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의 맹점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도, 또 많은 욕을 먹는 이유는 바로 "소통의 부재"에 대한 답답함 때문일 것이다.
강회장이 한태수라는 사실.
나사장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예정된 대로 이철이 알게 되고, 나윤, 동자, 그리고 수현, 이렇게 한명 한명 사실을 알아간다.
그러나, 너무 더디다, 너무 답답하다.
사실을 아는 순간, 각 인물들은 자신만의 '이유'때문에 꿀먹은 벙어리가 된 양 함구해버린다.
TV밖에서 모든 사실을 다 알고,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조차 다 알고있는 우리는, 속이 터질 수 밖에 없다. 저런,, 막장! 이라고 외칠 수 밖에 없다.
극 중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나은혜. 그녀의 모든 행동은 오로지 남편 강신욱에 대한 '사랑'때문이다. 남편을 잃지 않기 위해 남편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사실을 숨긴다. 그러나 그 행동이 결국은 스스로를 '소통'으로부터 격리시키게 된다.
신욱은 기억을 서서히 찾으면서 아내가 진실을 말해주기를 바라지만, 은혜는 어김없이 소통을 거부한다. 그 결과, 신욱도 아내 은혜에게 더이상 예전처럼 숨김없이 말하진 않게 된다.
은혜와 신욱의 관계에서 서로 공유하지 않는 개인의 영역이 넓어지고 불신이 생기면서,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은혜는 또한 자신의 이유 때문에 타인의 소통을 금하는데, 이는 연쇄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이철의 입막음의 댓가로 나윤과의 결혼을 보장하지만, 은혜는 진우와 나윤을 결혼시켜 남편을 지키려하고, 따라서 배신당한 이철은 장이사와 손을 잡고, 더 이상 은혜와 소통하지 않는, 서로 '꿍꿍이'를 가진 관계가 이루어진다.
나윤은 자신의 사랑 때문에 타인(한태수의 가족)의 아픔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그 엄마에 그 딸'이 되어버리며, 사실을 모르는 진우와, 사실을 아는 진우 사이에서 관계의 벽을 잠시 겪게 된다. 물론, 여기엔 이철의 개입해 갈등을 고조시키고, 해소하는 역할을 동시에 해낸다.
동자 역시 은혜로 인해 입을 다물게 되는데, 동자의 함구는 그 동기가 불순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욕을 먹는 것 같다. 다른 인물들의 함구는 '사랑'이라는, 그래도, 순수성이 포함된 이유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동자는 동서와 시어머니에게 미안해 하면서도 이게 올바른 거겠지, 라며 합리화한다. 그러나 그 저면에 아들의 성공과 결혼, 결국 돈과 지위라는 또다른 동기가 깔려있음을 시청자는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시시콜콜 마음을 터놓고 말하는 동서 윤정에 비해 혼자 생각이 많은 동자는 나쁜 형님, 나쁜 며느리, 나쁜 큰 엄마가 되어버렸다.
이제 문제의 중심에 있는 강회장. '강신욱'인지 '한태수'인지를 놓고 갈등한다. 여기서 이름 세 글자는 단순히 개인이 누구냐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체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강신욱에서 한태수가 되는 순간 그의 정체성은 정녀의 아들, 윤정의 남편, 수현의 아빠, 진우의 큰아버지, 동자의 서방님이 되는 것이다.
강신욱은 한태수를, 한태수는 강신욱을 버릴 수 없을 것이지만
또한 두 정체성은 역할이 겹쳐지기 때문에 동시에 수용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강회장은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원래의 가족과도, 지금의 가족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
그러나 수현을 보자.
우연히 강회장이 아빠인 걸 알게 되고, 누구보다 간절히 소통을 바란다.
아버지가 자신의 입으로 아버지임을 말해줄 것을 바라는 것.
은근슬쩍 아빠, 보고싶었어요. 라고 속마음을 다른 핑계를 빌어 말하는가하면,
자신의 아버지도 회장님처럼 좋은 분이었다고, 마음을 다해 말한다.
수현의 행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수현이 다른 인물들처럼 단순히 사실을 숨기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적 말을 삼가되, 눈빛과 표정, 말의 여백에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에 있다.
결국 강회장은 그 마음을 읽게 되고, 수현은 강회장과의 무언(無言)의 소통을 통해 아빠와 딸의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진정한 소통이 어떤 것인지 잠깐이나마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의 이유와 목적이 소통을 가로막지만
결국 이들의 이유와 목적이란 것은 타인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닌가.
은혜는 신욱과 마음을 터놓는 예전의 부부관계를,
이철은 나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나윤은 진우와의 행복한 생활을,
동자는 가족의 평화와 안정, 자신의 행복을,
신욱은 두 가족의 행복을,,,,,
그리고 그 소통이란 것은,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닌, 진정한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고, 그것을 서로 주고받는 것일 거다.
소통의 부재는 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또한 동시에, 이 드라마를 이끄는 힘이 된다.
이들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게 되는 순간,
드라마는 주저없이 끝나게 될테니 말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주변을 둘러보라.
당신은 충분히 소통하고 있는지.
그리고 혹여 소통이 완전하지 않다고 해서 실망하지는 마라.
그건 당신의 드라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당신의 드라마틱한 인생, 그 해피엔딩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