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청소일 하는데요? -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합니다
김예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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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코피루왁의 저 청소일 하는데요?가 정식출간 되기 전, 나는 이미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독립출판 쪽에서 꽤 유명한 책이었고 시민단체 쪽에서 활동하는 사람 몇몇이 이 책이 재미있다고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독립출판에서 정식출판 쪽으로 넘어오려면 꽤나 인기가 많아야 할텐데, 정식출판까지 된 것을 보니 진짜로 잘 나가는 책이었나보다.

 

책의 앞뒤 표지를 그리고 책 날개 부분을 보면서, 코피루왁이라는 사람이 그리고 김예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봤다.

글과 이미지로서 아는 사람의 한계가 있다지만.

 

책을 보면서, 아니 읽으면서, 아니 그림을 보면서.

진로 고민을 하는 우리의 단편적인 모습이 스쳐 지나갈 때도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싶은데, 하고 싶은 일은 돈이 안 되거나 하고 싶은 일로 직업을 구할 수 없을 때도 있었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살자니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은 기분.

어떤 사람은 꿈이 없다고 고민 하지만 차라리 꿈이란게 없었다면 사는게 더 마음이 편했을까?라며 스스로 던지는 질문들.

 

책의 끝머리에 있는 에피소드는 20대 때부터 청소일을 하고 있는 어떤 사람이 코피루왁에게 보낸 메일이었다. 그 사람이 보낸 메일을 보며, 한국이라는 곳에서 청소를 한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주는 일이라는게 슬펐다. 한국에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 말을 하면서도 어떤 직업을 가지느냐에 따라 사람의 귀천을 나누는 나라였으니까.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데 사람에게는 귀천이 있었다.

아무개님이 슬프고 괴로운 기억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에게 빛이 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좋았다.

 

'저의 고민과 너무 많이 닮아 메일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 아무개씨가 제 책을 보고 힘을 얻었다는 말에, 저 또한 힘이 났습니다. 아무개씨 감사합니다.' - p198

과장되고 희망찬 말보고 단순하지만 진심이 담긴 고민이 심장을 어루어 만져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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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너와 헤어지는 법을 모른다
오휘명 지음, 김혜리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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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휘명의 나는 아직 너와 헤어지는 법을 모른다.

사랑에 처음 빠져서 사랑하다 이별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잊혀지는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여성이 쓴 글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여성이 쓴 글이고, 감정적이라고 느꼈다.

에세이 같기도 했지만, 어떤 글은 장편 시 같았고, 짧은 시처럼 쓰인 글도 있었다.

감정이 휘몰아 칠 때는 그 어떤 문구보다 단어 하나가 마음을 더 잘 표현해주듯

이, 기나긴 글보다 짧은 시 한 구절이 오휘명이라는 사람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곳에서 있던 꽃 대신 비라는 구절이 마음에 걸렸다.

봄비처럼 내리는 벚꽃 한 번 함께 보지 못하고 헤어진 짧았던 사랑이지만, 심장에 흉터로 기억으로 남았던 사람이 있었던가보다.

책 한 구절 한 구절이 많이 슬펐다. 어떤 사람 한 명을 위한 글인지 아니면 여러 명의 사람이 있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깊게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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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너무 시시하지 않냐?
송미영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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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어쩌다보니 많은 책이 나의 방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스페인 가는 준비에 바쁜 일상이지만 그래도 책을 들어 읽었다.

일단 송미영작가의 사는 게 너무 시시하지 않냐 이 책부터.

내가 스스로 만든 약속이기는 하나 약속때문에 강남으로 가는 길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지하철에서.

책의 제일 앞표지에는 송미영작가의 손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이 책의 나의 시간을 유쾌하게 만들기 바란다며.

지하철 안에서. 앉아서, 서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지하철에서 종이로 만든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 지하철에서 종이로 된 책을 읽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약속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책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가정주부 였다가 불란서 다방이라는. 커피도 팔고 홍차도 팔고 와인도 팔고 음식도 파는 그런 곳을 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는 평범한 듯 보이면서도 부드러웠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결혼기념일과 곰탕이었다.

