20편의 글을 남겨 너희들의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 -서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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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재혼과 가정은 어떻게 꾸릴 것인지, 예와 벗은 어떻게 대하고 가꾸어야 하는지, 개인 수양에 관련된 전심과 분수등의 이야기도 하고 있다. 저자 불교인이라 불교 신앙론까지 적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유언을 담고 있다. 때로는 권위있게 하지만 다정다감하게 조용히 자녀들에게 귓속말로 들려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안씨가훈을 더욱 가치있게 여기는 지도 모르겠다. 아래는 사람과의 관계를 본질을 꿰뚫어보는 몇 구절이다.
欲不可縱(욕불가종) 욕망을 함부로 풀어 놓아서는 안 되며.
志不可滿(지부가만) 뜻을 가득 채워서는 안 된다.
以勢交者(이세교자) 세력으로 사귄 사람은
勢傾則絶(세경즉절) 세력이 기울면 끊어지고.
以利交者(이리교자) 이익으로 사귄 사람은
利窮則散(이궁즉산) 이익이 다하면 흩어진다.
수많은 전쟁과 권력투쟁의 현장을 보아온 저자로서는 인간을 결코 선하게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지추는 인간은 악하며 권력과 물질에 쉽게 유혹당하는 존재로 설정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물질이나 득이 아닌 순수한 결합은 결코 나쁘지 않으며 진정한 관계를 물질을 넘어 도리로서 대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