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길
이철환 지음 / 삼진기획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이철환 선생님의 최근작 [곰보빵]을 보다가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사랑이 무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니 어슴프레지만 조금은 더 알게된 느낌입니다.

책 표지를 보니, 선생님의 복돌이 상회, 공동 화장실이 그려진 그림이 보입니다. 누군가 연탄재를 길 위에서 깨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다 이 책의 제목 '연탄길'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습니다.

먼저 생각이 드는 건 연탄길이 적어도 부자 마을 길, 즉 반반하고 넓은 길은 아니라는 겁니다. 추운 겨울 옹색한 언덕길, 이른 봄 얼음 녹은 진창길에 다탄 연탄재를 부셔넣는 지저분한 길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이 누추한 길이 자신만의 편리함이 아니라 이웃의 안전을 위한 배려라는 걸 깨닫는 순간, 연탄길은 사랑의 길이 됩니다. 힘든 세상을 살면서도 이웃을 배려하고 자신의 양심을 따르는 고마운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의 외양만을 보고 비웃고 코웃음치며 심지어 냄새난다고 피하기도 하는 게 우리의 삶입니다. 진정 부끄럽지만 현실인 우리의 삶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다음으로, 이철환 선생님의 사랑이란 어떤 속성을 띠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리뷰를 쓰기 전에 메롱수현님의 리뷰를 보았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를 읽고 '사랑을 안하면 벼락에 맞을 거 같은 공포'를 느끼신 거 같았습니다. 아마도 이철환 선생님은 이렇게 힘든 와중에도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결국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비록 이 세상의 길이 고난의 길일지라도 그것이 전부 일수는 없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반면, 선생님은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사랑을 외면하는 자들은 단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기적이나 단죄의 화살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관여하는 하늘의 섭리인 것이다.'(26쪽)

이걸 기독교적인 율법주의라고 해야할지 우리 부모님세대의 인과응보라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선생님의 사랑은 권선징악의 요소가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 권선징악의 힘이 사람에게 있는 건 아닐 것입니다. 예를 들어 '꽃을 파는 할머니'에서 공동묘지의 꽃을 몰래 걷어 다시 되파는 얌체 할머니를 아버지는 단죄하지 않습니다. 딸 민혜한테 이렇게 말하죠. "민혜야, 다른 사람을 욕해서는 안 돼. 우리도 그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해할 수는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는 거야."(19쪽)

그래서 아버지는 추운 겨울날 공동묘지에 오는 사람이 없어 걷을 꽃이 없는 할머니를 위해 몰래 꽃을 갖다 놓기도 합니다. 여기서 저는 연탄길의 사랑의 속성을 이렇게 요약해 보게 되었습니다. (1)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에 대한 배려이다. (2) 합리적 판단 후의 행동이라기 보다는 우리에게 요청되는 도덕적 의무이다. (3) 어떤 상이나 보답을 바라지 않는 드러내지 않는 실천이다. 따라서 사랑이란 어려움을 기꺼이 나누는  공동운명체 의식이 됩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은 또다른 얼굴의 나인 것입니다.  

이쯤해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모리 선생님이 늘상하던 말을 적어 볼까 합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는 멸망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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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못 2006-09-11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는 제가 쓴 [곰보빵]리뷰에서 제기한 질문을 스스로 푸는 과정에서 쓰게 된 것입니다.

2006-12-09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연못 2007-01-1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리님 너무 늦게 댓글을 보았습니다. 부족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연탄길의 의미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기쁨으로 썼던 글이었지만 너무 딱딱해서 아쉬움도 많았던 글이었습니다.제 리뷰는 마음대로 하셔도 좋지만 솔직히 부끄럽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연탄길>을 읽으며 충분히 행복했기에 더이상의 감사를 받을 수가 없군요. 계속 좋은 책 내주시길 빕니다. 건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