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듯, 나도 '카페나 차려서 한가롭게 커피타고 책 읽으며 지내고 싶다'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어렸을 땐 그냥 카페였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뜨개방과 카페의 겸업까지 생각했었다. 물론 자본금이 없으니 당연히 뜬구름잡는 소리이긴 해도, 지금은 월급쟁이로 일하고 있으니 틈틈이 월급을 모으고 퇴직금도 합치고 나면 나고 자란 지방 도시의 신시가지 같은 곳에서 젊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뜨개 카페 같은 걸 열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아직도 가슴 한 구석엔 있단 말이다. 이를테면 '소박한' 내 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남의 돈 벌어먹고 살기란 어렵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때려쳐 버릴까?' 와 '하지만 그럼 뭘 해먹고 산담'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4개월차 정규직이지만, 딸린 식구까지 있는 지금 아무런 준비 없이 안일한 마음으로 자영업에 훌쩍 뛰어드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내가 간과하고 있던 게 있었으니, 지금의 일터처럼 9 to 6에, 연차 15일, 협상 없이 매년 조금씩이라도 연봉이 오르는 직장은, 아마도, 드물게 좋은 조건에 속한다는 점이다. 물론 연봉이 그리 많지 않고 업무 스트레스가 있지만 야근 및 회식이 거의 없다는 것 만으로도 뭐. 여튼 이런 좋은 걸 포기하고 기꺼이 자영업에 뛰어들 생각의 싹을 밟아주는 게 이 책이 되시겠다. 이 책에선 한국의 자영업자가 중산층조차 되지 못하고 하위층을 이루게 되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얼마전, 프레시안에서 반가운 이름이 보였다. 나와 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터졌던 그 곳, 졸업 전 종종 가던 바 틸트 사장님이 올린 글이었다.  [나는 어쩌다 '악덕 자본가'가 됐나]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30415225826
이 기사와 이 책을 보면서 도대체 누구나 다 쥐여짜이고 망해 나가는 이 틈바구니에서 돈버는 사람이 누군가, 망할 '구조'라는 놈은 건물주 및 그 공생자들의 배를 채워주는 것 뿐이구나 하는 생각은 둘째치더라도, 어지간한 엄두로는 난 시도조차 못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틸트 사장님이 쓴 글 중에 이런 게 있었던 것 같다.  젊은이들이 소자본으로 자영업에 뛰어들어 보고, 장년층 이상은 안정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청년들이 정규직에 목숨걸고, 4~50대에 짤리면 어쩔수없이 자영업으로 밀려나는 구조라 망이라는 요지의 글.

 

 

 

온갖 '안 되는 이유들', '어려운 이유들'이 난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가게를 차려보고 싶은 건 여전하다. 하지만 그러려면 당연히 '업의 본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모든 공간에 스토리가 구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영업이면 자아가 드러나야 한다. 편의점을 해도 유통업에 대한 주인장의 고민과 해석이 그 작은 공간을 통해 나타나야 한다. 단순히 생존을 위한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방식과 성공의 잣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무엇이 자영업자의 성공인가? 업의 본질을 얼마나 충실히 드러내느냐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삶이 더 재미있고 보람 있다. 일과를 끝내고 물건을 얼마나 팔았는지 셈하는 것이 장사의 목적이 되어버리면 하루 일과가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재미없을까? 고객과의 관계는 ‘돈’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삭막한 관계가 될 것이고 공간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벌어서 쓰는 재미도 있겠지만 업의 본질 자체가 주는 재미를 발견해야 장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p.149

난 서울살이에 대한 미련이 큰 건 아니라서, 아니 사실은 서울의 삶보다는 지방도시의 삶의 질이 더 높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직장을 잡을 때도 강원도로 가려고 했었으니 정말 나이도 어느정도 들고 여유자금도 생기면 지방으로 가서 내 가게를 열어보고 싶다. 물론 그때까지 내가 생각하는 가게의 구성, 철학 뿐만 아니라 경영방침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어야겠지.

 

한 번은 집에서 양을 키우면서 스핀들이나 물레를 사용해 실을 뽑는 공방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주위의 빈축을 산 반면 몇몇 소수의 친구들한테는 쩌는 아이디어라는 평을 들은 적이 있다. 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모아가다보면 어느 시점엔 내가 하고자하는 가게가 뭔지 보일 것 같다. 그때까진 열심히 직장 다녀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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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4-30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부분만 보면, 전 잘하고 있는것 같아요. 저랑 아주 친한 동생이 저 고생고생쌩고생하는거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작업실이나' 어쩌고 하면, 웃으면서 막 패주고 싶어져요. 뭐, 꿈이 죄냐,겠지만, 꿈이 죄다!죄! 크게 소리지르고 싶다고나 할까요. ㅎㅎ

한가지 더 말씀드릴께요.
되게 간단한건데, 별 생각들이 없으시더라구요.

사람이 많아야 해요. 그건 전제조건.
지방이 아니라 서울인 이유죠. 조금이라도 특이한걸 조금이라도 알아봐주는 사람은 사람이 와글와글 몰린 서울에서나 가능. 지방에서는 힘들죠.

소문나서 찾아오는 부지런하고 호기심 많은 사람들의 객단가는 아주 낮을 것이며,
이 정도면 꽤 오는구나, 가 아니라, 미치게 바쁘게 몰려야 현상유지 되는 정도라는거.

어떤 상품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천원짜리를 팔던, 오만원짜릴 팔던 마찬가지.
오십만원이나 오백만원짜리를 파는 거라면, 사람이 좀 없어도 되겠습니다만, 그런 상품은 많지 않겠지요.

저 책 볼까 말까 망설였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




브륀 2013-05-01 00:59   좋아요 0 | URL
음 그렇군요. 전 지방에서 뜨개방 하는 얘기를 엄마랑 해봤었는데 어머니가 다니는 퀼트방이 (저희 동네에서는 흔치않은) 감각을 가진 주인이 운영하는 데라서 젊은 손님들도 많고 인기가 좋더라~ 하는 얘기를 듣고 막연하게 '오 그럼 지방으로!' 했었지요. 하지만 역시 겉에서 막연히 좋겠다~하고 생각하는 거랑 실상으로는 많이 다르겠지요?ㅠ_ㅠ
이 책 중에서, 가게에서 임대료 및 재료비나 인건비 빼고, 가게 주인네가 1인당 월 150만원정도의 소득을 얻으려면 테이블을 몇 번 회전해야 하는지도 나왔어요. 그게 상상으론 잘 안와닿고 막연하게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건데 저자가 계산해놓은 걸 보면 무지 어려운 것이더라구요. 그러니 역시 막연하게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닌구나 합니다...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