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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독스 이솝우화
로버트 짐러 / 정신세계사 / 1991년 5월
평점 :
품절
로버트 짐러는 골때리는 사람입니다. 책의 맨처음에 뭐라고 썼는지 보시면 기절 초풍할 지경입니다. "내 아내와 아이들에게 바친다. 그네들의 끊임없는 도움이 없었던들 ....." 뒤에 뭐라고 썼을까요? "이 책은 훨씬 빨리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을!"
제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압권은 단연 '머리말, 해제, 경고를 겸한 서문'입니다."내가 이 책의 저자 트로이프 교수를 만난 것은 한 3년 전쯤 비엔나에서였다"하고 인상적으로 시작하지만 트로이프가 어찌 프로이트를 뒤집어놓은거 같다는 생각에 이르면 '머리말부터 거지뿌렁이로구나' 하는, '도대체 이 인간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장난이야'하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배꼽이 뒹굴어갈지도 모르는 머리말을 읽다가 책장을 넘기면, 유명한 '여우와 신포도'가 나옵니다. 처음은 거의 비슷하죠. 그런데 조금 다르네요. 오빠 여우와 여동생 여우가 포도에 군침을 흘리고 있군요. 여동생은 몇 번 뛰다가 "보나마나 신포도야"하고 자리를 뜹니다. 그러자 오빠는 "그렇게 무능을 합리화 하지 마라. 나는 기꺼이 현실과 맞서겠어"라고 전의를 불태웁니다. 연신 점프를 하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요. 캥캥거리는 여우를 본 포도밭 주인이 여우를 쏘게되죠.이렇게 써놨습니다.'총알은 오빠 여우의 머리를 날려보냈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아주 조그만 글씨로 맨 밑에 이렇게 또 써있다는 겁니다.(이런거 말해주면 안되는데!) '교훈 : 한번 해 봐서 안 되면, 다시 하지 마라.' 이거, 정말 골때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책의 충격은 그정도로 끝나는게 아닙니다. 도대체 교훈도 방향성이 없이 들쭉날쭉하죠. 정말 또라이가 아니고서는 이런 식으로 글을 쓸까? 싶은 생각이 절로 납니다. 오죽 했으면 번역자가 "번역하고 나니 괴물을 하나 출현시킨거 같다"고 했겠습니까? 그렇지만..그렇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원래 이솝우화 밑에 있었던 어린시절에 읽었던 교훈도 이렇게 터무니 없는 교훈과 과연 무어가 그리 다른가?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이런 사고의 혼란, 논리의 혼란을 독자들이 겪도록 정교한 미로를 짜놓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듭니다.( 아이고마 ..저도..이제 그만.. 도라뿌렸나 봄미다.)
사실 이 책의 묘미는 좋은 번역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퍽 특이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요. 그런게 이 책을 유쾌하게 읽게 만드네요. 불합리한 오리무중의 세상, 파라독스 우화!
참고로 책의 원래 제목은 AEsop Up-to-date 최신 이솝우화 정도 되네요.조금 김새는 제목이죠. 번역본 제목중에 눈길을끄는 "파라독스paradox'라는말은 '나는 거짓말장이다'처럼 내가 진짜 거짓말장이라면 거짓말장이가 아니게 되는 모순되는 상황을 뜻한다는 군요. 정말 책을 쓴 짐러는 '나는 거짓말장이다'라고 할만한 사람입니다. 국어 사전에는 '곁으로는 틀린거같지만 참된 것'이 파라독스라는 군요. 아이구 머리야! 책을 번역한 김정우 선생님도 머리가 돌을지도 모르니까 하루 다섯편이상 읽지 말것이며 책을 다본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말고 구석에 쳐박어둘걸 권하고 계시니 이 양반도 책 번역하다가 단단히 도라뿌리신 모양입니다.^^