5월 5일이 결혼기념일이라며 강제로 저녁식사 예약을 잡아두었던 부부가 당일 예약을 취소했고, 아내는 여행을 남편은 쓸쓸해보이는 차림으로 불란서 다방을 찾았다는 이야기였다.

이 에피소드를 2~3번 읽으며 저녁식사 예약은 오롯이 남편의 기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을 할 당시, 아내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그렇게 예약을 잡아버렸다. 그것도 아내의 음식 취향이기 때문에 이 곳을 예약한 것이 아니라 살면서 처음으로 먹어본 크로크무슈가 남편 본인 입맛에 맞는다는 이유로.

내가 아무리 좋아서 해준다고 하여도 상대방이 받아야, 받을 마음이 있어야 좋은거다.

남편은 아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알고는 있었을까? 결혼기념일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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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땅고만을 추었다 걸어본다 12
오디세우스 다다 지음 / 난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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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마주보았을 때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책마다 다르다. 어떤 책은 의문이 어떤 책은 신비감이 떠오를 때가 있다.

'걸어본다 12 부에노스아이레스 오직 땅고만을 추었다.'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도대체 오디세우스 다다는 누구야?' 이거였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생각은 깊어졌다. '도대체 오디세우스 다다는 누구야?'

책을 모두 읽은 다음 검색해봤다. 도대체 오디세우스 다다는 누구인지.

마치 외국인이 아닐까 했던 오디세우스 다다는 하재봉이라는 시인이자 작가였고 영화평론가였으며 땅고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 작가소개 면면에는 하재봉이라는 사람의 글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 사람의 땅고사랑에 대한 글이 더 많은 것처럼 읽힌 것은 나의 탓일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땅고 일상을 글로 만나다보니 사실 땅고에 대한 관심보다는 작년 여름에 보았던 연극 라틴아메리카 콰르텟이 떠올랐다.

작년 여름. 라틴아메리카 콰르텟에서 트레블러 장이 땅고를 무척이나 좋아하셨거든. - 이 연극은 한 번 밖에 안 봤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고싶다는 생각보다는 '연극 라틴아메리카 콰르텟을 한 번 정도 더 볼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내내 맴을 돌았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췄던 땅고가 꽤 멋졌다는 기억이 있었으니까.

땅고. 당신은 이 글을 읽고 난 뒤 기억 한 켠에 잠자고 있단 땅고를 꺼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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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이란 걸어본다 13
정영효 지음 / 난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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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13.

14였던 그리스는 달랐다를 읽고 13인 때가 되면 이란을 읽는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그 다음에는 12인 오직 땅고만을 추었다와 11인 엄마의 골목을 읽어야겠다.

장편같은 단편집이었던 그리스를 읽고 난 뒤 읽게 된 '때가 되면 이란'은 여행 에세이집에 보다 충실한 책이었다.

글을 읽다가 붉은 석류주스를 마시면서 무채색의 도시 테헤란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한국과 이란을 비교하며 나왔던 자조섞인 문장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질문과 대답이 다양할수록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석이 풍부해지겠지만, 이란의 지배층과 정치권은 그들만의 시각으로 국민을 단합시키려한다. 국정 교과서를 만들려는 나라에 사는 사람이라 그런지, 요즘은 이런 게 눈에 아주 잘 들어온다.' - p43

'물은 사람을 돕기 위해 악기처럼 쓰는 것이지 사람을 쏘기 위해 무기처럼 쓰는 것이 아니다. 물은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온기로 안는 것이지 사람만 내세우기 위해 광기로 파헤치는 것이 아니다.' - p55

'안전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계속 버스의 구조만 따지면서 책임을 미루면 장애인은 기본적인 권리마저 포기해야한다.' - p180

이란과 테헤란은 한국 사람에게 낯설다. 그리고 날이 서있다.

유럽보다 가깝지만 더 가기 어렵고 힘들어하는 나라에서의 3개월을 걸어다니는 건 상상과 다를 것이다.

이란의 거리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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