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폭력의 기원 - 폭력의 동물적 기원을 탐구하다
야마기와 주이치 지음, 한승동 옮김 / 곰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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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알라딘에서 주문을 했던 제일 큰 이유는 다른 동물과 인간의 폭력 정도 차이 때문이었다.

서문에 이 말이 나온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전쟁은 자취를 감추고 다수의 나라들이 얽힌 민족 간 또는 종교상의 대립 등 복잡하고 조정하기 어려운 분쟁이 늘고 있다.' - p19, 서문 첫머리

내가 생각했을 때, 인간과 다른 동물의 폭력은 그 정도의 크기가 달랐다.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유아 살해의 행위도 있지만 먹이 때문에 영토 때문에 자손번식의 욕구 때문에 직위 때문에 벌이는 폭력이 정도가 달랐다. 인간과 인간 외 영장류를 포함한 동물이 행하는 폭력의 크기 차이는 내가 느끼기에 그 어떤 비유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크다.

인간 외 그 어떤 동물도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거나 먹이, 영토, 직위(서열), 자손번식 때문에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집단적 학살을 하지 않는다. 혐오를 이유로 사람을 때려죽이지는 않는다.

인간은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차별과 혐오로 똘똘 뭉쳐져 다른 민족이나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문자 그대로 돌로 쳐 죽이는 동물이다. 인간은 그렇다.

영장류학자 야마기와 주이치가 쓴 인간 폭력의 기원에서는 다양한 영장류 및 원숭이류(책에서는 구원류, 진원류, 원원류 등의 표현으로 쓰여진다.)가 폭력을 행사하고 개체나 무리, 종류별로 폭력이 행사되는 상황을 자세히 묘사해두었다. 영장류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흥미로울 수 있고, 영장류학자 입장에서 매우 체계적이고 잘 쓴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이 책이 인간이 행하는 절대다수에 대한 절대적인 폭력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이 '인간 폭력의 기원'이 아닌 영장류가 폭력을 행하는 이유와 관련된 것이었다면 내가 납득하기 더 쉬웠을까?

영장류의 행동을 보다 잘 공감하거나 생태적인 상황을 알 수 있었지만, '영장류의 폭력성'을 토대로 '인간 폭력'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납득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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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흑인 피아니스트와 노동계층 백인 운전사.

사실 둘의 위치가 바뀌었다면 비슷한 컨셉의 영화는 많다. 엘리트 백인과 차별받고 하위계층 흑인의 우정을 쌓은 영화. 많은 사람에게 강제 감동을 주지만 불편한 영화다.

사실 이 영화도 불편한 것은 맞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차별이 횡행하던 시절, 실화를 바탕으로 차별받는 두 사람의 진실된 우정을 그린 영화는 불편하다. 그 불편함에 대하여 딱 부러지게 이야기 하거나 글을 쓸 수 없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화가 날 정도이다. 게다가 이런 차별이 없어진 것도 아니라 더 화가 난다.

흑인 피아니스트와 흑인 차별이 횡행한 남부로 가게 된 백인 운전사.

이 영화에서 내가 본 것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차별이었다.

백인은 본인들이 부른 피아니스트의 음악은 존중했지만 그 음악을 연주한 돈 설리를 피부색을 이유로 존중하지 않았다. 높으신 백인 양반이 존중한 것은 음악이었을 뿐이지 흑인은 아니었다. 그래서 돈 설리가 유색인종전용 숙소에서 머무르고, 유색인종전용 화장실에 가며 백인과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토니도 백인 중의 흑인이라는 이탈리아 사람이라 차별받고 멸시받았지만 그 스스로도 인종차별주의자였다. 단지, 돈 설리와 함께 다니면서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이 차별받은 경험 때문에 돈 설리가 받은 차별을 공감했다.

'충분히 백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흑인답지고 않고, 충분히 남자답지 않다면... 난 뭐죠?'

맨 마지막 대사가 영어로 'Who am I.'였다. 평생동안, 돈 설리는 괴로웠을까? 그에게 남아있는 정체성은 피아니스트로서의 사람이었을까?

영화에 나왔던 피아노 연주는 좋았다. 하지만 행복해보이는 연주는 오렌지 버드에서의 연주뿐이었다.

아직 돈 설리의 피아노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 글을 다 쓰고 알라딘에서 돈 설리의 음반 하나를 살 계획이다. 그 음악이 행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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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졸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5
윤이형 지음 / 내인생의책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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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마지막 토요일. 나는 M의 전시 영상을 상영하는 블라블라 어쩌고를 위해 문화역서울 전시장에 갔다가 페미니스트 책방 꼴의 송년회에 갔다.

