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물론 장마니까 비가 많이 오겠지만
계절이고 뭐고 난 비가 싫다.
축축하면서도 후텁지근한 공기도 싫고,
내릴 듯 말 듯 찔끔거리는 비도 싫고,
억수로 퍼부어서 우산이 있어도 몽땅 젖게 되는 비도 싫다.
- 비에 얽힌 슬픈 얘기
학교 다닐 때부터 비 맞는 걸 유난히 싫어했던 나.
그래서 미리 우산을 준비해 가지 못한 날,
비라도 내리기 시작하면 항상 마음속에서 짜증이 밀려왔다.
요행히 방과후 집에 갈 때 비가 그치면 좋겠지만
어디 그렇게 세상이 뜻대로 되는가?
비가 많이 오든 적게 오든 그 비를 다 맞으며 집에 와야 했다.
왜냐하면 엄마는 동생들 때문에 집에서 못 나오시고,
아빠는 해외에서 일하시느라 우리 곁에 안 계실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한테 전화해서 우산 갖다달라고 하고
왜 늦게 왔냐며 엄마에게 투정부리고
그리고 손 잡고 나란히 엄마와 집에 가는 모습은
항상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나의 역할은 그저 부러운 맘을 떨치려고 걸음을 좀 더 빨리하는 것 뿐....
...세월이 흘러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차 안에 항상 우산을 두 개씩 갖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