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지혜 1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박민수 옮김 / 아침나라(둥지)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 책은  1994년 개정 1판 1쇄인데요. 1994년 7월에 나온 책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눈에 띄네요. 이 책이 1991년 12월에 처음 나온 이후 그야말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모양입니다.  개정 1판이 나오기 전에 무려 75쇄를 발행합니다.

전 75쇄를 낸 다른 책을 본 적이 없거든요. 찾아보니 최근 책중에서 30만부를 넘어 40만부로 가고 있는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가 1년만에 73쇄를 찍네요. 이러고 보면 3년만에 도달한 75쇄가 별거 아닌거 같은데, 비슷한 시기에 나와 히트한 책인 [미학 오디세이1]은 95년 1월에 나와 97년 3월에 7쇄를 찍는데 그칩니다. 제 생각엔 [세상을 보는 지혜]의 난이도는 [미학 오디세이]보다 더 높습니다. 설렁설렁 읽기는 힘든 책이라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40만부에 육박하는 판매를 올렸을까요? 

이 책의 맨 앞에는 굉장히 인상적인 괴테의 시가 나옵니다.

거대한 행운의 저울 위에서/ 지침이 평형을 이루는 순간은 드물다./

그대는 비상하지 않으면 곤두박질 쳐야 하고,/

승리하여 지배하거나/ 패배하여 복종할 수밖에 없으니,/

고통을 겪거나 승리에 취하고/

모루가 아니면 망치가 되어야 한다.

어찌 보면 시가 주는 숙명성때문에 음산한 느낌도 들지만, 크게 보아 '인생이란 언제나 이런 저런 변화가 찾아오니까 평온하게 살기를 헛되이 바라지 말고 변화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발타자르 그라시안, 쇼펜하우어, 괴테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 책이 1990년대 머나먼 한국땅의 사람에게 무슨 의미를 지녔기에 그렇게 읽고 또 읽고 하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현대사 연표를 들추어 보았습니다.

1990년 1.22 민정 민주 공화 3당 합당 = 민자당 탄생  10.4 윤석양 이병,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

1991년 3.26 지방 자치제, 30년만에 부활    4.28 강경대군, 경찰 쇠파이프 치사  5월 강경대 치사 항의, 5월투쟁, 분신정국    10.24  남북한 화해 불가침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

1992. 1.8  정주영 정계진출 선언, 국민당 창당

1993. 2.25 김영삼 대통령 취임    3.5 공직자 재산공개 파동    8.12  금융실명제 실시    10.10 서해 훼리호 침몰(292명 사망)      12.15  쌀시장 개방,  UR 타결

특히 관심이 가지는 시기는 이 책이 발행되어 베스트셀러로 굳어지는 무렵인 1991년입니다. 강경대군의 죽음과 이에 이은 5월 투쟁, 그리고 연이어 이루어진 분신자살의 행진.... 그 시기를 지낸 사람들이 얼마나 낙담하고 얼마나 분노하고 얼마나 환멸감을 느꼈던가를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전후의 민자당 창당이나 김영삼 대통령 취임 등은 권모술수와 협잡이 판을 치는 어두운 오리무중의 세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책의 히트 뒤에는 이런 난장판 속에서 고통받고 어지러워했던 슬픈 우리들의 과거가 배여있었던 모양입니다.  

1990년대의 사람들은 이 책을 보면서 칠흑같은 세상의 어둠 속에서 일신의 평안을 구할 무엇을 찾았던 것일까요? 아니면 단지 마음의 평안을 줄 위로거리를 찾았던 것일까요? 어쨌거나 그 시기를 생각하다가 책을 펼치니 이런 글이 눈에 띄네요. 그러고보면 발타자르 그라시안에게도 세상을 사는 것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자신의 시대에 충실하라. 비범하고 특출한 사람도 자신의 시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어울리는 시대를 살았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적절한 시대에 태어났지만 그 시대를 이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더 나은 시대에 태어났어야 했을 이들도 있었다. 선이 언제나 승리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물은 그 나름의 시기를 갖는 법이며, 최고의 천부적 재능도 시대의 흐름을 이겨낼 수 없다.

그렇지만 현자는 하나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가 불멸의 존재라는 점이다. 만약 시대가 그에게 적합치 않다면 많은 다른 시대가 그를 맞이할 것이다. "

누구나 평화롭게 살고 싶고 싶을 터이지만, 우리의 삶이 평화와 자유의 핵심에 다다랄수록 시대나 세상과 부딪히게 된다는 그런 얘기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쉽지 않으나 천천히 읽고 이거 저거 생각하다보면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건 느낄 수 있는 그런 책 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소프트한 책은 아니니까 선물하지는 마세용.  

*** 아마도 이 책을 사며 기대하는 내용-인정받고 사는법-은 이민규 선생님의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를 보시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차라리 그 책을 사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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