사실 책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지만 토요일의 문화역서울에는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포스팅을 통하여 알린다.(문화역서울에 갔던 내용을 포스팅할 때는 안 썼다가 여기서 왜 이런 글을 쓰냐고 뭐라 해도 할 말은 없지만.) 2018년 12월 29일 토요일 오후 2~3시의 서울역에서 친박근혜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참여자가(엄청 많은 사람) 문재인 탄핵을 외치며 박근혜를 석방하라는 소리를 드높이고 있었다. 하아... 여기서 쓸 소리는 아닌데 갑자기 생각이 나 버렸다.

태극기 집회에 대한 내용은 한 문단으로 끝내고, 언니네트워크에서 운영하는(나는 일단 그렇게 알고 있다.) 퀴어 페미니즘 책방 꼴의 송년회에 가게 되었는데 송년회 참석 시 책이나 음식 아니면 '두 개다'를 챙겨오라고 했다. 책은 이왕이면 여성과 관련된 것으로. 원래 다른 책을 가지고 가려다가 여성이 아프리카에서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던 블루 스웨터, 현대사회 노예제 폐지에 관한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폭풍의 언덕을 여성 작가가 다시 쓴 '돌아온 히스클리프'를 가지고 갔다. 여성과 관련된 책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워낙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라 세 권 모두 기억이 희미했고, 과연 이 책을 가지고 가는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졸업은 꼴 송년회에서 가지고 온 책이다. 책 표지만 보고는 일본 소설일 줄 알았는데 한국소설이었다. 가까운 미래. 대부분의 사람의 생식기능은 사라지고, 선택된 몇%의 10대가 인류의 생식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 10대 후반의 청소년에게 인류의 미래가 너희에게 달렸으니 강제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라는 것이 옳은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전에 현재 한국의 정치와 사회가 '2~30대 성인에게 한국의 미래가 당신의 출산율에 달렸으니 결혼을 해서 출산율을 높이라.'라고 강요하는 모습이 떠올렸다. 어떤 사람의 나이가 몇이건 간에 사회적으로 임신 출산을 강권하는 것이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경호' 둘 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하여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정은 불편했다. '나'와 '경호'는 모두 한부모가정에서 살았다. '나'는 아버지가, '경호'는 어머니가 부재했다. '경호'의 어머니는 레즈비언이라는 설정이었고 그 때문에 '경호'가 그린 만화에서 호모포비아적 시각이 두드러졌다는 설정도 있었다. '나'와 '경호'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자란 것으로 설정했다면, 국가에서 출산을 하였을 때 주는 금전적인 혜택에 대해서 나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출산을 하였을 때, 그에 대한 부분을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나'는 아이를 낳지 않았다. '경호'의 선택은 정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출산을 하지 않는 방향이었을 것 같다.

한국 소설을 자주 읽지 않는다. 한국 소설에는 내가 아는 한국의 모습이 투영되어있고, 그래서 일부러 회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주 가끔씩 한국 소설을 읽으면, 답답하다. 나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한국 소설을 읽으면 부정적이 감정이 앙금처럼 남을 때가 많다. 졸업도 그랬다. 그래도 이 책을 읽기 잘 했다는 생각은 들었다. 앙금 같은 감정을 희망으로 바꾸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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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복해질 시간은 지금이야
박근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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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편지를 쓴 작가 박근호의 새로운 책 [우리가 행복해질 시간은 지금이야]가 출간되었다.

3년 동안 5,000장의 손편지를 길거리에 붙여 길을 걷던 사람에게 위로를 안겨주었던 박근호. 마음을 손으로 눌러 쓴 손편지 때문인지 그는 '거리 위의 시인'으로 알려졌다.


박근호 작가의 새로운 책 [우리가 행복해질 시간은 지금이야] 미처 보내지 못 한 편지같은 느낌이었다.

매 산문이 시작할 때마다 제목이 붙여져 있는 장에는 노래 제목이 하나씩 있었다. 작가가 그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쓴 것인지 아니면 글을 쓰다보니 노래가 생각난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읽게되었다.

책 중간에 나왔던 이야기이다. 글을 쓰다보면 자기 고백, 아니면 글을 썼지만 발표하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일을 쓰게된다고 했다. 그런 글이 나올 때마다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글을 책에 넣을지, 아니면 넣지 않을지.

때때로 어떤 글을 책에 실려 공표되었겠지만, 어떤 글은 끝까지 묻어져 있을 것 같았다. 마음을 담아 썼지만 미처 보내지 못하는 편지처럼.


책 중간중간에 손편지가 들어있었다. 총 20장의 손편지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이야기 일 수도 있었다. 감성적이었고 삐뚤빼뚤하게 눌러쓴 자욱이었다.



