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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 ㅣ 봄나무 사람책 1
김은식 지음, 이윤엽 그림 / 봄나무 / 2006년 3월
평점 :
이 책은 아름답다.
우선, 적당한 크기의 판형이 그러하고, 펼치면 큼지막한 글씨가 그러하고, 군데군데 들어가 있는 노동미술가 이윤엽님의 판화가 그러하다. 특히 이윤엽님의 판화는 굵직굵직해서 평생을 올곧게 살아오신 장기려 선생님의 삶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로 글쓴이 김은식님의 글솜씨가 진솔하여 아름답다. 김선생님은 정치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논술을 가르치신다는 데, 장기려 선생님의 삶을 간결한 문체로 잘 잡아냈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 책은 [봄 나무 사람 책 시리즈]의 1권이다. 출판사의 이념을 대표하고, 흥행을 고려한 최초이자 최고의 책으로 장기려 선생님을 택했다고 생각할 때, 참으로 적절한 글쓴이를 선택했다고 생각된다. 장기려 선생님의 인생과 고충을 당시의 시대상과 함께 엮어내는 솜씨는 절묘한 감이 있고, 마지막의 글맺음에서는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선생님이 떠오를 정도이다. 조 선생님은 '전태일이 바로 이 시대의 예수가 아니겠는가?'라고 질문했었다. 김 선생님은 '장기려야 말로 참사람이 아니겠는가?' 라고 말한다.
세째로 서두에 쓰여있는 채규철님의 장기려 선생님에 대한 추억이 애잔하다. 최근들어 이렇게 감동적이고 날 뒤흔드는 글을 본 적이 없다. 너무도 처참한 몰골로 남은 생애를 살아가야만 하는 불구의 몸이면서도 뜨겁게 삶을 불태우시고, 장기려 선생님의 삶에 붉디 붉은 글을 헌화한 채규철 선생님!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부끄럽게 하는 뜨겁고도 아름다운 글이 일주문처럼 책을 지키고 있다.
끝으로 장기려 선생님의 삶이 너무도 아름답다. 평생 가난한 이를 돌보는 의사의 삶을 사셨으나 아무것도 자신이 소유하지는 않으신 성자의 삶을 사신 장기려 선생님! 글을 읽다보면 어쩔수 없이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는 걸 느끼게 된다. 특히 6.25 동란으로 헤어진 사모님과의 이야기가 애처롭고, 이산가족 상봉의 무산이 가슴을 메이고, 중풍에 걸려 애잔하게 스러지는 최후의 낙조가 처량하다. 평생 하나님을 섬기고 병든자를 고친 성자가 이렇게 거듭된 중풍으로 고통받고, 가족과의 재회가 무산되는 참담한 좌절로 고통받는 걸 보니, 안전한 노후를 위해 보험을 생각하고 투자를 고민하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이 책의 저자 김은식 선생님도 끝내 이렇게 글을 맺었는데 독자인 내 심정과 어찌나 똑같은지!
"그의 삶을 돌아보는 내내 괴롭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가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