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회랑 :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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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역사는 어떻게 끝나는가?

정부가 없는 사회에서 개인이 어디까지 내쳐질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는데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서아프리카의 헌법 제15조 '알아서 해결하라'부터 무국가/무정부 상태의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한다. 리바이어던/강력한 국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으 아니지만 국가가 존재하지 않고 무정부주의 원칙에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개인은 상당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2장 레드 퀸

계속해서 진화하는 상대에 막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발전하지 못하면 끝내 도태된다는 레드 퀸 효과를 아테네의 법률가 드라톤이 제정한 법률과 솔론의 개혁에 빗대어 리바이어던이 진화하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드라콘이 제정한 아테네 헌법 중 우발적인 살인에 대해서는 반드시 목숨으로 그 죄를 갚지 아니하고 '추방'과 '친족 집단'과의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솔론은 엘리트층이 아닌 일반 시민이 채무로 인하여 스스로 노예 상태로 되는 채무 담보 계약을 무효화 시켰으며, 아테네 시민을 노예로 삼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정의하였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에서 귀족정 시기의 최고 관리인 아르콘을 연임하거나 2회 이상 할 수 없도록 만들어 권력이 한 사람 내지는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였고, 엘리트 계급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아르콘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정책을 바꾸었다. 아테네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의 사례를 보면서 국가가 너무 강력한 힘을 가져 국민을 압박하지 않되 사회체계 확립과 국민에 대한 정당한 사회복지로 국가를 지속시키려면 일반 시민의 결집과 국가 기관이 계속해서 진화하는 상대에 막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발전하고 견제해야만 한다.

제3장 권력의지

초기 국가의 탄생에 대하여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무함마드의 이슬람 국가 건설 초기 단계와 아프리카 줄루족 샤카의 줄루랜드 탄생을 사례로 든다. 무함마드의 경우 자신이 내세운 종교 때문에 원거주지에서 탄압을 받았지만 이를 경쟁우위로 삼아 추종자가 생겼으며 종교 이념을 바탕으로 사람이 결집되어 공동체를 세울 수 있었다. 샤카의 경우 초기에는 정치적/사회적 위치가 매우 불안정하였지만 자신의 실력을 바탕으로 선임자의 신뢰를 얻어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 권력을 통하여 작은 사회 집단을 장악한 것에서 시작하여 보다 큰 집단을 장악할 수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청소년의 성인입회를 제도화 시키고, 새로운 규범을 만들었다. 무함마드와 샤카의 권력의지가 더 돋보이는 이는 사회를 재조직에 대한 부분이었다. 해당 사회의 약자가 배척되거나 공격받을 수 있는 부분(기존에 있던 부족과 새로 합류하는 씨족의 분쟁, 여성에 대한 성폭력 등)을 무함마드와 샤카는 사회를 재조직하여 보다 부드럽고 적은 충돌로 진행할 수 있는 규범을 만들었다.

제4장 회랑 밖의 경제

국가가 없거나 너무 과도한 제재를 할 때 경제가 어떤 식으로 급격하게 망가지고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국가가 없는 상태라면 그 누구도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 누군가 열심히 일을 하여 정당한 부를 축적해도 그를 시기한 사람이 무리를 이루어 재산과 목숨을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과도한 제재(과도한 세금)가 있다면 역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일을 하여 재산을 축적하여도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국가가 몰수해간다면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제5장 선정의 알레고리

이탈리와 도시국가와 고대 아메리카 사포텍 문명의 경제발전에 대하여 다룬다. 이탈리아의 도시는 여기저기 축소되어 쪼개져 있더라도 결코 도시가 해체되는 일은 없었다. 6∼9세기 동안 행정면에서나 정치면에서 도시 주민들이 자기들의 역할과 존재를 항상 지켜 왔으며, 도시가 봉건적인 전성기에 놓여 있을 때도 역시 권력의 존재와 확대 일로에 있던 주교(主敎)의 권력으로 해서 활기를 띠고 있었다. 도시 주민이 법이나 행정면에서 서서히 자주적인 지위와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갖추려고 하는 정치적인 상태가 10세기의 정치적인 위기로 말미암아 구축되었던 것이다. 10세기에는 지역적인 분열이 발생하고, 정치적인 무정부 상태가 나타나 제왕의 권력은 보편적, 우위적인 것이 될 수 없고, 새로운 자치적 권력과 서로 겨루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10세기와 11세기가 흐름에 따라 사법관의 선출과 정치적, 행정적인 자결권을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는 자치도시 코무네가 발달했으며 그로 인해 11세기 말-12세기 중반 사이에 중부 이탈리아와 북부 이탈리아에 집정관 정치 형태와 다양한 많은 집정관으로 구성된 자치 도시가 탄생했다. 이런 자치도시 코뮤네에서는 사회 내에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계급 이동이 가능하면서도 안정적인 기반 시설과 법의 지배로 공공서비스가 발전하여 일반 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어고 성공의 기회가 어느 정도 균등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고대 아메리카 사포텍 문명은 멕시코 남부 고지에 자리한 오악사카(Oaxaca) 분지의 몽테 알반(Monte Albán)을 중심으로 기원전 500~기원후 700년 사이에 번영한 문명이다. 기원전 500년경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몽테 알반은 기원전 300~기원전 100년에 이르러 메소아메리카 최초로 건설되어 오악사카 분지 일대를 정치적으로 통일하였다. 이후 기원전 100~기원후 200년에는 고대 사포텍 국가가 건립되어 200~700년에 전성기를 맞았다. 이 문명 특유의 규격화된 신전과 일자형 경기장, 대형 궁전과 왕묘, 토우(土偶), 군사기지 등 유물들이 발굴되었다. 해당 문명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으나 국가가 형성되고 나서 계곡의 인구가 크게 늘어났으며 새로운 형태의 자기가 도입되고 도기 생산량 자체도 늘어났으며 농사가 눈에 띄게 밀집화되어 안정적인 경제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증거가 확인되었다.

리바이어던에게 적당한 정도의 족쇄가 채워진다면 자유롭고 안정적이며 평화로운 방법으로 경제가 발전할 수 있고 개인 간의 다툼도 법에 의하여 제재를 가하거나 합의를 도출할 수 있게 된다.

리바이어던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고 아나키즘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무정부주의가 모든 악의 근원을 없앨 수 있는 마법의 단어도 아니다. 중요한 지점은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전 세계적 역병으로 인하여 국가 통제가 심해졌고 그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거센 항의가 표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통제를 하는 이유는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과 같은 전염병으로 인한 급작스러운 인구 감소와 그로 인한 경제적 위축으로 인한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이에 반하여 각 개인이 감내해야 할 자유의 억압과 경제적인 고통은 이미 한계치이다. 과연 이 역병이 끝나는 순간 사회가 마주하는 것은 어떤 모습의 리바이어던이 될지는 모두의 선택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만, 좁은 회랑이라는 책 자체가 상당히 불친절하고 요약이 많이 되어있어서 읽는데 너무 불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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