5,000장의 손편지를 길에 붙이며 돌아다닐 때, 그 5,000장의 편지를 쓸 때의 이 사람은 누구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거리의 시인이었을까, 아니면 단 한 사람의 시인이고 싶었나.



우리는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 일상이 과연 같은 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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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봐줘서 고마워요 -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내 마음속 우울에 대하여
요한 하리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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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하리의 책, 물어봐줘서 고마워요는 저자의 우울증 고백을 시작으로 첫 발을 뗀다.

우리는 (예상보다 큰) 우울증이 만연한 사회에서, 우울증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채로 살고 있다.

요한 하리는 우울증이 없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우울증이 거짓이라거나 약을 먹지 말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오히러 요한 하리는 꽤 오랫 동안 우울증약을 복용했던 사람이고, 주변 사람에게 우울증약을 먹으라고 이야기했던 사람이다.

그는 10년이 넘도록 복용해왔던 우울증약을 계속 먹는 대신에, 왜 자신이 그리고 많은 사람이 우울증약을 먹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인터뷰를 시작한다.


'야생의 보노보'에게는 우울증이 심해지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동물원의 보노보'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 중략 … 자연서식지에서 그녀는 이러한 '완전한 만성 우울증'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동물원에서는 꽤 흔했다. 이는 보노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들은 자연서식지를 떠날 때 절망의 극단에 있는 증상들을 보였다. 앵무새들은 자신의 깃털을 모두 뽑았다. 말들은 쉴 새 없이 머리를 흔들어댔고, 코끼리들은 야생에서 그들의 힘과 자긍심을 보여주는 엄니를, 자신이 갇힌 우리의 벽에 대고갈기 시작했다. … 중략 … 이러한 생물을 가운데 그 어느 종도 자연 상태에서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사람에게 사로잡힌 많은 동물들은 성욕을 잃는다.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짝짓기 하도록 만들기 어려운 이유다. … 중략 … 왜 동물들은 자연 서식지에서 벗어났을 때 훨씬 더 우울해지는가? - P202~3


"역사적으로 정부는 토착민족을 어린 아이처럼 취급했고, 부모처럼 이들의 삶을 통제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세월 토착민족은 이러한 접근법에 맞서 싸웠고 자립적인 삶을 다시 세우려 노력했죠." … 중략 … 어떤 부족은 대대로 살아온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되찾았고 그들만의 언어로 되살렸으며 학교와 보건서비스, 경찰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해 스스로 선거를 치루고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어떤 경우에는 자치정부가 퍼스트 네이션 원주민의 조직에 항복해 일정 부분 자유를 내주기도 했다. … 중략 … 캐나다 정부의 결정에 휘둘려 여전히 완전한 통제를 당하는 퍼스트 네이션 원주민, 그리고 문화를 재건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해 이들의 관점에서 세계를 세우려 시도하는 다른 토착민족 간의 커다란 격차가 있다는 의미였다. … 중략 … 주도권을 많이 쥐고 있는 부족들은 가장 낮은 자살률을 보이는 반면 주도권이 거의 없는 부족들은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 P217~18


이들은 투쟁을 위해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파편화된 개인이 아닌 공동체라는 느낌을 받게 됐다. - p286


"관리되고 지지받는 게 필요해요." - p302



많은 정신과 의사는 우울증이 뇌의 문제이며 호르몬을 통제할 수 있다면 우울증을 통제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사실 반은 맞았지만 반을 틀렸다. 우울증이 호르몬의 문제는 맞았지만, 호르몬을 통제하려먼 "왜 우울한 호르몬이 우리 뇌에서 분비되는가."를 알아야한다.


사람, 아니 동물의 뇌에서 우울함을 만들어내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이유는 "자유롭지 못하고", "지지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때문이었다.


우리가 온전히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으며,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에게 지지받는다는 느낌이 있다면, 우리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우울해하지 않는다.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는 큰 일이 일어나더라도 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자연에서 사는 동물이 동물원에서 사는 동물보다 우울증이 적게 걸리고 정형행동(틀에 박힌 것 같이 같은 행동을 오랜 시간 반복하는 행동,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동이나 동물원에 갇힌 동물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행동이다.)을 하는 이유는 좁은 공간에 갇혀있으며(자유롭지 못하며), 집단이 아닌 2~3마리 미만(공동체 없음)의 개체만 있기 때문이다.



책에 나와있던 사례 중 우울증 약을 복용하던 사람에게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 계기는 그 사람이 신약을 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지가 생기고 지지받을 수 있는 공동체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슬픔과 불안은 뇌가 하는 것이지만, 그 이유는 밖에 있었다.



지금 내가 우울하다면, 우울증 약을 먹는 것보다 내가 우울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는게 나에게 더 좋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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