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해가면서 읽은 책은 간만이다.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았기에.

 

교사이자 중산층에 진입하게 된 딸이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가난한 노동자에서 소상인으로 진입한 아버지의 삶을 반추해보는 스토리,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하다. 읽으면서 지나치게 감정이입했던 건 내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일테다. 물론 아버지의 캐릭터는 많이 다르지만 둘러싼 환경에 대한 묘사나 저자가 고백한 심리들이, 내가 느낀 것들과 닮아 있었다. 그래서 나도 저자처럼 '문턱에 내려놓아야 했던 유산을 밝히는 작업' 을 짧게나마 해보..고 싶었는데, 쓴 글을 지워버렸다. 아직 이런 이야기를 하기엔 이곳이 편안하지 않은 탓도 있고, 내 자신이 덜 성숙한 탓도 있다.

 

쓰려고 했던 걸 건조하게만 이야기하자면, 가방끈 짧고 농사짓는 아버지를 둔 대졸 화이트칼라 딸내미가 이 책을 읽고 내 감정을 돌아보며 수치심과 자책감을 느꼈다는 내용이 될텐데, 구구절절 쓰자니 내가 너무 힘들고 자기검열을 많이 하게 되어 포기했다.

 

 

어느 날 그는 자랑스러운 시선으로 이렇게 말했다. <난 널 한 번도 창피하게 만든 적이 없다.>

 

-p.105 

 

이 구절 아래 써둔 메모 한 개만 꺼내본다.

 "내가 일생 힘써온 것은, 진정으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혹은 부끄러워 하는 티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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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02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랑스러운 눈길'로 늘 '자랑스럽게',
아니 '즐겁게' 살아오셨겠지요.

'자랑스러운'이라고 나오는 말이지만,
이 말은 '즐거움'과 '기쁨'일 테고,
곧 '사랑'과 '믿음'이리라 느껴요.

언젠가 천천히 즐겁고 기쁜 웃음으로
브륀 님 삶 이야기를 조곤조곤 적어 보셔요.
모두 사랑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